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울컥 화가 나네요

이정화200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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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달이 지났읍니다. 남편의 핸드폰 문자메세지를 통해 알게된 여자문제로 많은 갈등을 겪어야 했던 일...

결론적으로 지금은 정리가 된듯합니다. 남편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호기심과 실수라며 미안해하더군요.

그래도 시간이 흘렀다고 많이 잊혀지고 겉으론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지내고 있읍니다. 남편도 나름대로 노력하는것 같구요. 하지만 울컥울컥 치밀어오릅니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남편과 잠자리를 할때, 식탁에서 밥먹다가도  울컥 그 생각이 떠오르면 마구 욕이라도 해대고 십습니다. 그여자를 만나 뺨이라도 한대 때리지 못한게 이렇게 후회될줄 몰랐읍니다.

정말 너무나 믿었던 사람이기에 그 배신감은 형용할수가 없더군요. 모두들 우린 아주 모범적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고 생각하죠.제 남편보고 모두들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하죠. 절대 바람 안피울...

처음엔 여자의 다정한 문자를 보고 그여자가 적극적인줄 알았읍니다. 그런데 남편의 발신번호를 확인해보니 하루에 열번이 넘는 번호가 찍혔더군요. 집에는 하루 한통의 의무전화가 다인 사람이. 말수도 별로 없는 사람인데..

근데 더 충격적인건 술김에 미처 지우지 못한 발신메세지였죠."자기 입술 너무 달콤하더라. 사랑해~"라는 남편의 표현에 저는 온몸이 떨렸읍니다. 아무한테나 사랑한다는 표현을 쓰지는 않죠. 유부남이.. 자기라니요?

그리고는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겁니다. 키스만 했을까? 어디에서 무슨 짓을 했을까? 얼마나 자주 만나서 뭘 했을까?  지금도 그 장면이 떠오르면 뭐라도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이들이 놀랄까봐 참고 또 참아봅니다.

유부녀라고 하더군요. 일때문에 만났고..내가 생각하는 그런일은 절대 없었다고 하더군요.내가 알게되고 정리했다고 했읍니다.그런데 사랑한다고 표현했던 사람을 그렇게 쉽게 정리할수 있는지 난 오히려 의아합니다. 그렇게 쉽게 끝낼수 있는것을 왜 그렇게 질질 끌고 만났던것인지. 뭐라 말하고 헤어지자 했을까요? 아이까지 있는 유부녀가 왜 같은 가정을 가진 여자에게 아픔을 주는 건가요? 그 여자에게 너무 화가 났읍니다.이렇게 내가슴에 응어리질줄 알았다면 그여자를 만나서 TV에서 보던것처럼 따귀도 때리고 물도 끼얹고 머리채도 잡아줄걸 그랬읍니다.무식하다고 욕하든 말든.. 자신도 같은 아픔 겪는 여자이면서..

훌쩍 떠나고도 싶고 뭐든 남편과 상관이 없이 나만을 위해서 즐기고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데 어린 아이들 때문에 여자는 마음대로 떠날수도 없더군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지만 이럴때는 나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네요.

남자들은 친구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맘껏 운동하며 취미생활도 할수있는데 왜 여자들은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돌보는 책임을 혼자 떠안아야 하나요?

남편은 착한 남자입니다.예전엔 남자는 다 똑같다는 남들의 말에 저는 세상남자 다그래도 내남편만은 안그럴거라고 우겨댔었죠. 웃음이 납니다. 세상남자 다 똑같습니다. 착한남자든 나쁜남자든...

일때문에 접대때문에라면 여자가 있는 술집에서 술먹는걸 아무 죄책감없이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문화가 싫습니다. 남자의 외도를 '남자가 한번쯤 실수?할수 있지뭐'라고 하는 한국문화가 정말 싫습니다.

그일 이후로 남편을 완전히 믿지 못하게 되었읍니다. 부부관계에서 그건 정말로 큰 문제더군요. 의심이 생기니 늦는날이면 이런저런 생각만 머리에서 맴돕니다. 그런 내자신이 더 초라하구요.

그래서 남편을 조금 포기하기로 했읍니다. 나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그의 생활과 시간을 나와 너무 결부시키지 않고 나는 나의 시간들을 살아가기로.. 좋은 남편이 되고 좋은 아빠가 되는건 그의 몫이지 나의 강요로 이루어지는건 아닐테니까.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을 이땅의 많은 아내들, 엄마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냅니다. 이땅에서 여자로 산다는것  그 자체로서 우리는 이미 존경받을만한 존재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