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씨방 알바생의 사랑이야기 48-50

도도한병아리2006.05.01
조회1,213


피씨방 알바생 48.

 

 

 

 

 


"오랜만이네."

"일주일도 안됐는데 뭘.."

 

나의 인사에 그냥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만나자는 말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그러자며..


그때 술 마셨던 간이역에 가겠다고 했다.

단순히 술이 땡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이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일까?


둘다 아니다..

그냥.. 그냥이가 보고싶어졌다.

그 순간. 그 느낌때문에 만나게 됐다.


그리고 그녀를 생각하니 기억나는 장소는 간이역뿐..

그래서 여기서 우리는 다시 재회하게 됐다.

 

"일주일 정도면 오래 된거지."

"...그..그래. 성냥이가 말썽은 안부려?"


"말썽?..."

 

이걸 말해.. 말어? -_-

여름철에 뇌염 모기한테 물렸을때 보다 더 입이 근질거린다.

-_-

 

"말썽은 무슨.. 수명이 10년 정도는 단축 된거 같다."

"어? 이상하네. 원래 착하고 온순하고 귀엽고 조용한 앤데."


"..-_-;;;..."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이뻐한다더니 딱 그 꼴이였다.

나쁘고 포악하고 징그럽고 시끄러운 앤데?...

-_-;;


에잇. 뭐 꼬맹이니까 그렇다고 해주지.

나도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란 말인가;;;

 

"녀석 자기 마음에 안드는 사람한테는 말도 안 붙이거든.
니가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런가.."


손으로 턱을 고으며 말하는 그녀.

아마 상상하고 있는 듯 하다.

 

"자.. 지금 잘 자고 있겠네.."

"응. 그녀석 잘때는 누가 업어가도 모르더라구.
아침까진 절대 안깨던데? 하하."


"그렇지? 성냥이가 잠이 많더라구.. 누굴 닮았는지.."


-_-;;


나?;;

난 그녀의 말에 뜨끔했는지 반박이라도 하듯 말했다.

 

"너 닮은거 아니야?"

라고-_-;;


그랬더니 바로 반박한다.


"아니야. 내가 얼마나 부지런한데!"


그건 자기 자랑이잖아-_-..

자식자랑에 자기 자랑까지;;

이거 완전 팔불출이구만. -_-;

 


"그럼 날 닮았단 말이야?"

"푸훕.."


입을 막으며 웃는다.

 

"-_-;; 뭐야. 내가 잠꾸러기 라는거야?"

"키득키득."


나의 이어진 말에 더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아예 대놓고 키득키득 거리고 있다.


웃음을 참고 있다는 모습에 역력하지만

그래도 웃음 소리 다들린다 이것아-_-

 

...

오랜만에 본다. 그냥이 웃는 모습.

....


술을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원래 이뻐서 그런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이뻐 보이냐..

미치겠다..

갑자기.. 느낌이 이상하다.

 

"..그냥아."

"..어?"


"..내.. 내가 만약에.."

"...만약에 ..뭐?"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보는 그녀.

난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아니다.."

"뭐야..싱겁게.."


무안해진 나는 씨익 웃었다.


"아니야. ^^.."

 

 

만약에 너랑 결혼하면..

림이 누나 얼굴 제대로 볼 수 있을까?

....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혓바닥에 닿았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다..


이런 말 할 자격이나 있을까 내가?..

이미 지나가버린 일 아니던가?..

늦어버린 일 아니던가!!...


하지만 성냥이가 말하길-_-;;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는데..

 

난.. 결국 말하지 못했다.

 

"술이나 마시자.."

"응.."

 

우리는 한 동안 말 없이 술 잔을 기울였다.

쓰디쓴 한 잔의 술에 지금까지 지나왔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다.

푸른 하늘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들이 지나가듯..

맑디 맑은 냇물이 계곡을 따라 흘러 내려가고 그 물쌀을 가르는 고기때 처럼..


자연스러웠다.

어느하나 잘 못 된 장면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내일 출근해?"

"아니.. 내일 주말이잖아."


"벌써 주말이야?.. 시간 왜 이렇게 빠르지?.."

 

일주일이란 시간이 이렇게 빠를 줄이야..

의식도 못하고 있었다.

성냥이와 보내는 시간이 꽤 즐거웠기 때문이리라..

 

우린 꽤나 많은 술을 마셨고..

난 술기운이 올랐다.

그리고 그냥 웃음이 나왔다.

 

"허허허허.."

"왜 웃고 그래.."


"...하하하."

"...너 왜 그래? 술 취했어?.."


인정할껀 인정한다.

 

"어응. 조..금."

"이제 그만 먹고 일어나자."

 

순간.. 먹고 싶은게 생겼다.

 

"아이스크림 사줘..."

 

난 정신을 조금씩 조금씩 잃어가는 것 같았다.

너무 편안하게 술을 마셔서 그런가보다.


보통 술 마실땐 안취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마시는데..

 

그냥이와 마실때면 늘..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술을 마셨던거 같다..


그래서 그냥이와 마실땐 항상 늘.. 취했던거 같기도 하다..

...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난 나도 모르게 녀석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졸라댔고..

그냥이는 왠지 입장이 바껴서 억울하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우린 술 집을 나와 그때 왔던 모텔..


이 아니고 -_-;
(이젠 이런거 알때 됐잖아? -_-흐흐;;)

공원 앞 벤치에 앉았다.

 

"그냥아..그냥아..."


난 아이스크림은 먹지도 않고서 손에 쥐고서는..

그냥이의 이름을 막 불렀다..


왜 그랬지?

-_-

아 생각만해도 쪽팔려;

 


"왜..왜.."


그냥이는 내가 술 주정을 부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부름에 하나하나 다 대답해주었다.

....

 

"너.. 아직도 .. 내가 좋아?..."


순간 대답이 멈췄다.


나도 살짝 정신이 돌아왔다.

사실 이런 말을 하려고 술을 마구 들이켰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래서 완전히 취하지는 않았다.


하긴.. 좀더 마셨으면 필름이 끊겼을지도.

 

 

"...그건 왜 묻는데?.."

"... 좋아..?"

 

한번 더 물었다.

은연중에 내 대답을 회피하려는 그냥이의 행동 말투.


듣고 싶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 싶다.


그녀의 대답만 있으면..


나도 확신을 내릴 수 있을꺼 같다...

그냥이에 대한 확신을..

 

 

"...아니."

"..."

 


아..아니라고?

....


그럼 일주일 사이에.. 그 마음이 변해 버렸단 말이야?

...

 


우리.. 결혼해도 ..

림이누나랑..아무 문제 없겠지?..


라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


이미 늦어버렸단 말인가?..


고작..일주일 사이에?

.....

난..이제 니가 조금 좋아지려는거 같은데..?

...

림이누나만 아니였어도...

오래 전부터 좋아했을지도 모르지..

 

 

"나.. 너 안 좋아해.."

"...아..그래?.. 어..알겠다.."

 

그렇게 말하고서는 나를 바라보는 그녀.

뻘쯤해진 나는 고개를 돌리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

 

하지만 아직 그녀의 말은 끝나지 않았었다.

그녀의 입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져 나오는 그녀의 말.

 

 

 

 

 

 


"나.. 너 사랑해.."

 

 

 

 

 

 

by 도도한병아리


이런말 들으면..

심장이 미칠듯이 뛰죠....

그 설레임.. 기억하시나요?

 

 

 

 


피씨방 알바생 49.

 

 

 

 

 


그말을 듣고서 한참후에 헤어졌다.

내가 한마디만 더 했으면...

.. 아마.. 이루어 졌을지도 모르는데..


근데..

그런데 확신이 서질 않았다.

내가 그냥이를.. 단순히 보고싶어하는 마음때문에..

고백 할 순 없었다.


이건 사람을 사귀고의 문제가 아니고..

평생의 반려자인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때문에..

난 조금 신중했다.


... 그냥이의 마음은 확실하다.

내 마음만 확실하면된다...


하지만 쉽게 서질 않는다.. 그놈의 확신이라는게..

 

 

"아저씨!"

"으으음.."


난 잠에 골아떨어져 있었고, 그런 나를 성냥이가 깨우고있다.


"아저씨! 일어나봐!"

"..나 어제 술마시고 들어왔다.. 피곤하다.."


"아저씨~!"

"왜-_-..자꾸! 잠 좀 자자 잠좀.."


난 뒤척이며 이불로 얼굴을 감쌌다.


"성냥이 배고프단 말이야-0-"

"알아서 밥 챙겨묵어."

 


그 말을 하고서 10분도 안되서 후회했다.


부엌에서 지지고 볶고.. 별 희안한 소리가 다 들리더니

결국 그릇 깨지는 소리까지 들렸기 때문이다.

 

쨍그랑!

 

난 그 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고..

부엌에서는 녀석이 접시를 보며 쪼그려 앉아있었다.

 

"야!.. 무슨 일이야? 괜찮아!!? 다친데는 없니!!?"

"...손가락.ㅜ_ㅜ 피나.."


녀석은 접시를 잡으려다가 손에 피고 나고 말았단다.

난 녀석을 안고서 거실로 돌아왔다.


접시가 깨어진 곳에는 유리 조각이 있으니까 위험하다는 판단아래..


"괜찮냐??"

"우...아파."


"근데 안 우네?.."

"엄마가 남자는 태어나서 3번만 우는 거랬어."


".... -_- 너 여기서만 3번 넘게울었어."

"-_-;;"

 

녀석은 자기가 불리하면 운다 -_-

그러면서 꼭 멋있어 보이고 싶을때는 남자는 3번만 우는거란다.

하하 -_-... 누굴 닮아서 이렇게 능청 스러운거냐? -_-;

서..설마.. 나?

-_-;;

 


"있어봐. 약 발라줄께."

"..웅."

 

난 집에 하나있는 약통을 뒤적거려 밴드와 약을 바르면

새 살이 솔솔..돋아 난다는 그 제품.

만약에 똥꾸뇽에 바르게 되면 똥꾸뇽이 막혀서 죽어버린다는..

그 살인적인 제품-_-.. 복합..마데카솔;을 꺼내 들고

녀석의 손가락을 소독한 뒤에 약을 발라 주었고, 그 위에 밴드로 감쌌다.


녀석은 밴드를 보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아."

"밴드 이쁘지? 패션 밴드야."


"남자가 이런거 하면 꼬치 떨어진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_-.. 절대 안 떨어 지니까 걱정하지마."

 

"음.. 야 근데 이거 무슨 냄새냐?.."

"후라이 하는 중이였는데.."


"그럼 아직 불 켜논거야?"

"웅."

 

오우 쉣!!

 

난 부엌으로 달려가보았다.

녀석은 후라이 판에다가 계란을 깨트려 놓고서..

계속 불을 켜 놓았다 -_-


식용유도 안 뿌리고.......;;


덕분에 잘 뒤집어 지지도 않는다;;

와.. 이거 내가 본 계란 후라이중에 가장 많이 탄거같은데..?

-_-;;

 

"애구.. 이 애비가 미안하다. 밥을 차려주는건데."

"응..? 뭐라구?"

 

어?..

내가 뭐라그랬는데?

 

"애비라니? 아저씨가 우리 아빠야?"

"....내가 애비라고 그랬어?"


"응. 애비가 미안하다. 라고 그랬어."


내가.. 그랬단 말이야?

무의식중에 너의 아빠라고 인정하고 말았단 말이야?

내가?

정말?..

 


"..너 내가 아빠였으면 좋겠다고 그랬지?.."


"응."

"아빠라구 불러봐.."

 

"...왜?"

"...니 아빠하고싶으니까.."


어렵게 꺼낸 말이였는데 녀석은 쉽게 말했다..

 

"응. 아빠."

"한번 더."


"아빠~~"


....

아빠..


진정 행복이 이런 것일까?

아들이 즐거운 목소리로 '아빠~'라고불러주면

아빠는 정다운 목소리로 '왜~' 라고 대답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고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게..


이렇게 간단한게.. 행복일까?

 

깨진 접시를 치우고 후라이를 다시 한 다음에

같이 밥을 먹었다.


이제 녀석은 젓가락질도 좀 할 줄 안다.

가르친 보람을 느낀다.


아.. 뿌듯하다.

-_-

 

 


그날 저녁..

 


그냥이가 찾아왔다.


"성냥이 데려갈께.. 고마웠어."

"...어.."


"성..냥아. 이제 갈 시간이다."

"어? 어딜?"


"너희 집에.."

"나 여기서 살면 안돼?"


"..."

 

그런 성냥이를 보며 그냥이가 말했다.

 

"아저씨가..아니 아빠네 집에서 살면 안돼?"

"..."

 

성냥이가 그냥이 앞에서 날 아빠라고 불렀다.

그냥이가 어떻게 생각할까?

 

"아빠?.."

"응. 아저씨가 아빠되주기로했어."


그냥이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난 멋쩍은 듯 피식 웃었고..


그냥이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더 이상 늦을 순 없다..

더 늦기 전에 잡아야한다..

 


"그냥아.."

"..어?"

 

같이 살래?

이 한마디면 되는데..

난 끝내 그 말을 하지 못 했다.

 

"아..아니 잘가라구.."

"..어어.."

 

그렇게.. 그녀와 성냥이는.. 가 버렸다.


텅비어버린 집을 둘러 보았다.

집에는 성냥이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같이 지낼때는 몰랐는데..

이상하게 성냥이가 사라지자 그 녀석의 빈자리가 절실하게 느껴졌다.


....


에잇...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래..


그냥..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다 잊혀지겠지......

 

 

다시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반장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일 거리 좀 있어요?"

"어허? 성엽씨 이거 너무 오랜만인데. 그 동안 뭐한거야?"


여기저기 일거리를 소개시켜주는 업체의 반장님이시다.

내가 꽤나 신뢰성 있게 있했기 때문에 반장님은 날 반갑게 맞아 주셨다.

 

"아.. 집안에 일이 좀 있어서..."

"자네에게 줄 일거리야 많지. 근데 좀 위험한데 괜찮겠나?"


"이번엔 어떤 일인데요?"

"응. 이번에 태광업에서 건물 하나 부순데거든.
거기 들어가서  돈 되는거 필요한거 다 때오는 건데..
부쉬고 나서도 다시 작업을 해야되거든. 속에 있는 철도 빼야되서..
근데 그거 빼는 도중에 일이 좀 위험하거든."


"아.. 그거 몇번 해봤어요. 할만하던데요. 뭘."

"그래. 오늘은 거기 가봐. 어디보자 거기 위치가..."

 

난 반장님께 위치를 듣고서 그리로 향했다.

이른 새벽 공기가 내 코를 찔러 왔고 폐 깊숙히 들어온 시원한 공기는

상쾌한 새벽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도착해서 반장님 소개로 왔다고 말하자 그러냐면서

좀 있으면 같이 일 할 사람들 다 모일꺼라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음.. 8시가 되면 일을 시작할 참인가?..

 

8시라.. 성냥이 녀석 일어나서 양치질 하고 있을 때네..

녀석 양치 할때 초코치약 말고는 안썼는데..

푸히.


덕분에 오늘 아침에 집에 남아있는 초코치약으로 양치하고 왔다.

입안에선 아직 초코맛이 느껴진다.


사실 맛있을꺼 같아서 좀 먹었다.ㅡㅡ;;


생각보다 맛있었다.

녀석은 아마도 이걸 먹는지도 몰랐다.


성냥이 나쁜놈.

지 혼자 맛있는거 먹고..

....


이..이게 아닌가;;

-_-;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모였다.

학생들도 많았다.

돈을 벌기 위한.


좀 위험하고 힘든 일이지만 하루만 해도

많은 돈이 생기니까..


그 돈이면 하루나 이틀 놀 수도 있을테고..

사고 싶은것도 하나쯤은 살 수 있을꺼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는 학생들도 많았다.

 

성냥이도 크면 저런일 할까?

그냥이가 돈 잘 버니까 일 안하도 되겠지?


암.. 위험한 일은 하면 안되지..

....

 


일을 하면서도 생각이 났다.

지금 쯤 성냥인 뭐 하고 있을까?


학교에 있겠지?..


일주일 학교 못 갔을텐데 괜찮겠지?

뭐.. 아직 1학년이니까..


음..

 

점심 시간이 되었다.


하루가 참 고되구나.

일을 잠시 쉬었더니 그런가..

하하. 좀 힘드네.

 

그냥이는.. 점심 먹었나?..

...


성냥이는 뭘 먹었을까?

녀석.. 또 계란 후라이 해달라고 졸라댓겠지?

흐흐.


덕분에 나도 오늘 아침 계란 후라이 해 먹었다.

하하.

 

이윽고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고 저녁의 차가운 공기가 내 몸을

감싸고 돌았다.

약간의 한기가 느껴졌으나, 이제 봄날이다..

춥지도 않구만..

 

또 다른 계절이 돌아온 셈이다.


일당을 챙겨 받고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내일도 이시간에 오면 된단다..

 

흠..

힘을 썼더니 배가 고프네.

그냥이한테 성냥이랑 저녁이나 한끼 하자고 할까?..


에이.. 오랜만에 지은이나 만나야겠다..

술 한잔 사줘야지.. 일당도 받았는데..


지은이에게 전화를 했다.

 

"지은아. 나 성엽이."

"어 오랜만이다~ 얘. 잘지냈니?"


"나야 뭐.."

"왠일이야. 이 시간에~?"


"저녁 먹었어?"

"저녁? 나 이제 퇴근했어."


"그럼 약속있어?"

"아니. 왜? 저녁 사주려구?헤에"


애교 있는 지은이의 웃음 소리.

나도 그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하하.. 올만에 얼굴도 보고.. 술도 한잔하자?"

"그래! 어디로 가면돼?"

 

난 대충 위치를 설명해주었다.

 

 

 

 

 

by 도도한병아리

 

 


피씨방 알바생 50.

 

 

 

 

 

 

"성엽아 그만 마셔. 많이 마셨다. 너?"

"어..어..괜찮아..조금만 더 먹자.."


난 지은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술병을 쥐고 잔에 따루었다.


"킥킥킥.."

"너.. 무슨 일있구나..?"


"일은 무슨.. 그냥... 오늘 따라 술이 땡기네.."

 

지은이와 나는 만나서 같이 밥 한끼하고

바로 술집으로 들어왔다.


안주와 술을 주문했고 술이 나오자 마자 마시기 시작했다.

지은이는 왜 그러냐며 상대해주겠다고 같이 마시기 시작하다가 안주가 나왔다.

난 안주는 입에 대지도 않고서 술만 마시고 있자

보다 못 한 지은이가 말했다. 많이 마셨다고.

 

"오늘따라.. 그립네.. 거참.. 하루 밖에 안지났는데.."

"뭐가 그립다는 거야..? 얘? 성엽아? 정신 차려봐."


난 잠시 테이블에 엎드렸다.


후우...

갑자기 서글펐다.


왠지 모르게 서글픔이 밀려왔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걸까?.. 내가 진정 원하는건 뭘까?


"성엽아??"

"...어.."


"자니?"

"어.."


"자는데 대답도 잘하네?"

"어.."


"-_-; 장난 그만치구.. 그만 일어나자?"

"... 좀만 더 마시자."


"너 많이 마셨어. 더군다나 안주도 없이, 빨리 마셨잖아.
이제 금방 취기 오를텐데. 그전에 집에 가야지.."

"...으..응. 알겠어. 가자.."

 

지은이에게 너무 피해를 주는 것 같았다.


이건 순전히 내 일인데.

너무 이기적인거 같아서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을 빠져나와 사람들 틈새에 끼었다.


알록달록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거리.

그리고 그 거리를 오고가는 수 많은 사람들..

한 여자와 아이가 손을 잡고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성냥이가 떠올랐다.

옆에 손을 잡고 가는 여자의 모습에서 그냥이의 모습도 떠올랐다.

 

내가 혼자 앞서서 걷고 있자, 지은이가 옆으로 쫄래쫄래 따라왔다.

 

"괜찮겠어?"

"어..응 괜찮아."


"괜찮기는.. 똑바로 걷지도 못하는게-_-..."


그랬다.

난 내 의지로 걷지 못하고 있었다.


술에 취해 본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세상이 돌고 있다.

네온불빛과 사람들이 흩뿌려지게 보인다.

 

"지은아.."

"어..?"


"세상이 돈다.. 빙글빙글."

"너.. 많이 취했구나?"


"헤헤.. 돈다 돌아.. 세상이 돈다.."

"..세상은 그대로야."


"..."

"비틀대고 있는건.. 너야."

 

그랬다.

사실 모든건 그대로였다.

세상이 술에 취한게 아니였다.


내가.. 술에 취했다.

고로..

나 혼자 흔들리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세상은..


그대로 였다.

 

바뀐 것은 없었다.

 


"..아. 미안. 오늘 안 좋은 꼴 보여주네."

"사람이 술 취하면 그럴 수도 있지 뭐.. 나도 그랬는데.."


"..니가 뭘.. 넌 그때 귀여웠는데.."

"어머.. 정말?"


"그래..."

"..고마워. 이 나이에 귀엽단 소리도 들어보네."


"니 나이가 어때서.. 하하.."

"..이제 아줌마지 뭐. 빨리 결혼 해야할텐데."


"..결혼....이라.."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있었는데 지은이가

나의 팔짱을 꼈다.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대루 두었다.

지은이가 날 바라보며 씽긋 웃었다. 나도 씨익 웃어주었다.


택시 타는 곳 까지 와서 그녀에게 먼저 타라고 권했다.

 

"먼저 타."

"어? 내가 데려다 줄께 가자."


"아..아니 괜찮아. 나 혼자 갈 수 있어. 걸어가면서 술 좀 깰려고.."

"...그래?.. 걱정되는데..."


"아..나 괜찮아.. 하하. 이제 좀 괜찮아졌어."

"그래..그럼 도착하면 전화해?"


그녀가 택시를 타며 말했다.


"응. 알겠어."

"전화 안오면 너희집으로 바로 찾아간다?"

 

난 대답과 동시에 택시 문을 닫아주었다.


"어..그래-0-.."


창문으로 날 보며 손을 흔드는 그녀.

날 따라 오려고 하는 그녀를 거절하고서 혼자서 발걸음을 옴겼다.

 

혼자다.

난.. 또 혼자가 되었다.


여기서 집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시간도 충분하고, 아직 걸을 수 있을꺼 같아서 걷기 시작했다.

이러면 술도 깨겠지..


걷고 있는데 편의점이 하나 보인다..

난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나왔다..

...

 

 

예전에 림이누나가 나에게 고백했을 때

옆에서 녹고 있던 그 아이스크림이다.

그리고 그냥이가 사달라고 했던 아이스크림과 같은 거다.


...왜 이걸 샀지?

미소를 배었다. 씁쓸한.


아이스크림을 먹었더니 술이 좀 깬다..

속까지 시원해지는 것 같다. 얼마나 답답했던가..


차가운 알콜을 들이 부어 조금이라도 식혀보려 했던 이내 가슴..

식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달아올라 버려 취기가 올라버렸다.

아이스크림으로라도 식혀야지...

 

후우..후우...


걷다보니 어느세 집 앞이다.


오늘따라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그렇다고 안 들어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도 없는걸 뻔히 알면서 초인종을 눌러댔다.


띵동띵동.

 

"...."


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 크림 막대기를 입에 물고서 주머니를 뒤지며 열쇠를 찾았다.


철컥. 끼이익.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와 문이 열리는 마찰음이 내 귓가를 간지럽혔고,

어두운 집이 눈에 들어왔다.


딸칵.


자연스레 현관문 바로 옆에 있는 전등 스위치에 손이 갔다.

부엌과 거실이 붙어 있는 관계로 동시에 불이 켜졌다.


난 갈증이 나서 물을 먹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고..

컵을 챙기려고 싱크대 쪽으로 다가갔다.


...

남아 있는 컵이 없었다.

그렇다면 씻어야 한단 말인데.. 에잇. 그냥 입대고 먹자.

안 그래도 혼자 사는 집인데 뭐. 라고 생각하며 바로 냉장고로 향하려는데..


포크숟가락이 수저통에 꼽혀있는게 보였다.

....

성냥이 녀석의 포크 숟가락.


버려야되나?..

우씨..


모르겠다.

 

일단 갈증을 참을 수 없는 관계로 바로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계란과 케챱이 보였다.

...


내일 메뉴가 정해졌네. 허허.

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하나하나 옷을 벗으며 거실로 향했다.


양말을 벗다가 균형을 잡지못해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

 

성냥이가 바닥에 그린 피카츄가 보인다.

...

그녀석과의 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그녀석과 그냥이의 얼굴이 겹쳐보이기 시작했다.


성냥이에게서 그녀를 느꼈었다.

성냥이의 말투와 행동 하는 말에서 그냥이의 말투, 행동, 말, 성격까지..

모든게 베어있었다.

 

그리고 녀석이 생각나게 만들었다.

난 대략 일주일간 성냥이와 같이있었지만 그건 그냥이와 같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녀석은 그냥이를 생각나게 했다..


특히나 눈매가 너무 닮아있었다..


새카만 눈동자 역시.


아직 어려서 그런지 세상풍파를 겪지 않아서 그런지..

티 없이 까만 눈동자에다가 맑기까지 했다.

그리고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 처럼 반짝거리기도 했다.


그런 순수한 눈을 보고 있으니

옛날 순수했던 시절의 그냥이가 떠올랐다.


노란색 공주파마를 했던 그냥이.

책방에서 날 보며 웃고 있던 그냥이.


림이누나와 피씨방에서 술마시고 있는데

바나나우유와 컵라면을 들고 찾아온 그냥이..


그리고..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

 

 

그녀가 8년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

그녀 혼자 아파하고 낳은 성냥이.

그리고 애정을 쏟아부어 키운 성냥이..

그것도 혼자서.

 

그.. 8년이란 세월을..


그리고..

내가.. 어떻게든 보상시켜 주겠다는 생각과 함께..

 


림이누나와 사겼었으면 어때?

지금은 다 끝난 사인데.

... 그런거 가지고 쩔쩔 맬 필요 없잖아!

 

처음 부터 이렇게 생각 했어야 했는데.

바보 같이..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그녀를 더 힘들게 하고있다...


나 때문에 눈물 흘리게 했었다..

8년이라는 그 긴 시간 동안....

정말.. 나 같은놈...

나 같은 놈이.. 그녀와.. 함께 살아도 괜찮을까?...

 

 

 

 

 


 


by 도도한병아리

 


그래도 될까요?..

 

 

 

외출나갔다.. 새벽에

완결까지 올릴 듯.....

 

뭐 잊은거 없어요?ㅠ_ㅠ

댓글 보고싶은데.....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