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2화> 감금

바다의기억2006.05.04
조회10,078

내일은 어린이날.

 

금토일 쭉~ 연휴네요.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배치입니까.

 

석가탄신일이 날아간 건 정말 아쉬운 일이지만.

 

=============================== 푹 쉽시다 ====================================

 

 

싱글싱글 웃고 있는 한나와 나 사이에


묘한 침묵이 찾아왔다.


그녀는 왜 여기 있는가?


그리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



그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지금 찾기엔


민아가 잠에서 깨버릴 가능성이 컸기에


난 일단 거실 쪽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한나 - 응? 그냥 가려고요?


기억 - 일단 나와. 공주 자잖아.



막차시간까지는 아슬아슬한 정도....


여기서 크게 지체할 여유 같은 건 없었다.


난 거실에 도착하자마자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한나를 향해 물었다.



기억 - 신환회 갔다더니?


한나

- 재미없어서 그냥 왔어요.


다들 변태마냥 헤벌죽 해서는


술만 계속 먹이려고 하고....



기억 - 집에 있으면서 불은 왜 다 꺼놨어?


한나 - 자고 있었으니까 그렇죠.


기억

- ....... 후, 그래, 그건 다 그렇다 치고


사진 찍은 건 또 뭐야?



한나 - 증거자료요.


기억 - .... 어디다 쓸?


한나 - 음..... 굳이 말하자면 협박용?


기억

- ...... 난 양심에 찔리는 거 없어.


어떻게 쓸 건진 몰라도 마음대로 해.



이미 막차를 타려면 뛰어가도 빠듯한 시간.


더 이상 그녀의 장단에 맞춰줄 여유 같은 건 없었다.


한나가 민아에게 뭐라 하건


난 내 자신에게 떳떳했고 (100%는 아니지만)


그동안 쌓아온 신뢰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강행돌파를 용납할 만큼


그녀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나서는 순간


한나는 숨겨뒀던 첫번째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나 - 피카츄! 이리 와!!


피카츄 - 뷁뷁뷁!!



=소환. 민아캐슬의 파수꾼. 피카츄 Lv3=


광견병 예방접종은 했는지 의심스러운 기세로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피카츄를 본 난


서둘러 현관문을 닫고 안으로 피했다.



피카츄 - 즈르르르를......



이미 한나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현관 너머에서 살짝 풀린 눈으로


군침을 흘리고 있는 피카츄.



기억 - 뭐...... 뭐하는 거야, 지금.


한나 - 사람 이야기도 안 끝났는데 그냥 가려고 하니까 그렇죠.


기억 - 난 더 할 말 없다고 했잖아.


한나 - 전 아직 남았는데요.


기억 - 나 전철타고 가야 돼. 다음에 해.


한나 - 그래요 그럼.


기억 - ....... 개는 치워줘야 가지.


한나 - 그건 싫은데요.



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건가?


이렇게 그녀의 공세에 밀리고 있다 보니


그녀와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났다.


그때에 비하면 어느 정도 구도가 완화되긴 했지만.....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밀리면


그 다음은 안 봐도 3D 입체영상이다.



한나 - ....뭐하는 거예요?


기억 - 됐어, 신경 쓰지 마.



다시 그녀의 술수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건 강행돌파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난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팔에 감기 시작했다.


피카츄의 크기와 성격을 생각할 때


이걸로 한 번의 공격만 막으면


대문까지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곳을 물렸을 때의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지만......



한나 - ...... 정말 그럴 거예요?


기억 - 너야말로 이러기야?


한나 - 흥.



내가 언제까지 저런 똥개 한 마리 때문에


쩔쩔 맬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민아네 개만 아니었어도


진작 깨갱소리 나게 패주었을 것을.....



그렇게 태세를 정비하고 문을 나서는 내 뒤통수에


한나의 크리티컬 공격이 직격했다.



한나

- 방금 그 사진 다른 사람한테 보여줘도 상관없어요?


예를 들면.... 안군씨라거나....



기억 - ........!!



그 사진을 퍼트리겠다니.....


나야 그렇다 쳐도 민아와 그녀는 자매 지간인데


어떻게 그런 발상이 나오는 거지?


아니, 일단 그걸 떠나서


왜 하필 안군의 이름이 나오는 거야?



한나

- 표정 보니까 제대로 짚었나 보네.


지난번에 말했었죠? 나 눈치 빠르다고..


MT때 보니까 뭔가 있다 싶더라고요.



기억 - ..... 너...... 너......



얼마나 기가 차는지 말이 안나올 지경이었다.


대체 그녀가 나로부터 뭘 얻고 싶은지는 몰라도


이건 정상적인 사고에서 나올 행동이 아니었다.


전생에 무슨 원수라도 진 건가?



한나 - 3,2,1 땡. 막차 시간 지났습니다.


기억 - ........허....참 나.....



잠시 후.


집에 외박을 알리는 전화를 마친 난


거실에 있는 소파에 한나와 마주 앉았다.



기억

- 대체 뭣 때문에 이러는 거야?


일단 이야기나 들어보자.



한나

- 별 거 아니니까 그렇게 무서운 얼굴하지 말아요.


저 원래 한 번 깨면 좀체 다시 못 자거든요?


그러니까 저 졸릴 때까지 좀 놀아줘요.



기억 - ....... 나 지금 취한 데에다 엄청 피곤하거든.


한나 -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협박이라고.



대체 그녀의 머릿속은


어떤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져있는 걸까.


단지 졸릴 때까지 놀아달라고 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서 사람을 협박해?



기억

- 후.... 그래, 알았다 치고


이제 전철도 끊겼으니까 필름부터 내놔.



한나 - 싫어요. 인질 풀어주고 협상하자는 테러범 본 적 있어요?


기억 - 하아아아......



이거 진짜 한 대 쥐어박고 뺏어 버릴 수도 없고.....



기억 - 그래, 뭐하고 놀아주리.


한나

- 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라면 하나 끓여줄래요?


같이 먹을 거면 두개 끓이고....



기억 - ..... 라면 먹고 자면 얼굴 붓는다.


한나 - 라면 먹고 우유 한 잔 마시면 안 부어요. 몰랐어요?


기억 - .............



내 이 수모는 반드시 갚아준다.


=보글보글=



한나

- 국물 너무 짜지 않게 하고


계란은 안 퍼지게 마지막에 넣어줘요~.



기억 - 네, 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네...



대체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나

- 음. 평소에 라면 많이 끓여 먹나 봐요?


면도 딱 적당히 익은 게 솜씨가 제법이시네.



기억 - 어이구 그렇게 말씀해주니 영광입니다 그려....


한나

- ........ 계속 그렇게 비비꼬여 있기에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란 말도 몰라요?



..... 너도 내 입장 돼봐라.



한나 - 아... 배부르다.


기억 - ......


한나 - ... 어디가요?


기억 - 설거지하러.


한나

- 에이, 그런 건 이따 하고 어깨나 좀 주물러 줘요.


자다가 깼더니 영 뻐근하네.



.....이게 놀아주는 거냐? 부려먹는 거지.


투덜투덜 졸린 눈을 부비며


그녀의 등 뒤로 돌아간 난


곧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는 여성.


게다가 나이스 바디.


게다가 나시티.


...... 지금 나보고 이걸(?) 주무르라는 거냐.



한나 - 뭐해요?


기억 - 심신의 안전을 생각할 때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한나 - 어머? 지금 언니가 바로 위층에 있는데 그런 말이 나와요?


기억 - 그런 뜻이 아니라 내가 쓰러질 것 같아서....


한나

- 그래서야 어디 쓰겠어요?


일단 한 번 해봐요. 기절하면 깨워줄게요.



기억 - .......


한나

- 평생 그렇게 살 거예요?


단련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단련을.



결국 그녀 좋을 대로 시켜먹는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지만


묘하게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그녀의 화술.



이걸 해? 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