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9

하늘이200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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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 돌아온후..참 바쁘게 살았슴당..제가 원래 욕심이 좀 많거
든여..전공은 경영이었지만..저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연출이 참 배우고
싶었슴당..나중에 꼭 뉴욕으로 공부하러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슴당..
울 엄니 막상 제가 떠난다고 하니..보내기 싫은가 봅니다..당연히 그러
시겠죠..외동딸이라 금지옥엽?? 으로 키우시고..딸처럼 때론 친구처럼
때론 동생처럼 저를 키우셨으니까여..충분히 이해함당..절 붙잡으려..
별 짓을 다합당..혼자 있음 외롭다는둥..넌 겁이 많아서 혼자 못산다
는둥..할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굶어 죽거나 빚에 떠내려갈꺼라는
둥..아무리 딸이 할줄 아는게 없어도..이렇게 자존심을 건드려서야..아..제가 그 얘기는 안했져? 한국 가면 혼자 산다는말..
울 아부지 큰 결심을 하겼슴당..이제껏 너무 어린애로만 키워왔다고..
할머니 댁으로 들어가지 말고..근처에 집을 얻어서 혼자 살아보라는
것이었슴당..사실 저 할줄 아는거 아무것도 없슴당..음식..?? 라면도 잘
못끓임당..표지에 써 있는대로 물 넣고 면 넣고 스프 넣는데..정말 맛
없슴당..청소..?? 청소기만 돌릴줄 암당..빨래..?? 저 기계랑은 잘 안친
해서 돌릴줄 모름당..이 참에 살림도 한번 배워볼라 함당..불가능 할거
같다구여? 네..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은..저라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라는 법은 없지않습니까? 사람답게..여자답게..새출발 한번 해볼랍
니다..어차피 그 아이와 결혼 하려면 뭔가 할줄 아는게 2가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음식과 빨래..청소는 그 아이 전담임당..
가끔 그 아이와 내가 결혼을 해서 부부로 산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그때마다 전 너무 재밌슴당..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자고 밥먹고 놀고..여행가고..연애할때랑은 많이 다르다고 하던데..
그 아이도 가끔 저처럼 상상을 할까여?
암튼..울 엄니 달래느라 저 3박4일 걸렸슴당..어르고 달래다가 화내고
윽박지르고 욕하고 소리지르다가 웃으면 다가와 애교부리고..
제가 이중인격인 이유는 울 엄니 딸이기 때문임당..ㅋㅋ..
얼마전 그 아이에게 한국으로 들어간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슴당..
미국으로 온다는군여..저랑 같이 한국에 간다고..뭐하러 그런 미친짓을
하냐고 반대했지만..이 자식..고집도 엄청 셉니다..사실 오지말라고는
했지만 은근히 속으로는 왔으면 하는 기대도 했슴당..
울 아부지 떠나기 전날 저를 부르시더군여..많이 서운해하시더군여..
우리 세식구 여지껏 이렇게 떨어져 산적이 없걸랑여..
"우리 유리..건강하게 잘 지내리라 믿는다..언제까지 어린애처럼 엄마
아빠랑 살수도 없는거고..이번에 한국에서 혼자 지내면서..사람답게
한번 살아봐라..이제 성인인데..너에게 기회를 주는거다.."
어머머..사람답게 살아보라니..울 아부지 방금 무시하셨슴당..ㅜ.ㅜ
"자기야..유리는 분명히 술 마시고 정신 못차리고 또 그럴꺼야..
혼자 살게 하지말고 차라리 어머니 댁으로 들여보내져.."
울 엄마 끝까지 테클 겁니다..하지만 울 아부지 한번 결정하시면 번벅
안하심당..그 아이가 왔슴당..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임당..울 아부지가 그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감당..한참
있다가 들어옴당..무슨 얘기를 한걸까여? 혹시 저랑 결혼 안하면
죽인다고 협박한건 아닐까여? 울 아부지 그러고도 남습니다..
우는 엄니를 두고 떠나려니 맘이 아픕니다..비행기에 타서도 계속 울었
슴당..이 아이 저의 손을 잡아주네염..긴 시간 비행기 안에서 있었슴당
한국에 도착하니 삼촌이 나와계시네여..제가 살 집으로 가봤슴당..
혼자 살기엔 조금 넓은 듯한..아파트였지만..숙모가 워낙 꼼꼼하고
예쁘게 꾸며주셔서 마음에 듭니다..할머니댁에 계신 일하는 분이
일주일에 두번씩 오셔서 청소랑 반찬..빨래랑 해주신다고 하니..
절 별로 할일이 없을거 같슴당..저의 귀국 소식을 들은 음주가무패밀리
가만히 있을리 없죠..그날 저녁에 집들이 온다고 선전포고함당..
그 아이와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봤슴당..물론 술을 중심으로..
그 아이 내게 귀국 선물을 사줬슴당..너무 예쁜 하얀 강아지임당..
태어난지 얼마 안돼서 주먹만함당..아이구..넘넘 귀여워 죽슴당..
혼자 살면 밤에 무서울수도 있고 외로울수도 있으니 동생처럼 키우랍
니다..그래서 전 말했슴당..아들처럼 키우겠다고..이 강아지때문에..
우린 얼렁뚱땅 부부가 되었슴당..그 아이는 아빠,난 엄마..ㅋㅋ..
아들 이름을 뭘로 지을까..한참을 고민한 끝에 바다로 짓기로 했슴당
저희가 바다와 관련해서 좀 추억이 많아야져..다 이시져?
패밀리들..양심은 있는지 다들 선물은 하나씩 들고 왔슴당..
꽃다발..화분..미니 수족관..수건..휴지..비누..아이고..참 많기도 함당..
우리집 이제 음주가무 패밀리의 아지트로 결정됐슴당..망년회도 우리
집에서 하겠답니당..흐미..안되는디..술 마시는건 괜찮슴당..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우리 집에서 잘수는 없슴당..울 아부지랑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했슴당..그 약속 어기면 제 목숨..위태롭슴당..
혹시 그 아이가 자고 가도 되냐고 묻는다면..약간 생각을 해보겠지만..
근데 어디 그럴 놈입니까? 그 주제에..생각하면 맘 아푸져..
다들 보내고 나니..새벽 3시임당..이 아이도 집에 간다고 함당..
문단속 잘하라고 백번은 말함당..문단속 걱정은 안해도 됨당..
울 할머니..어찌나 대단한 분이신지..우리 집 현관문 아무나 못엽니다..
저 의외에는 절대로..지문인식도 해야하고..비밀번호도 눌러야하고..
열쇠로 따야하고..삼중으로 잠금장치 되어있슴당..그리고 베란다..창문
바깥쪽과 연결되는 모든 곳에..안전잠금장치 해놓으셨슴당..
전 정말 안전한 곳에 살고 있슴당..이렇게 빵빵하게 준비가 되었는데도
그 아이 그래도 걱정함당..가면서 계속 전화하고 도착해서도 전화하고
무서우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함당..당장 달려오겠다고..
근데 생각보다 별로 안무섭데여..외롭지도 않고..아마 하늘이가 옆에
있기 때문임당..내일부터는 쇼핑을 좀 해야겠슴당..필요한것이 너무
많아서 말이져..그리고 울 바다 살림살이도 장만하고..
이렇게 서울에서의 제 생활은 활기차게 시작됐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