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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로 인하여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신 아버님을 위하여 아들과 며느리가 쾌유를 바라며 드리는 새해의 소망

김준래 |2003.01.02 16:42
조회 78 |추천 0

1.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기억
아버지. 저 둘째입니다.
벌써 2002년도 막바지에 다다랐네요. 어느새 12월의 중순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바뀌는 것도 느끼시지 못한채 제 옆에 누워서 허공만 바라보고 계시는 당신을 보며 불현듯 옛날일이 떠오릅니다. 치매로 인한 증상으로 점점 기억뿐만 아니라 행동거지도 부자연스럽게 되가시던 4년전의 저녁식사때인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식들에게는 엄하셨지만 손주들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다정다감하셨던 당신께서 수저로 진지를 뜨시다가 떨어뜨리시고, 국물을 뜨시다 흘리시자 이내 사랑하는 손주들앞에서 부끄러움을 보였다는 수치심으로 인해 안타까운 눈물을 보이시던 그날 저녁이 지금도 바로 엊그제처럼 생생하기만 하네요.
"아빠! 할아버지 왜그러셔?"라고 저에게 철모르고 묻는 손주들의 소리를 뒤로하신채 저녁진지를 드시다 말고 안방으로 그냥 쓸쓸히 들어가시던 당신의 뒷모습을 보며 저의 눈에서도 눈물이 왈칵 올라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가족만을 위해 희생하시다 이제 자식들이 장성하여 조금은 여유있게 사셔야 될 때 뜻하지 않게도 치매라는 병마로 인하여 이제는 가족의 얼굴뿐만 아니라 그 어느것도 기억하지 못하신채 누워계시며 망각의 늪을 헤매고 다니시는 당신의 모습이 보기에 너무 애처롭습니다.
정말 치매라는 병은 남의 일인줄 알았습니다. 그렇게나 당당하시던 아버지께서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시게 되었느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2. 시아버님에 대한 며느리의 기억
아버님. 저 들째 며느리 혜영입니다.
10년전 새아가, 새아가 부르시며 저에게 새식구가 되었음을 느끼게 해주시던 인자하시던 아버님의 음성이 지금도 들려오는듯 합니다. 특히, 첫손자를 안으시고는 이제 세상에 부러운 것 하나 없다고 마냥 기뻐하시던 아버님의 모습을 뵈며 제가 김씨 가문에 시집을 와서 비로소 며느리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무척이나 기뻤지요. 그렇게 당당하시던 아버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이제는 가족의 얼굴뿐만 아니라 그 어느것도 기억하지 못하시며 누워계신 오늘의 이 현실이 너무나 가슴아픕니다.
특히, 둘째 애비가 아버님에 대한 옛추억을 이야기하면서 가끔씩 아버님이 일제시대때 사셨던 백두산과 만주벌판에 대한 그리움을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면 정말 살아계실 동안에 아버님을 모시고 백두산과 만주벌판을 꼭한번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혹시라도 그곳에 가시면 옛추억이 떠오르시면서 조금이나마 기억이 회복되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3. 아들과 며느리의 아버님 건강회복을 위한 기원
 아버님. 지금 망각의 깊은 어둠속에서 계시면서 그동안 지내시며 기억하셨던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셨다 하더라도 이것만은 꼭 간직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자식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주들이 당신에 대하여 느꼈던 한없는 존경심과 사랑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존경심과 사랑만은 치매도 잊어버리지 못하게 할것이라 확신합니다.
아버님. 어서 일어나셔서 손주들의 재롱을 즐기시며 저녁식사를 맛있게 드셔야죠. 그리고 새해에는 아버님이 예전에 사셨던 제2의 고향이라 말씀하신 백두산과 만주벌판도 꼭 한번 가셔서 보셔야죠.
우리들의 영웅이셨고 모범이 되셨던 당신께서 예전의 그 당당함을 찾으시는 날이 다가오는 새해에는 반드시 오게되기를 소망하며 저희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이 편지가 아버님의 기억속에 배달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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