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사람의 행복한 미소 (2003년 새해에는...)

유상진200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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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확이 끝난 들판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가끔씩 이름 모를 새들만이 이 논에서 저 논으로 먹이를 찾아서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시골마을의 입구에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서있는 먹감나무에는 아직도 어린애기의 주먹보다
작은 감들이 이제는 빨간 홍시가 되어서 축 늘어진채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래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마리의 까치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듯 감나무에 매달려 감을 쪼아먹고 있다가
제가 타고 가는 오토바이의 소리에 놀랐는지 후드득 하늘 높이 날아오릅니다.
들판건너보이는 산에는 아직도 푸른빛이 감돌고 있습니다.
항상 푸른 소나무들이 온갖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꿋꿋이 서있기 때문입니다.
양지 바른 밭 가장 자리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들이 줄을 지어 서있습니다.
이제 저 배추와 무는 맛있는 김장 김치로 변하여 누군가의 식탁으로 오를 것입니다.
저도 이제 전남 보성읍 대야리 관동 마을로 향하고 있습니다.
시골마을이지만 그래도 2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그리 작지 않은 마을입니다.
그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서부교회로 들어갑니다.
교회사택으로 들어서니 평소하고는 다르게 할머니 몇 분과 아주머니들께서 무엇인가
부지런히 하고 계십니다. 자세히 보니 김장을 하고 계십니다.
"할머니 오늘 교회에 좋은 일 있어요?"
하는 저의 물음에 할머니 한 분께서 저를 바라보시더니
"음매 우리 아저씨 오셨네 아저씨 어서 와! 밥 좀 자시고가 어서!" 하시는 겁니다.
"뭐 맛있는 것 있어요?" 하는 저의 물음에
"아따 김장하고 있응께 김치에 밥 묵으문 되제!" 하시는 겁니다.
"그래요 그럼 김치 맛을 좀 보고 가야지요!" 하면서 오토바이를 한쪽에 세워놓고 주방으로 향합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어이 우리 아저씨 오셨네! 어서 밥 좀 담아드려!" 하십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밥 좀 얻어먹으러 왔습니다!"
하는 저의 말에 교회 목사님의 사모님께서" 어머나 오셨어요? 어서 들어오세요!"
하시며 반갑게 저를 맞이하십니다. 그리고는 커다란 그릇에 밥을 한 그릇 담아오십니다.
'그런데 밥이 좀 이상하다?' 하는 생각입니다.
밥에 무슨 굴 같은 것이 들어있고 또 당근이 들었는지 밥이 조금 붉은 것이 들어있기도
하고 하여서 목사님사모님에게 "사모님 이 밥이 무슨 밥인가요?" 하고 물었더니
"아저씨 그 밥은 요 생굴 영양 밥인데요! 찹쌀에 생굴과 당근을 섞어서 지은 밥이거든요!
그리고 이건 양념장인데요 양념장에 비벼서 드시면 아주 맛이 있을거에요! 한번 드셔보세요!"
하십니다. 그리고는 양념장 한 그릇과 방금 버무린 김치를 커다란 접시에 담아서 제 앞에

나누는 사람의 행복한 미소   (2003년 새해에는...)내어놓으십니다.
'생굴 영양 밥이라 어디 한번 먹어볼까?' 하면서 양념장에 밥을 비벼서 방금 버무린
김치를 곁들여서 한 입 먹는데 그 맛을 무어라 표현을 하여야 할까요? 고소한 맛? 진한 맛?
무어라 표현하기가 곤란한 오묘한 맛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마을의 할머니들께서 방으로 들어오십니다.
"할머니 어서 오세요! 방이 차가우니까요 여기 방석을 깔고 않으세요!"
하시며 목사님의 사모님께서는 밝은 미소로 손님들을 반기십니다.
그런데 그때 교회의 목사님께서 방으로 들어보십니다.
"목사님 제가 먼저 점심을 먹고있습니다!" 하는 저의 말에
" 어! 우리 아저씨 오셨네 어서 많이 드세요!" 하십니다. 그러더니 점심을 먹고있는
저를 찬찬히 보시더니 무슨 결심이라도 하신 듯
"집사님 저도 큰 그릇 하나주세요! 우리 아저씨께서 밥을 아주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니까
저도 밥을 비벼먹고 싶네요!" 하십니다. 그리고는 밥을 비벼서 한입 드시더니
"아! 밥이 아주 맛있구먼!" 하시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교회의 주방은 마을의 할머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마 관동마을의 할머니들을 모신 것 같습니다. 그때 할머니 한 분께서
"밥이 아주 잘됐네 밥을 누가 했으까?" 하십니다. 그러자 다른 할머니께서
"아니 밥을 누가 했것어? 사모님이 했제!" 하십니다.
 "그란디 이 밥 이름이 뭣이여 밥이 진짜 맛있구만!"하시기에 제가
"할머니 이 밥은요 생귤 영양 밥이라고 하는 거예요!" 하였더니 제 앞에 계신 아주머니
한 분께서 "아저씨 이밥은 생귤 영양 밥이 아니고 생굴 영양 밥 이 라니까요!" 하십니다.
그래서 "아! 그렇군요 제가 밥맛에 취해서 발음이 잘 안되네요!" 하였더니
"술이 취해서 말을 못하는 사람은 있어도 밥맛에 취해서 말을 못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하시자 갑자기 방안은 웃음바다가 되는 겁니다.
그때 목사님께서 "아니 집사 님께서는 왜 우리 아저씨 기를 죽이고 그러세요 사람도 많은데서!
사람이 살다보면 밥맛에 취할 수도 있지 안 그래요?" 하시자 다시 한번 방안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아저씨 밥 더 드릴까요?" 하시는 목사님 사모님의 말씀에
"예 마음 같으면 한 서너 그릇 더 먹으면 좋겠는데 배가 불러서요! 점심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는 저의 말에 "무슨 말씀이세요! 반찬도 달랑 두 가지인데요! 아저씨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시며 밝은 미소로 배웅을 하십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은 후 교회 밖을 나오면서 방금 전의 서부교회 목사님 사모님의 밝은

미소가 떠오릅니다.
오늘 교회에 오신 할머니 중에는 교회의 신자도 계실 것이고 아닌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밝은 미소를 지으시는 목사님 사모님의 그 밝은 미소가 바로 나누는
사람의 행복한 미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2003년 새해에는 소외되는 이웃이 없고 너와 내가 아닌 모두가 하나되고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서부교회 신호식 목사님 부부같이 나누는 사람의 행복한 미소가 우리모두에게
번져가서 국민 모두가 서로가 나누면서 정답게 살아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월드컵 4강에 들떠서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을 때 나라의 한쪽에서는
효선이와 미선이라는 나이 어린 여학생 둘이 미군의 장갑차에 치여 애닮은 죽음을
맞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고를 저지른 미군들은 무죄 방면이 되고 그래서 네티즌들이 광화문 앞에서 항의의 뜻으로 침묵의 촛불 시위를 했다고 합니다.
2003년 새해에는 우리의 주권은 우리가 지키며 남의 나라의 장갑차에 우리의 어린 생명들이
다치거나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의 동료인 도시 지역의 집배원들은 점심 시간마저도 아까워
점심을 빵이나 간단한 요기 거리로 점심식사를 대신한다고 합니다.
2003년 새해에는 적정한 인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우리 집배원들이 우편수취함에
우편물을 넣어두고 바쁜 걸음으로 사라지는 집배원이 아닌 자상하고 포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우리 아저씨!"라는 소리를 들으며 마을의 주민들과 함께 맛있는 김장 김치로 점심을
같이 할 수 있는 새해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 모두가 언제나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시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