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방 알바생의 사랑이야기 46-47

도도한병아리2006.05.01
조회1,544


피씨방 알바생 46.

 

 

 

 

 

 

 

 

어느덧 절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녀석과 보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집에 있는 디카로 녀석과 사진을 많이 찍었다.

... 이게.. 녀석에게 추억이 될 수 있을까?

 

아빠라는 것도 밝히지 않고, 그냥 엄마 친구인 사람으로..

이렇게 놀아주는 것만해서 녀석에게 평생 추억이 될까?..

....

 


그냥아....

 

일이 어쩌다 이지경이 되어버렸니?..

이상하게 니 생각이 나네.


이 녀석을 보고 있자니.. 니 생각만 나네.

...

......

 

녀석이 자는 모습은.. 정말이지 귀여웠다.

다른 보통 아이들처럼 티 없이 맑고 새하얀 피부를 뽐내며

새근새근 귀엽게 잠들어있는 녀석..


드 넓은 푸른 들판위에 한그루의 나무가 우뚝 서 있는데

바람 한점 불지 않아 가지가 흔들리지 않는 것 처럼 평화로워보였다.


...


아직은 잘 모르겠지.. 나중에 크고 나면..

날 원망하겠구나....

성냥아.. 미안하다..

못 난 애비를 용서해다오..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데 녀석이 살짝 눈을 떴다.

 

"뭐야? 변태야? 자는건 왜 보고 그래?"

"-.,-;;"


순식간에 변태로 찍혔다.

하여간 이놈은 이뻐할래야 이뻐할 수가-_-

 

"아! 배고파!"

"오늘은 밥 말고 딴거 먹자."


"뭐?"

"먹고 싶은거 없냐?"


"피자!"

"피자?"


"응응!"

"그래. 피자 한판 시킨다?"


"사먹으러가자."

"-_-..귀찮은데 그냥 집에 있으면 안돼?"


"피자는 밖에 나가서 사먹어야데!"

"어째서?"


"엄마가 그랬어. 비싼거 먹을땐 밖에 나가서 먹어야 제맛이라고."

"별걸 다 가르쳤군.. 그러니까 니 말은 외식 분위기 내잔 말이로구만?"


"아 외식외식! 아싸. 외식이다~ 야홋~"


그리 기쁜가? 피자 그거 뭐라고..

 

"아빠 같은 사람하구 피자 먹어보고 싶었어!"

"... 아빠 같은 사람?"


"응. 아저씨. 보면 볼 수록 아빠 같아."

"...내가 너 아빠면 좋겠니?"


"응. 아저씨가 우리 아빠였으면 좋겠다.."


....

....


그냥 베시시 웃으며 밖에 나갈 채비를 했다.

별 말 없이 녀석을 데리고 피자집으로 향했다.


시내에는 여러곳의 피자집이 있었다.

녀석에게 아는 곳이 있냐고 물었더니 두군대 있단다.


"두군대 있는데 어디가고싶어?"


그건 내가 물은건데-_-..

 

"첫번째는.. 거기 일하는 누나들이 정말 이쁜 곳이야."


난 발걸음을 옴겼다.


"뭐해? 빨리 가자. 어디냐 거기가-_-;"

"-_-.. 아저씨도 남자구나?"

"-_-;;"


내가 너한테 까지 이런말 들어야겠니.

 


결국.. 이쁜 누나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_-;;;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다;;;

 


"아저씨. 저 누나 진짜 이쁘지?"

"이야.. 아르바이트 생인거 같은데.. 20살 정도??.. 정말 이쁘긴이쁘다."


"하하. 아저씬 늙어서안돼."

"-_-.. 요즘 8살 차이는 아무 것도 아니야."


"아저씨 그럼 28살이야?"

"응."


"엄마랑 똑같네?"

"...아. 어."


"와.. 엄마는 아저씨 20살때 나 낳았는데.. 아저씬 그 나이에 뭐했어?"

"...-_-......"

 

갑자기 내 뇌리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으니..

스.타.워.즈..


그리고 떠 오르는 대사..

 

 

내가 니 애비다.


라고 말해버릴까..

 

-_-;;

이런이런.


"피자나 빨리 먹어. 어떻게 한 조각도 덜 먹냐?"

"우씨. 8살 짜리 위는 이게 한계라구."


"위? 그런 것도 알아?"

"요즘 그런거 다 배워."

 

....

세상 정말 좋아졌다.

-_-


내가 저 나이때 그런걸 알았던가?

아참.. 지금도 잘 모르는데 그나이때 알았을리가 없지 ..


ㅡ_ㅡ;;


"아저씨. 집으로 바로 갈꺼야?"

"...그러면?"


"놀러가자. 놀러."

"어제 놀이 동산 다녀왔잖아."


"그건 그거구."

"..어디 가자구-_-?"

 


"피씨방 가자. 피씨방~!"

"...너 게임 잘하냐?"


"응! 나 친구들사이에서 내가 제일 고수야!"

"..-_-그..그래? 뭐 잘하는데?"


"카트라이더!"

"오호?.. 가서 한판 붙으까?"


"아저씨도 할 줄 알아?"

"당연하지. 내가 못하는 게임이 어딧냐?"


"초딩게임인데.. 잘하나보네.."

"...-_-그말은 내가 초딩이라는 말이냐?"


"앗. 그게.. 눈치는 빠르구나. 조심해야지."

"야 이놈의 자식아~!~"

 

-_-;

그렇게 평화로운 한때를 즐기고 있었다.

;;;

 

 

"김사장. 하이루 방가방가 햄토리시다!"

"...그래. 근데 옆에 꼬맹인 뭐야? 숨겨둔 자식?"


헐.


"비중 없는 조연은 모르는 뭔가가 있어."

"-_-..나 너무 무시한다?"

 

여기는.. 내가 예전이 알바 하던 곳..

사실.. 림이 누나랑 헤어진 이후로 잘 들리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성냥이 녀석이 피씨방가자고 졸라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여기에 데려왔다.


지 엄마와 내가 처음 만나게 된 계기인 곳이기도 하니까..

 

자신을 무시한다는 내 오랜 친구 성민이 녀석에게 대사를 날려줬다.


"내 마음이지 샹놈아. 흐흐."

"...-_-"


성냥이는 마음에 드는 자리로 뛰어가더니 앉아서 벌써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카트라이더 할꺼다."

"그래라."


저 멀리서 날 부른다.

 

"아저씨 제가 컴퓨터 부팅시켜놨어! 빨리 와."

"그래그래."

 

짜식.. 챙겨 줄 줄도 아네..

 


난 성냥이 녀석과 신나게 게임을 즐겼다.

 

"앗. 아저씨 치사해!"

"이건 몰랐지? 으흐흐."

 

-_-


아무래도 나 정신연령이 8살인가봐-_-

얘랑 너무 잘 맞아;;;

 

"우리 아빠가 피씨방 사장이였으면 좋겠어."

"...왜?"


"그럼 게임 공짜로 할 수 있잖아."

"집에 컴퓨터 사면 되지?"


"정액제는 요금을 내야 하잖아. 근데 요금 낼 돈 없어."

"...그렇군.."

 

쪼끄만게 별걸 다 아는구만. -_-

 


2시간 넘도록 같이 이야기도 하며 게임을 즐겼다.


나 옛날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에는.. 이런거 없었는데..

그래서 밖에서 놀고 그랬는데..

딱지 치기, 구슬치기, 경찰과 도둑, 깡통차기, 나이먹기, 술래잡기, 숨바꼭질..

기타 등등..


도구를 이용하거나, 뛰어다니거나 활동적인 것들이였는데..

.. 현재 아이들은 컴퓨터에 앉아서 게임을 즐긴다..

...


음.. 세대차이 느끼는 구만.

나이가... 먹긴 먹었구나..


갑자기 서글퍼졌다.

ㅠ_ㅠ.


내가 지금까지 뭐하며 살았나 싶기도하고....

 


"으씨. 너 치사하게 이럴래?"

"아저씨가 못 하는거지!"


"..-_-나 이건 처음해본다니까?"

"메에~"


저 놈의 혓바닥을 기냥 뽑아버릴까?

-_-

 

"엄마가 그러는데.."

"..-_- 니네 엄마가 또 뭐라 그러디?"


"패자는 말이 없다라고 그랬어."

"..그래서.. 나보고 닥치라는 거야?"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 닥쳐가 뭐야?
엄마가 그런 말은 쓰지 말랬는데.."

"...-_-...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말은 들어봤냐?"


"응.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말도 들어봤어."

"...."

 


져..졌다..

-_-

 

 

게임도 지고..

말빨에서도 지고..

-_-


완벽하게 졌다.

 

이 자식 이거..

뉘집 자식이야?

 


-_-

 

 

 

 

by 도도한병아리


피씨방 알바생 47.

 

 

 

 

 


그날은 대충 집에서 딩굴거리고 있었다.

이제 녀석과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


좀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뭘 만들지?..


피자 먹으면서 사진도 찍었고..

게임하면서 사진도 찍었고..

놀이동산가서도 찍었고..


음..

아까 방금도 찍었고..


무슨 사진만 찍은거 같은데?

이거 가지고 추억이 되나?


.....


나중에 사진보고나 찾아오면 어쩌지?

....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현재에 충실하자.

머리 너무 굴리지 말자. 성엽아..

그냥 느낌 가는 대로 살자.

니가 언제 부터 생각하고 살았냐?...


안그냐?

흐흐.

-_-

 


언젠가 부턴가 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

아무래도 나 병원 가봐야 하는거 아니야?

-_-

 


난 샤워를 마치고 거실에 나왔다.

 

"우와! 아저씨. 멋있다!"

"뭐가?"


"꼬치!! 까맣다!!"

"-.,- 야! 조용히해. 독자들이 듣는단 말이야!"


"하하하. 깜둥이다 깜둥이!"

"-_-;; 쪼그만한게..!"

 

"나도 나이 먹으면 커질꺼라 그랬어! 아저씨꺼 보다 더 커질꺼야!"

"ㅡㅡ;;;"

 

알고 하는 소릴까?..

그렇다면 내꺼 작다고 놀리는 걸까?

=_- 난 패닉상태에 빠져서 한동안 허우적 거리며 빠져나오질 못했다.


-_-

 

녀석이 씻고 나왔을땐 귀여운 몸땡아리에 물을 뚝뚝 흘리며 나왔다.

 

"..야..너 제대로 씻은거 맞아?"

"응."

 

"근데 왜케 꾸정물이 흐르냐!"

"...원래 엄마가 씻겨주는데.."


"8살이나 먹어서는-_-.."

"..ㅜ_ㅜ..나 혼자 잘 못 씻는단 말이야."


"하하.. 우리 목욕탕이나 갈까? 내가 때 밀어줄께."

"앗. 그래! 가자 목욕탕!"

 

 

그리하여..

집에서 샤워해놓구서는.. 목욕탕으로 향했다 -_-..

정말 정신 없는 부자(父子) 아닌가?

-_-

 

 

첨벙!!


녀석이 찬물에 뛰어 들어 물장구 치며 놀기 시작한지..


어언 1시간.


"...야 너 집에 안갈꺼야?"

"응 안가!"


"-_-;;.. 그럼 거기 살아라?"

"응 잘가!"

 

"그게 아니잖아!"

"-_-; 알았어. 보채기는. 아저씨도 들어와?"


"..-_-추워 임마. 나이 먹어봐."

"우씨!"

 

녀석은 나에게 찬물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엇! 치사하긴 기습공격을 하다니!"

 

나도 첨벙!

찬물에 뛰어 들었다.

 


우린 이미 때를 다 민 상태였고..

먼저 녀석의 때를 밀어줬더니 녀석은 찬물에서 놀기 시작했다.

 

나도 때를 다 밀고 나서 녀석에게 등 좀 밀어 달라고 부탁하려다가..

찬물에서 노는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여서 그냥 냅뒀는데..


그게 1시간이나 지속 되는 바람에

등 미는건 잊어버리고 집에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_-

 

그러다가 시비-_-에 휘말려 같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상태..


난 녀석에게 물 위를 손으로 쳐내는 장풍-_- 모양으로 물을 뿌렸다.

 

"앗 차가워!"

"으헤헤 어떠냐 나의 물 장풍 맛이!?"


난 최대한 만화에나오는 악당을 흉내 내면서 말했다.

 

그러자 녀석이 하는 말.

 

"-_-..애냐?"

"-_- 니가 먼저 시작했잖아!!"

 


억울하다 ㅠ_ㅠ..


녀석이 내가 의기소침해 있자 다시 장난치며 물을 뿌려댔다.

한참을 맞아주고 있다가 내가 공격할 자세를 취하자..

녀석이 외쳤다.

 

"앗.. 아저씨. 타임!"

 

-_-..뭐냐 이제 공격하려고 했더니.


"왜?"


"나 오줌마려워."

"저기 화장실 가서 싸고와."


"나갔다가 들어오면 춥단 말이야."

"그래도. 마려운걸 어떡하겠니?"

 

"엄마가 그러는데 남자는 참을성이 많아야 된댔어."

"...-_- 그 엄마 소리 좀 그만 할 수 없니?"


"ㅠ_ㅠ.."

"야 왜 울고 그래?"


"엄마 소리 계속 할꺼야! 흑흑."

"알았어-_- 미안하다. 엄마소리 계속해라."

 

목욕탕에서 애가 우니까 정말 쪽팔린다-_-

주위사람들이 잘 놀다가 왜 애를 울리냐는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위의 시선을 집중 받고 있는데..


녀석이..

 

"으~ 시원하다."


라고 말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

??


"야.. 왜 몸을 떨고 그래? 추워?"

"결국 못 참았어. 난 아직 남자가 되려면 멀었나봐."

 

그러고는 물을 휘휘 젓더니 냉탕을 나가버렸다.


"윽!! 이자식아!!"

 


주위에 사람들이 뭔 짓이냐며 쳐다보기 시작했다.

냉탕안에 들어오던 문신한 아저씨가

왠 노란 물이냐며 날 의심하기 시작했다.

-_-;

 

"나..난 아니란 말입니다!"

 


잘 못하면..

 

모 목욕탕 냉탕에서 변사체 발견.


이라는 기사가 신문 1면에 실릴 뻔했다.

-_-


휴. 저자식 때문에 죽을뻔했잖아.

무서운 놈이다..

조심해야지;;;

 

마지막으로 몸에 비누칠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녀석은 이미 옷을 다 입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빨리 좀 움직여. 왜 그렇게 느려? 엄마 닮았나봐."

"...-_-;;"

 


...

악마다 저놈. ㅠ_ㅠ.


그냥이가 정말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

......

 

혼자 키우려면.. 상당히 고생하겠다.

..;;

 

 

그리고 그날 밤..

 

녀석은 피곤했는지.. 일찍 골아떨어졌다.


언제 봐도 애들 자는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다..

깨어 있을땐 악마다-_-+


...

이제..

녀석과의 생활이 적응 되기 시작했다...

....

 

내일이면 헤어져야 한다..

...

...

 

전화가 울렸다.


그냥이었다.

받지 않으려다가..

성냥이의 안부를 가르쳐 주려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성엽이니?"


생각보다 기운없는 목소리는 아니였다.

오히려 내 목소리가 더 힘없이 느껴졌다.

 

"응.."

"성냥이.. 잘있어?"


처음 묻는게 성냥이의 안부다.

누가 자기 아들 아니랠까봐...

 

"...어.. 너무 잘있다.."

"...고마워. 이제 내일이 마지막이네..?"

 

마지막...

 

"어..."

"몇시에 데리러 갈까?..."

 

..난 갑자기 그냥이를 만나고 싶어졌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냥이를 만나고 싶어졌다.


단순히 그냥.

 

 

"...지금.. 어디니?"

"...지금.. 집인데.."

 

그래서 말했다.

용기?..

그런거 없다.

 

무심결에 그런 거다.

머리로 생각해서 한 말이아니라..

가슴에서 나온 말이다.


나 조차도 제어 할 수 없는.

 


"만날래?..."

 

 

 

 

 

by 도도한병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