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18

하늘이200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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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운도 지지리 없슴당..황홀한(?) 신혼여행을 즐기고 있을때쯤..사건 벌어졌슴당..
다들 기억하시져? 9.11 테러..정말 짱남당..저희 하루 반 놀고 다시 한국왔슴당..
어찌나 공항이 복잡하던지..만약에 전쟁이 난다면..아마..도망치기도전에..
사람들에게 깔려죽을것 같슴당..저희는 뭘 어떻게 해야하나..망설이고 있는데..
한국에 계신 울 시아부지가 표를 구해주셔서 다행이 왔슴당..죽다 살았슴당..
비행기를 타고 오는데..어찌나 심장이 뛰는지..그래도 죽어도 이 아이와 같이
죽는다고 생각하니 억울하지는 않읍디다..ㅋㅋ..손을 꼭 잡았슴당..죽어서도 함께할려고..
공항에 도착하니..인천공항은..더더욱 난리가 아닙니다..그려..
모든 식구들이 저희때문에 공항에 나와 계셨어여..죄송합디다..울 잘못도 아닌데..
지금 얘기하면 웃으면서 하지만..그때 저 얼마나 떨었는지..제가 겁이 좀 많아여..
울 엄니 아부지..미국 들어가시는거 무기한 연기하셨슴당..우리가 있는 쪽은
서부이긴 하지만..그래도 분위기도 않좋고..할머니께서 너무 걱정을 하셔서여..
저희 집에서 모실려고 했는데..할먼네서 지내신다는군여..
얼렁뚱땅 신혼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마트를 들렸슴당..
냉장고가 텅텅 비어서 당분간 먹을거리를 사야하기 때문이져..
재밌었슴당..둘이 뭘 먹을지 고민도 해보고 싸우기도 하고..원래 신혼때는..
눈만 마주쳐도 전기 통한다잖아여..이 아이..결혼전에는 몰랐는데..남자로서..
능력 아주 만빵임당..ㅋㅋㅋㅋㅋ..민망스러우니..여기까지만..
저희의 귀국소식을 들은 학교 친구들은..집들이 하라고 난리났슴당..
그 인간들..어케 하면 술 마실 건덕지 찾을까 그 궁리만 하고 사는 사람들임당..
한때 저도 방황하던 시절..그 무리들과 하나되어..동고동락했을때도 있었지만..
저 이제 한남자의 안여자로서 최선을 다하기로 굳게 다집했슴당..
장을 봐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데..뭘 어케 할줄 알아여 말이지여..
오늘 우리의 메뉴는 <해물탕>임당..그 아이가 해물탕을 아주 좋아하거든여..
이것저것 먹고 싶은 재료는 만땅 사왔으나..막막하데여..
우선 요리책을 폈슴당..아주 상세하게 잘 나와있더군여..
나름대로 열심히 한번 새색시 흉내 내볼라고 그 아이..방에서 꼼짝 못하게..
비디오 틀어주고 나왔슴당..정말 꿈쩍 않더군여..고개 한번 디밀어..도와줄까?
라는 말만했어도..저 실수 안했슴당..그 얘긴 나중에..
진수성찬을 차려서 식탁위에 차려놓고 그 아이을 불렀슴당..
"야..빨리 나와서 밥먹어.."
그 아이..비디오가 재밌었는지.아쉬운 표정을 지었슴당..야한 장면이었나?
전 그아이가 먼저 먹고 어떤 평이 나올지..잔뜩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바라봤슴당..
"어때? 괜찮아? "
그 아이 국물한번 떠 먹더니..바로 밥을 왕따시만큼 떠서 씹어 먹슴당..
"어떠냐구? 맛없어? 왜..이상해? 말해봐..괜찮아.."
쉴새없이 떠드는 나한테 구겨진 인상을 피며..그 아이 한마디 합디다..
"너 이거 먹어봤니?"
아..맞다..내가 간을 안맞췄구나..아차~ 싶더라구여..요리책에는 한숟가락
떠먹어 보라는 말은 없었거든여..나름대로 열심히 하다보니..큰 실수를 했군여..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결혼하고 처음 차려준 밥상에서 이아이..너무하군여..
"유리야..너 이거 먹지말고..다른 반찬이랑 먹어.."
"왜? 그렇게 맛이없어? 그래도 너무한다..내가 정성스럽게 만든건데.."
"니 정성만 받을께..이거 너 먹으면 큰일나..내가 미리 말할때 들어.."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열받슴당..결혼하면 남자 180도 변한다더니..
얼마나 맛이 이상한지 확인할려고..숟가락을 뜨는데..그 아이..막슴당..
"이건 정말 널 위해서 그런거야..담에 다시 맛나게 나랑 같이 만들면 되잖아..
너무한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야..너 정말 너무해.."
그래도 저 먹었슴당..어허허허허허허허..정말 제가 너무했더군여..
도저히 인간이 먹을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슴당..첨부터 해물탕..무리였슴당..
우선 맛부터 얘기하자면..어찌나 비린지..오바이트 바로 쏠림당..그리고 싱겁고..
나름대로 다대기 만들었으나..밍밍하고..아우..인생 최악의 음식이었슴당..
그 아이가 해물탕 만든 순서를 묻더군여..요리책보고 만들었으니 당근 기억안나져..
나중에 알았지만..해물탕..끊일때..해물을 먼저 익혀야하잖아여..
전 그냥 끊는물에 해물넣고 양념넣고..마지막에..야채 넣고..꼴에 넣을건
제대로 다 넣었슴당..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길 몇번..그냥 팍팍 끓길래..
끄고 그 아이에게 바로 먹인거져..완전 마루타였슴당..
어찌나 미안하고 쪽팔리던지..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습디다..
저 정말 결혼생활 첨부터 그 아이에게 무릎꿇고 시작했슴당..아뛰..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입으로 들어가는지..아이고..그래도 그 아이..
더이상 투정없이 다른 반찬이랑 잘 먹슴당..속으로 얼마나 욕을 할까여?
지네 집에서는 뜨신 밥에..열라 맛있는 반찬들이랑만 밥을 먹었을텐데..
설거지는 자기가 한다는군여..해물비린내 안나게 잘 닦아야한다면서..
전 어떻게라도 점수 딸라고..과일을 이쁘게 깎았슴당..칼 질이 너무 서툴러서..
삐뚤빼뚤..모양도 제대로 안더군여..그래도 참 맛나게 먹었슴당..
잘라고 침대에 누웠는데..저에게 그 아이 다정하게 위로함당..원래 부부간의
사랑은 침대속에서 피어나는거잖쑤..^^*
"오늘은 처음이었으니까..그정도도 정말 잘한거야..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계속 이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일류 요리사처럼 잘할수 있을꺼야.."
"그럼 너 오늘처럼 맨날 그런 음식 먹으면서 살수 있어? "
숨간 우리의 방안에는 정적이 흐릅니다..지도 사람인데..어찌 그런걸..
또 먹겠습니까..내일부터는 일단 할먼데서 음식을 싸와야 할것같슴당..
"그래서 내가 생각한건데..겨울 방학하면 나도 학원다니면서 공부해야하니까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유리도 요리학원 다녀볼래?"
그렇슴당..이 아이..제가 해준 음식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듯함당..ㅜ.ㅜ
"그래..그렇게 할께.."
"그리고 우리 내일 여행이나 몇일 다녀오자..아직 학교 갈려면 많이 남았고
신혼여행도 정신없이 다녀와서..그냥 차가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쉬다가 오자..어때? 좋지? "
네..좋슴당..여행을 가면 음식을 해서 먹을 일이 없으니까여.. 휴..
경주에 가서 구경 참 많이 했슴당..날씨도 좋고..역시 한국이 최곱니다..
경주에서 하룻밤..남해..동해..한바쿠 쭈~욱 돌았슴당..설악산이 최고였슴당..
단풍이 너무 예쁘게 들어서..산을 통째로 그냥 집으로 가져오고 싶었슴당..
그렇게 짧은 휴가가 끝나고..저희는 다시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갔답니다..
물론 집에서는 아니였지만여..ㅋㅋ..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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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글들을 잼나게 읽어주셔서 정말 넘넘 감사하구여..
오늘은 여기까지만 올려야겠슴당..2시에 시댁으로 출발함당..
그 아이 학원 끝나고 오면 2시거든여..즐거운 주말되세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