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이 필요하신 분이죠..

손부며느리2002.12.29
조회42

전 연애를 8년 했거든요..

남친집에 자주 놀러 다녔는데 그때마다 이해하기 힘든게 할머니를 대하는 남친의 태도였어요..

왜 그렇게 퉁명스럽게 구는지, 왜 자상스럽게 대해주지 못하는지..

할머니한테 잘 좀 해드리라고 몇번씩이나 말했지만 남친은 "넌 당해보지 않아서 몰라.."였죠..

결혼한지 이제 8개월 조금 넘었습니다..

30년을 함께 산 남편에 비하면 하잘것없겠지만 전.. 벌써 알아버렸습니다.. --;

할머니한테 잘 해 드린다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ㅠ,.ㅠ

전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외할머니, 친할머니 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머니의 정이 새삼 그립기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세상 할머니들이 모두 다 인자하신것만은 아니더군요..

어쩌면 그렇게 변덕은 심하신지, 어떤 말씀을 드리는지를 막론하고 말꼬리 잡고 열마디 정도는 투덜대시고,

연세 많으신 노인(참고로 83세)분이라 건망증이 심하신 건 이해한다쳐도

어쩌다 들르시는 작은어머님 앞에서는 우리 시어머님 흉보시고,

작은어머님 돌아가시고 나면 우리 시어머니께 작은 며느리 흉보십니다..

밥상 차려드리면 입맛이 없다시며 손도 안대시면서 과자 군것질은 엄청 하십니다..

그리고는 저녁에 들어오는 다른 식구들에게 하루종일 기운이 없어 아무것도 안 드셨다고 하시더군요..

식후에 커피 타드리면 노인한테 해로운 커피 권한다고 뭐라 야단하시고,

다른 식구들 커피 한잔씩 마시고 있으면 왜 나만 쏙 빼고 느그들끼리 마시냐고 역정내십니다..

우리 손부 많이 먹으라고 과일을 쟁반으로 가득 내오셔서 그거 다 먹을떄까지 지켜보십니다..

먹다가 할머니도 드시라고 권하면 난 배불러서 먹기 싫다고 하시고,

다 먹고 나면 늙으면 서럽다고, 내가 챙겨먹지 않으면 내 몫은 없다고 한숨지으십니다..

어쩌다 식구들 전체 외식할때는 나이먹은 사람이 끼면 젊은 사람 불편하다고 절대 안나오십니다..

저녁만 먹고 최대한 일찍(9시 조금 넘어) 들어갑니다.. 안방에 불도 안 켜놓으시고 이불 둘러쓰고 누워계십니다..

작은 아버지들 오시면 몇날며칠 지그들끼리 맛난거 사먹고 늦게늦게 들어오더라 이르십니다..

처음엔 할머니한테 서운하것도 많고, 할머니로 인해 오해받는 일들이 생겨서 짜증도 났었답니다..

그런데 어쩌면 할머니께서 사람이 그리워서 그러시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젊어 기운있었을때하고는 천지 차이가 되어버린 지금의 늙은 모습에, 혼자 하기엔 벅찬 일들이 너무 많아져버린 현실이 힘들기도 하시겠지요..

식구들과 한마디라고 더 나누고 싶어서, 그렇게 해서 할머니의 존재를 알리는 건 아니실런지..

요즘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애교가 많은 성격이 못되놔서 할머니 대하기가 많이 어려웠습니다..

무뚝뚝한 할머니라 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근데 요새 전 많이 변했습니다..

테레비 볼때는 할머니 옆에 붙어 앉아 어깨도 기대고, 뉴스내용도 다시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시간날때는 삼봉도 같이 쳐드리고, 아파트 노인당에 사탕이랑 쵸콜릿 사들고 가서 할머니도 기 살려 드립니다..

여전히 할머니는 툴툴대시지만 어쩌겠습니까..

늙으면 애 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여든 넘으신 할머니를 변화시키는 건 제겐 역부족입니다..

제가 할머니한테 맞춰드리는 수 밖에 없지요.. 나중에 후회할 일 되도록 적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