피씨방 알바생의 사랑이야기 37-40

도도한병아리2006.05.01
조회1,128


피씨방 알바생 37

 

 

 

 

 


그녀는 내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연것에 대한 말은 언급하지 않았다.

뭐.. 사실 내 집이고..

그녀가 있을꺼라곤 상상도 못했던거고..

문을 잠그지 않은건 그녀의 실수이니까..


그런데 지금 그 것도 그거지만..

미치겠다..


*-_-*


이젠 얼굴까지 붉어지기 시작했기때문이다.

도대체 어디다 시선을 두란 말인가..


그냥 머리 쳐 박고 밥 먹으면 되지 않냐고?

...

미안하다..

나도 남자였다-_-;;;


자꾸 시선이 가는건 어쩔 수 없는 본능..

-_-;

 


이.. 여자..

날 유혹하는건가?


아니면 어떤 놈인지 보기 위한 시험?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덧 식사가 끝나버렸다.

가시방석에 앉아서 식사를 한 기분이였다.

ㅠ_ㅠ.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날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는 거라고..

 

그렇다면?

그에 부응해줘야겠지..


그녀가 휴지로 입 주변을 닦으며 말했다.

 

"아.. 잘 먹었어요! 이 동네 정말 맛있네요."

"..그죠? 짬뽕 생각나면 연락해요. 사줄테니까."


방긋 웃으며 이야기 했다.

그러자 그녀가 실망 한 듯한 말투로..

 

"아뇨 탕수육 말이예요.."

라고 말했다.

-_-..


비싼건 알아가지고;;


"..그..건 비싸잖아요..ㅠ_ㅠ..."

"-_-;;;"


당황해 하기는;


"농담이예요. 볶음밥이든, 탕수육이든.. 연락해요."

"정말요? 헤헤.. 고맙습니다~"


뭐가 고맙다는거지?

탕수육은 사준다는 말은 안했는데..ㅋㅋ

짬뽕 사준다고 했지..

탕수육은.. 사준다고 안했는데~


-_-;;

아~ 나 졀라 유치해 -_ -;;


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말의 주제를 돌렸다.


"하하.. 그런데 집에 안가보셔도 되요?"


입술을 삐쭉내미는 그녀.


"...가..야되요?"

"...아..아니 꼭 그런건 아니지만.."


"그럼 좀더 있을래요. 옷도 덜 말랐구.."

"..뭐.. 그러세요."


"이제 뭐 할꺼예요?"

"...글쎄요.. 마땅히 할껀 없는데.."


대충 그릇을 정리하고 현관문 앞에다 내어놓고,

숫가락과 컵들을 정리하며 그녀가 물었다.


"그런데 직업이 뭐예요?"

"저요?.. 프리랜서요."


프리랜서..

얼마나 멋진 직업인가..

하하하

-_-;;

 

"프리랜서?.. 어쩐지.. 이틀내리 출근을 안하시더라.."

"...하하... 다른 말로는 노가다맨이라고도.. 하죠-_-;"


"아.. 그러세요? 그거 위험한거 아니예요?"

"위험..하긴한데..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죠..
사실..직장이 있었는데.. 때려쳤어요. 제가 하고 싶은게 있어서요."


두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는 그녀.


"하고..싶은 거요?.. "

"네."


"하고 싶은게 뭐예요?"

"..비밀~"


"..음.."

"나중에.. 말해 줄께요. 그 꿈이 확실해 지면.
사실 제가 꾸고 있는 꿈이.. 확실해진게 아니거든요.
그냥.. 하고싶은것일 뿐이지.
그쪽 분야에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죠.."


"..아..네.."

"그런데 지은씨는...직업이..?"


"아..저요? 의상디자이너예요."

"아..그래요?"


"네! 아침에 입을 만한 옷 찾다가 봤는데.. 옷이 정말 많던데요?"

"아.. 제가 옷 모으는걸 좋아하거든요.."


웃음.


"보니까 스타일이 독특하시더군요.. 그런데 왜 안입으시는지..?"

"...젊을때 모아둔 것들인데.. 나이 먹으니까 못 입겠더라구요."


"하하. 옷에 무슨 나이가 있어요~"

"그..런가요?.. 그래도 주변 보는 눈이.."


"후훗.. 주변 시선 따라 가지말구.. 자기 스타일을 찾아야죠.
언제까지 주변 시선 신경 쓰실꺼예요??"

"..그러게요.."


그리고 대화가 잠시 끊겼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하지만 티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땐 또 다른 대화 주제로 이끌어 가는게..

내가 다음 주제를 생각해내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꺼냈다.

 

"어제.. 기억나세요?.."

"...네? 뭐가요?"


어제..일.. -_-

기억안난다.

일단 모르는 척-_-;;

 

"...술..드시고..."

"...아.. 호..혹시 제가 또 사고치지는 않았죠??"


나도 모르게 또라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

 

"또..??"

"아..아니-_-;;;; 그게 아니구요.. 사고 치지 않았죠?"

 

그녀가 방긋 웃으며 이야기 하길..


"네. 어제 얼마나 귀여우셨는데요~!"

"제..제가요? -_-;;"


그..럴리가 -_-;


"네. 계속 웃으시면서.. 이야기 하셨어요..."

"..쓸대 없는 이야기 하지는 않았던가요?.."


"... 네 ^^.."

 


왠지 모르게 그녀의 미소가 이뻐보였다.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이..


자꾸 물어보는 것도 안 좋겠지..

본인이 아무일 없었다는데.. 설마 무슨 일 있겠어?..


...

 

"오늘 뭐 할꺼 있으세요?"

"오늘요?.. 스케줄 없는데.."


여전히 방긋 웃으며 말하는 그녀.

 

"그럼 제 친구 만나러 갈래요?"

"친구요?.."


덩달아 내 얼굴에도 미소가 고여있다.

 

"네. 소개시켜주고 싶은 친구가 있어요."

"...아.. 네.."


"밝고 쾌활한 친구죠."

"여자..?"


"네. 혹시 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림이 누나 동생인데..."


....

도..동생?..

 


"....!!...그..냥이요??"


"네. 그냥이 ^^. 아세요?"

"... 조..조금요.."


조금은 개코..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탈이지.

 

"그럼 만나러가요. 제 옷 다 마르면."

"...."

 


어짜피.. 한번 만나게 될 운명이라면..

지금이 적당하겠지..


아플때 확 아파버리는게.. 낫겠지...

지금 안보면..

 

더 아파질지도 모르니까...

 


"그냥이는.. 제가 나가는거 알아요?"

"...아직 말 안했는데.. 그냥 저랑 만나기로만 했거든요."


"...말하지마요.."

"왜요? 놀래켜주려구요??"

"....네..."


나의 대답에 그녀는 활짝 웃었다.

장난끼를 머금은 듯한 미소.


나도 어색하게 나마 미소를 지었다.

오래가진 못했지만...

 

왠지 내가 나온다고 하면..

날 피할 것 같았기에..?..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녀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시간이 흘러 어느덧 태양은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었고..

다시 옷을 갈아 입은 그녀와 나는 집을 나섯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림이 누나를 만나기 위해..

식당에서 가게까지 가는 길보다 더 떨리기 시작했다.

왜?

....


이놈의 심장이 뛰는데 내가 어찌 알겠는가..

난 그러게 긴장한체 지은씨의 뒤를 따랐다.

 

림이 누나를 만난 순간..

아니..


지은씨를 만난 순간..

그들과의 만남은 예정 되어 있었던게 아닐까?..

 

지은씨는..

우리 끊어진 인연의 끈을 이어주는 역활인가?..


아니면...

얽혀진 인연의 끈을..


풀어주는 역활인가...?

 

 

 


아니면..

그냥 엑스트라?

-_-...

 


by 도도한병아리

 


 


피씨방 알바생 38

 

 

 

 

 

어느 한 카페.


이제.. 10분 뒤면.. 그녀가 올 것이다.

 

언제까지나 미안하기만 했던.. 그녀가..

그 날 공항에서 그렇게 떠나 보냈을 때의 그 마지막 모습이..

어떻게 변했을지..


난 나도 모르게 초조함을 느꼈는지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성엽씨. 오늘따라 담배 많이 피시네요.."

"...아.. 죄송합니다."


난 바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꺼버렸다.


"아니.. 꺼버리라는 말씀은 아니였는데.."

"아뇨 ^^ 괜찮아요."

라고 말했는데도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다그쳤다.

 


"그렇다고 새 거 피라는 말도 아니였거든요?"


움찔.

-_-;;


그렇다;;


난 나도 모르게 또 다른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려고 하고 있었다.

 

"하.핫... 그..그게 -_-.. 우..웃길려고 한 짓이예요!"


난 웃으면서 얼버므렸지만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가 말하길..


"....안 웃긴데요.."


-_-....

 

급사과 모드로 전환;


"...죄송합니다.."


-_-;;

 

그렇다고 삐진건 아니다-_-;

ㅇ..아니라고!!:

 

아..

자꾸 긴장된다.

...

왜 이렇게 긴장 되지?..

 

그림이 누나 만날때는 편안 했는데..

....

그냥이는 왜 이렇게 설레이냔 말이다!!...


그냥 안만난다고 할껄 그랬나??


하지만.. 어짜피 만날 운명이였다면?

그랬다면..

 

그냥.. 지금 겪어 보는게.. 좋을지도..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김성엽.. 힘내..

긴장하지마...

 

 


끼이익..

 

난 이미 긴장하고 있는 터라, 작은 소리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들려왔다.

그리고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분명.. 그냥이일꺼라고..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제일 처음 그냥이를 보았을때..

노란색 공주파마를 한.. 그 모습.

스무살 새내기의 티를 팍팍 내던 그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고

8년이라는 시간이 그녀를 어떻게 변화 시켰는지..


그녀는..

새까만 머리를 허리까리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고..

머릿결이 CF의 모델 같았다. 마치..

엘라스틴이라도 한 것 처럼.

-_-;


그리고 여성스러운 스타일의 옷을 입고서는..

마치 캐리우먼 같이.. 당당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지은이 안녕?"

"어~ 냥이~ 여기야!!"


난 카페 문을 등지고 앉아 있었는데

문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렸다가 그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래서 현재..

그냥이는 내 모습을 보지 못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굳어버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긴장감과 초조함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던 내 모습은 온대 간데 없고

그냥 그대로 굳어버렸다.


또각..또각..또각...


그녀가 신고 있는 힐소리가 울리며 가까워 질때마다

내 심장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이윽고 그녀가 바로 내 옆에 까지 왔다.

이제.. 1초?..

그 정도의 시간이면.. 날 볼 수 있을리라...!

 

"어라~? 손님도 계셨네~ 친구분이야?"

"너도 아는 사람이야!"


그녀가 말하고 지은씨가 날 소개하는 동안..

난 탁자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냥이가 날 쳐다 보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성엽이??"

"....!!..."

 

알아봤다.

단숨에.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내 이름을 불렀다.

 

"어..어어어!!! 그..그냥아..오..랜만이다?..."

"...."

 

잠깐의 어색한 침묵.

 

"와!! 이게 얼마 만이야!!"

라며 내게 손을 내미는 그녀.


나도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고 우리는 두 손을 마주 쥐며 악수를 나누었다.

정말.. 정겹게도.... 정말 반가운 친구를 만났을 때 처럼...

 


"정말 오랜만이다! 성엽아 잘지냈어!!? 이게 어쩐일이야~"

"...그..그렇지?.. 잘 지냈니?"


"하하. 뭐야 그 어색한 서울말은? 일단 이 손좀 놓자?;;;"

"아..응..-_-;"


당황한 나머지 계속해서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_-;;


"나 언제 까지 서 있어야 해?"

"아.. 앉아!!"


씨익.


웃고 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다.


이 두 자매는..

지난 8년 전의 일들이..

그냥 기억속의 추억일 뿐이였다?...


나 혼자만.. 그동안 그 추억속에 파 묻혀 살았던 것이다..

하하하하..


정말 바보 같구나. 김성엽..


남자씩이나 되가지고..

그냥 추억일 뿐인 기억을..

잊지 못하고 깊숙히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구나..

...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였다.


그녀와 림이 누나가 얼마나 당당하게 살아왔는지..

밝게 웃으며 지은이와 이야기하는 그냥이..

...

 

난..


그냥..

그렇게..


바라만 보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성엽아 차 안마셔? 다 식었겠다.. 댑혀 달라그러자."

"어..어? 괜찮아."

라며 잔을 들고 원샷을 해버린 나.

 

"-_-;;; 야. 카페에서 그런걸 원샷 하는 사람이 어딧냐~ 엉뚱한건 여전하네."

"...하하-_-..."


"근데.. 많이 변했다. 너.. 많이 남자 다워졌네?.."

"...아..아니 뭐.."

 

"그냥이. 성엽씨 멋있지?"

"응? 당연하지. 내 친군데!"

 

친구..

...


그래.. 친구지..

우린..


친구지..

 


"성엽이 너 결혼 했어?"

"아..직.."


"뭐야~ 결혼 안했어?"

"...너는?.."

 

"난.. 일 때문에 안했지.."

"임자는 있다는 말 처럼 들리는데?.."


"임자라.. 글쎄. 그럴지도?.."


뭐지.. 저 애매한 말은..

있다는 말이야 없다는 말이야?

날 헷깔리게 만드는 그냥이의 말.

그렇게 헷깔려하고 있는데 나의 뇌에 지은씨가 쐐기를 박아주었다.

 

"그냥이는 아주 오래전 부터 임자가 있어요~"

"...아..그래요..?"


"근데 왜 둘이 아직 존댓말 써? 동갑끼리??"

"아.. 아직 만난지 얼마 안되서.."


"지금 말놔~"

"그럴까...?"

"그래.."

 

다들 웃고 떠들고 있다.

나도 따라서 같이 웃고 있다.


하하..


변한건 없었다.

달라질 것도 없었다.

 

8년이라는 그.. 길다면 긴 세월도..

그 어떠한 것도 변화 시키지 못했다.

 


내 마음만 황폐하게 만들어 놨을 뿐.

 

 

 

 


by 도도한병아리

 

 


피씨방 알바생 39

 

 

 

 

 

그냥이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그리고 헤어졌다.

 

여자 둘은 둘이서 어디 갈때가 있다며.. 이쯤에서 헤어지자고 했다.

나도.. 혼자 있고 싶었기에 흥쾌히 그러자며 헤어졌다.

 

뭐야..바보 같이.

진짜.. 바보 멍청이 찌질이 말미잘.


이제..


진짜 잊어야지.

다들 잘 살고 있잖아.


바보같이.. 나만.. 나만.. 바보같이 살고 있었던거였어..

술을 마실까 했지만..

지은씨에게 온 문자를 보고 접어두었다.

 

"저때문에 고생많았죠
내일은 꼭출근하세요.
그럼..잘들어가세요.
그냥이가 다음에 또
보자구하네요~~"


...

그렇지..

내일은 꼭 출근을 해야 한다..


난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자리에 누었다.

자야지.


잠이 약이다.


자자..

자자...

 

 

잠이 오나!!

ㅠ_ㅠ..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누워있기를 3시간째.

이미 새벽 내음이 물씬 풍겨왔다.


이..이러다 출근 할 수 있을까?

2시간 남았는데?

...

-_-..


난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야한 동영상을 보면서 탁탁탁을 쳤을...리는 없고 -_-;;

그냥 인터넷 써핑을 즐겼다.

미니홈피 관리도 하고.. 게임도 몇판하다보니까 벌써 출근시간이 다가왔다.

허름한 출근용 옷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당분간.. 일에 전념해야겠다.

바쁘게 살아야지..

아무 생각도 안 들게..

앞만보고 살아야지..

뒤돌아보지 않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그녀들과는 만남 이후..

그 동안 간간히 지은씨와 주고 받은 몇개의 문자가 전부.


오랜만에 친구 성민이에게 연락이 왔다.


"어. 김사장 왠일이야?"

"잘지내는가 프리랜서?"


오랜만에 전화한 피씨방 사장 김성민.

 

"-_-.. 왜 임마."


녀석은 무턱대고 나에게 물었다.


"요즘 왜 피씨방 놀러 안오냐?"

"... 내가 거기 왜 가?"

"놀러와~ 우리집에 놀러와~"


노래를 부르고 있다.. -_- 러브홀릭의 놀러와를.. ;;


"... 나 바쁘거든? 아시다시피 푸리랜서잖아."

"-_-푸리가 뭐야 푸리가. 밞음 공부 좀 하시지?

"왜 오랜만에 전화해서 태클이냐-_-"

"술 한잔 하자."

"왜!!"

 

녀석의 한숨이 뒤섞인 숨소리와 함께 녀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후우...마누라랑 싸웠다...."

"..뭐야?...."


"..."

"..."

 

녀석은 아무말이 없었고..

난 그런 녀석에게 말했다..

 

 

"니가 쏘는거야?..."

"-_-;; 나와. 색햐. 오늘 죽여주마."


-_-;;

죽을 만큼 마실 술을 사준단 말일까..

그냥 패버려서 죽여버린다는 말일까..

-_-;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샤워를 했다. 옷을 갈아 입기 위해.


오늘은 뭘 입지..

...


순간 지은씨의 말이 생각 났다.


'언제까지 남의 시선 신경쓰면서 살꺼예요?'

...

'나이가 무슨 상관이예요?'


...


오랜만에.. 젊은 기분 내는 것도 괜찮겠지.

 

난 예전에 입던 옷을들을 꺼내어 입었다.


화려하기 그지 없는 옷이였다.

표현을 하자면.. 좀 시끄러운 옷이라고 할까?


옛날 생각도 나고..

난 머리에 왁스칠도 하고서..

가방까지 매고 집을 나섰다.


이정도면.. 대학생으로 보겠지?

흐흐흐.

 

 

난 자꾸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녀석이 있는 술집으로 발걸음을 옴겼다.

 

"하이!!"

"?? 너 뭐야? 미쳤니?"


대뜸 날 보자마자 소리치는 녀석.

 

"뭐가?"

"옷이 그게 뭐야!!"


역시나.. 내 옷이 불만이였던 모양이다.

 

"뭐가 어때서?"

"그게 프리랜서냐! 날라리 대학생이냐!!"


기분나쁘게 아래위로 훑어보고서는 말하는 녀석.

나도 그에 맞게 대응해 주었다.

 

"-_-..즐."

이라고.

-_-;

 

"..너 그 옷 입으니까 옛날 생각나네."

"..그르냐?.."


"근데 갑자기 그 옷은 왜...."

"그냥. 젊어질라고."


"지금도 충분히 젊어!"

"...그런가?... 난 아직도 내가 20살 같다.."


"...난 니가 부럽다."

"뭐가?.."


"... 결혼 안했잖아."

"-_-...붕신. 재수씨랑은 왜 싸운겨?"


"..아..그게 말이야.."

 

 

녀석은.. 구구절절 애절하면서도 구슬프게 사연을 털어놓았다.

사연인즉..

 


녀석이 최근 온라인 게임에 빠져서 그거만 하고 있다고

다그치는 하늘같은 마누라님-_-을 무시하고(일명 쌩까고-_-)

계속해서 게임을 하다가.. 

화가나신 마누라님이..그만..


녀석이 자는 사이에 키보드와 마우스 선을 모두 잘라버린 것이다. -_-

녀석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그만..

마누라님에게 대들고 말았다고 - _-..

 

우리의 재수씨. 그런 성민이를 보고 있을 만한 위인이아니였다.

그대로 짐싸고 사장님을 찾아가셨다. -_-;;;;

우리 옛날 사장님... -_-


그래서 녀석은 사장님께 호되게 혼이 나고..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


피씨방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챙겨와서 또 하고 있었다는 성민이 -_-;;

다시 폭발한 재수씨.. ;;


이번엔 모니터랑 본체 선을 짤라 버렸다고.....

-_-


그래서 노발대발 하다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


뭐야 이녀석 -_-

초딩도 아니고..


한마디로

컴퓨터 오래 하지 말라고 했다고 삐져서 나온거나 마찬가지잖아!!

 


"뭐냐.. 너.. -_-"

"야 생각해봐. 정말 열 받지 않냐? 이럴때 내가 결혼 왜 했나 싶어."

"...-_-;;; 하나 물어보자.."

"뭔데?.."

 

"결혼 하면 원래 그렇게 유치해지냐?"

"....유치? 내가 지금 유치해?? 넌 친구가 지금 이혼 위기에 처했는데.. 유치라니!!"


녀석의 진지함에 할말을 잃어버렸다.

"...ㅡ.ㅡ..."

 

그렇게 결혼 한다고 좋아라 할땐 언제고..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데리고 살꺼라더니....


"재수씨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힌다더니.. 뭐냐 너-_-?"

 

내가 한 말을 듣고,
 
그제서야 미안함을 느꼈는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녀석이 말했다.

 

 

"...고무장갑 사줬어..."

"...ㅡ_ㅡ;;;"


황당함에 할 말을 잃었다..

-_-;

 

"다른 애들도 다 그러냐?.."

"...-.-..."


"어휴. 바보야 내일 모레면 서른이다. 정신 좀 차려라!"

"너나 잘해.. -_- 넌 결혼 안하냐? 아 맞어!
그때 만난 여자 어떻게 됐어? 지은씨 괜찮지?"


난 실소를 머금었다.


"말 한번 잘했다. 내가 그 날만 생각하면...!!!"


난 순간 그날 고생했던게 떠올라서 그녀석에게 분풀이를 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한껏 쏘아대기 시작했더니 녀석은 미안한지..

고개를 푸욱 숙이고서는.. 나에게 연신 사과를 해댓다.

 

"..내가 지은씨랑 술은 안먹어 봐서 몰랐지.. -_-.."

"... -_-.."


녀석은 술을 들이키고는 또 나에게 혹하는 대사를 던졌다.

 

"음.. 그럼 다른 여자 소개 시켜줄까?.."

".. -_-.....너 죽을래?"


"야 이번엔 진짜야."

"뭐가 진짠데"


"작살나 최강!!"


녀석.. 왠만해서는 최강이라는 단어 안쓰는데...

도대체 뭐가 어떻길래 최강이라는건지..

 

어짜피.. 옛날 일들이야 다 잊기로 했고..

이제 나도.. 제대로 된 삶을 살아봐야겠지..

새로운.. 사랑을 찾는거..

 


"...최강이라고?.."

"그래. 이번에도 우리 마누라님 친구의 친군데.. 작살나."

 

"..작..살이라?.. 아니면?.."

"..아니면 뭐.."


"그럼 넌 내 손에 박살이다!"

".. -_-응. 마음에 들꺼다. 걱정마. 딱 네 취향이니까."


"-_-;;.."

"너 직업이나 가져."


"돈 좀 모아놓은거 있어..무슨 일이든 낭비만 안하면
돈 조낸 빨리 모으는거 알잖아..
결혼 자금 정도는 있어. 가게 하나 차릴 만큼도 모아뒀고.."
 
"그래?.. 그렇군."


"음... 내 취향이라..."

 

세라 교복?..

-_-;;;

노..농담;;;

 

 


이제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거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

 


우연찮게..

녀석에게 또 소개를 받게 되었다.


지은씨?..


지은씨는.. 그냥 술 친구로써 적당한거 같다.

-_-


연애 상대자는 아닌거 같았다.

...

지은씨 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왠지 결혼하면 피곤하게 될꺼 같으니까..

뭐 지은씨도 날 그렇게 생각하진 않겠지만.-_-;


암튼 나도 이제 결혼을 생각해야할 나이라고! -0-

 

 


그래..

새롭게 시작하자.


이번에.. 만나서 .. 괜찮으면..

내 모든걸 올인해야겠어..


그림이 누나는 그림이 누나고..

그냥이는 그냥이고..


나는 나다...


!!!

 

 


....그렇게 마음 먹었다.

 

 

 

 

 

by 도도한병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