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시반에 집에온 남편.
술 많이 안 취한 척 멀쩡하게 보이려 애씁니다.
넥타이랑 양복바지엔 웬 흑탕물...와이셔츠 앞주머니에 딸기국물.짧지만 맘껏 헝클어진 머리 ,붉게 물든 눈알 흰자..
참 초라하고 지저분하고..거지가 따로 없다....옷을 신나게 벗어내리더니 "오늘은 첫번째간 술집에 부장이 싸가지가 없어 혼내주고 다른데 갔다.가니깐 마담이 엄청 좋아하드라.뺀드랑 노래부르고 왔다."하면서 묻지도 않은 얘기를 술술 하더니 배고프다고 식탁위에 덮어논 볶음밥이랑 아까 내가 시켜먹다 남은 치킨을 막 먹더군요.
참 가엾어 보이더군요. 차가운 볶음밥 데워달란 말도 못하구..기냥 먹는데..그 모습 보며 생각했죠.
왜 혼자서 저렇게 술을 마시는 걸까? 저 버릇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볶음밥 데워줬습니다.)
나 임신 중이라 술냄새 맡음 안된다구 소파에 자겠다해서 그러라구 했습니다.
지금 코 골구 잘 잡니다.
식탁위엔 외상값 입금계좌번호가 있습니다.MNA군요(룸싸롱 상호 이니셜) 4,800,000 (사백 팔십만원)입니다.두어번 미뤘나 봅니다.
아기 침대 구입하려는데 너무 비싸 (백화점 가 백 삼십만원)몇 달을 망설이던 내 앞에 이런 바가지 계산서가 떡 하니...위스키 17년산 한병 얼마한다고 그 과일 한접시에 요리 안주 얼마한다구...하긴.이건 대한민국 사람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거 따지는 사람한텐 술 안팔쟎아요.
오늘 십삼만원짜리 제일싼 아기침대를 인터넷 주문해서 받아놓고 남편오면 보여줘야 겠다고 예쁘게 리본 묶어 놨더니....에그..그만 할랩니다. 내가 달라는 돈 없다고 안주면서 그러지는 않으니까요.
자는 모습 보며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술버릇 배놓고는 도무지 흠잡을데가 없는 분입니다.
혼자 술마시는 거....나 오빠 만나기전 까지 우리집앞 논골집에서 혼자 갈비살 구워가며 소주 한병씩 자주 마셨드랬습니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그냥 홀작 홀짝 술잔 채워 안주도 꼭꼭 싶어가며 외로움과 괴로움등을 달랬습니다. 내가 괴로운 일이 있어 누구와 함께 술 마시며 얘기한다해도 혼자 먹느니만 못하드라구요. 위로의 말을 들으면 내가 괜히 더 초라해지는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어쩌다 되려 내가 상대방 기분 맞춰주고 앉아있는 꼴이 되니까요. 그래서 혼자 술 마시는 이유도 어느정도 이해합니다..그러나 그건 외롭거나 괴로울때 하는 건데.....그 후로 일년전 남편을 만나 같이 술마시고 다녔었죠..밤새도록..참..그 때도 난 오빠따라 룸싸롱에서 양주먹고 노래부르고 했습니다.그 때 그 술집들...오늘 남편이 또 갔다 온거죠.
이제는 내가 아기를 낳고 키워야 하는지라 같이 술 마셔줄 수도 없구요..혹 내가 같이 마셔준다구 해도 여전히 남편은 혼자 마시겠다고 날 거부 할 것 같습니다.
남편이 술 마시는 이유는 룸싸롱아가씨지..애 낳은 마누라가 아닐테니...
우리 남편 증상에 대해 한번 얘기 좀 해 주세요.특히 남자분들요.
룸싸롱에 맘에 들어하는 아가씨가 하나 있어 그러는것도 아닌데....
화려하게 꾸미고 치장한 이 얼굴 저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그런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