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 이라는 회사에서 논술 선생님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 전화로 문의를 했다.
상담하는 선생님이 말하기를.
1주일에 하루만 나와서 아이들을 4-5명정도 그룹으로 묶어서 논술만 전담으로 가르치고 6-70만원 정도 벌어가시면 된다는 얘기를 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러한 상황을 얘기해본 후 많은 이들이 괜찮은 직업 같다고 동의하기에 원서를 냈다.
한참 뜸을 들이다 1주일 후에 전화가 왔는데 면접을 보러오라는 것이었다.
면접을 보러 가서 간단한 몇가지 사항에 대해 대답을 했다.
뭐 논술을 가르친 지는 얼마나 되었느냐는 경험과 경력에 관한 질문과 함께 합격하게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중간에 휴회가 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냥 현장에서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그렇게 1차 면접을 보고 2차 면접을 보러 서울 중곡동까지 갔다.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양주인데 중곡동까지 꽤 먼 거리였다.
하여간 거기에서 영업국장과 얘기를 끝내고 4박5일간의 교육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했으며 146명이 응시한 시험에서도 당당히 1등을 했다. 나름대로는 정말 좋은 교육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최선을 다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교육을 끝낸 후 영업국(중곡동)으로 돌아가 다시 2일 동안 교육을 받은 후 교육 끝나는 날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의 내용은 엄청 불공정했지만 그냥 1년정도야 못 버티겠냐 하는 마음으로 반신반의하며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영업국에서 돌아와 다음주부터 양주지사로 출근을 해보니 현실은 교육받은 내용과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아주 어수선한 교실을 보여주며 여기서 수업을 하시면 된다고 한다. 책상 걸상 모두 더러워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방이었다. 내가 너무 더럽다고 했더니만 기다렸다는 듯
“그렇죠? 책.걸상이 더러우니까 선생님 사업이라 생각하고 새로 사세요. 원래 공부방을 하게 되면 초도비용으로 그런거 다 기본으로 사잖아요.” 한다.
“저는 처음부터 공부방 선생님 할 생각 없었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논술만 가르치라고 해서 온거라구요.” 라고 했더니만 대뜸 “그래서.. 하겠다는 거예요? 말겠다는 거예요? ”한다.
그 여자의 당당한 말투에 순간 계약서에 적혀있던 위약금 50만원이 뇌리를 스쳤다.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고 했다.
잠시 후 그 영업과장은 관리비 명목으로 매월 10만원씩 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대체 무슨 일인지...아무래도 사기를 당한 것 같다. 우선 계산을 해봐야 했다.
그래서 내가 가르칠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되냐고 물어봤더니만 처음에는 25-30명정도 된다고 하던 아이들이20명으로 줄어있었다. 그러더니만 처음에 나한테 했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으며 그 때는 정말 애들이 많았다고 한다. 내가 교육 받고 오는 동안 엄마들이 애들을 그만두게 했다고 한다.
정말 어이가 없지만 내가 아이들과 토론수업을 잘 할 자신이 있어서 차후 회원이 늘어날 것을 생각하며 참아보자고 결심했다.
여기서 잠깐, 그 회사의 논술학습지 구성을 살펴보자면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되어있고, 각 단계마다 1호에서 12호까지 구성되어서 각 단계별로 1년코스로 총 4년 코스로 되어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학습지가 총 48가지인데 나와 수업할 아이들의 단계가 천차만별이었다. 각자 다른 단계를 하고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토론학습을 한다더니..각자 다른 교재를 보면선 무슨 토론학습이 가능할까?
이런 상황에선 수업하기 힘들다고 영업과장에게 말했더니만 1개월동안 애들 단계를 맞춰보라고 한다. 그러면 차후에 아이들을 많이 모아 수업에 참여시켜주겠다고 사탕발림을 한다.
1단계 5호를 하는 아이와 1단계 12호를 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둘을 중간으로 맞춰서 1단계 9호로 맞춰 토론학습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1단계 12호를 하는 아이는 다시 했던걸 또 해야 하는 거밖에 안 되는거라고 했더니만 학부모는 그런 거 모른다고 하면서, 애들도 복습되서 좋다고 말한다....
나와 생각이 많이 다른 사람이구나...
“ 선생님, 그리고 그동안 밀린 교재 있으니 애들 수시로 오라고 해서 좀 풀어주세요” 한다.
힘든 상황에서 해결해 줄 사람을 찾다가 지점장이라는 사람에게 내 상황을 얘기했다.
그러나 말이 안 통하는 건 영업과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게다가 더욱 어이가 없는 일이 생겼는데 출근에 관한 문제였다.
1주일에 하루 나오는 거라고 하더니만 출근을 월.수.금 3일동안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그리고 알아서 결정하되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것은 아니라고 못을 박는다.
혼란이 계속 되는 가운데에서도 나는 내가 편한 날을 잡아서 아이들 수업에 돌입했다.
아이들 명단을 받아들고 무조건 전화를 하는 것은 좀 웃기는 것 같아서 공부방에 수업 오는 아이들을 기다려서 일일이 시간표를 짜서 얘기해주고 첫주는 1주일 내내 나와 밀린 교재를 풀어주고 아이들과 얼굴을 익힌 후 다음주부터는 수요일.목요일 2일을 논술 수업 하는 날로 정해서 수업을 했다.
아이들은 공부방에서 1시간 가량 공부를 하고 내 방으로 건너와 논술 수업을 하고 가는 거였는데 논술수업이 너무 싫다며 도망가기 일쑤였다. 나는 정성을 다해 아이들과 교재를 같이 읽고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며 일일이 개별수업을 해야했다. 왜? 교재의 단계가 다르니까....아이들은 공부방 수업이 끝나면 3학년이고 6학년이고 한꺼번에 오고...어쩔 수 없는 우왕좌왕 수업이 계속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1개월을 보내고 애들의 성향을 대충 분석해서 간신히 단계 조정을 해서 수업시간표를 맞춰놨는데 아이들은 제 시간에 오지 않는 날이 훨씬 많았다. 애초에 학년이 같지 않은 아이들을 단계별로 수업한다는게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6학년인데 논술학습을 늦게 시작한 애는 2단계인 경우도 있고..4학년인데 논술학습을 일찍 시작한 애는 3단계인 경우도 있어서 부득이하게 학년별이 아닌 단계별 수업을 위한 시간표를 짰더니만 6학년은 일찍 못 오고, 저학년은 일찍 오니까...시간표가 엉망이 된 거였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편의를 보고 아이들의 시간에 맞추어 토론수업을 시도했다.
수요일날 2시에 오는 아이들 4명은 시간에 맞춰 왔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꽤 좋았다. 재미있다고 하면서 웅성대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나머지는 결국 시간표를 지키지 않아서 토론수업을 못 했다... .
내가 수업을 시작한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사무실 경리가 관리비 10만원을 달라고 해서 “아니 아직 월급도 못 받았는데 여기선 관리비도 선납을 하나봐요?”라는 물음에 경리 아가씨는 주인 아저씨가 하도 독촉을 해서 본인이 먼저 돈을 지불했다고 했다.
정말 기가 막힌 상황이다.
나는 우선 내가 일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불공정한 것 같아서 지점장과 몇 차례의 면담을 가졌으나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 위에 있는 영업국장과 대화를 시도했다.
영업국장이 우리 지점으로 내려와 나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문제점의 요지는 3가지로 요약되었다.
첫째, 관리비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내가 벌어가는 부분의 20퍼센트가 넘는건 너무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얘기했다.
둘째, 출근날짜를 하루로 조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하루라는 조건하에 입사하게 된 것이니까
셋째, 토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아이들 시간표를 조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모든 것이 내 스타일로 수렴되지 않으니 계약서를 파기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국장은 “선생님, 그건 너무 무책임한 것 같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뜻을 잘 알아들었으니, 지점장과 잘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마무리를 짓고는 다음날 지점장이 나를 비롯한 공부방 선생님 둘을 불러 앉혔다.
“이제부터 논술하는 친구들을 선생님 두 분이 맡아주셔야겠습니다.”
나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공부 방 교사를 하고 있는 두 명의 선생님에게.. 논술반 아이들을 위임한 것이다.
내게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힘들고, 내가 관리비를 대신 낼 수도 없는 형편이니 선생님이 그렇게 관리비에 대해 못 내겠다고 주장을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을 포기하겠습니다. ”
정말 기가 막힌 결론이다..
나도 이대로 넘어갈 순 없었다.
“내가 관리비를 못 내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일정금액에 도달할 때까지만, 아니면 2개월 동안만이라도 감액을 해 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문제였나요? 처음부터 모르고 들어온 부분이고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월급에서 20프로 이상을 관리비로 내야 한다는 것이 힘들어서 부탁드린 겁니다. 그렇게 얘기하신다면 뭐 제가 그만 두면 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지점장은 얘기한다.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위약금 50만원을 내고 퇴사하던가, 아니면 그냥 관리비를 내고 애들을 가르치던가, 그것도 싫으면 위약금 내지 말고 버티면서 그만 두던가... 이렇게 3가지 방법이 있지요. 물론 저야 그중에서 제일 안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두 번째 방법으로 결론을 낸 것이구요.”
지점장의 얼굴이 정말 보기 싫었다.
“결론은 내가 냅니다. 생각을 해보고 월요일날 결정해보겠습니다.”
나는 가방을 둘러매고 서둘러 공부 방을 나와 한숨을 쉬며 여러 가지 방법들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억울하고 분했지만 참고 버텨 보기로 결정했다.
관리비 10만원을 내고, 3월의 마지막 주를 견뎌내고, 다시금 시작된 4월...
회비가 걷히지 않은 아이들의 회비로 총 225000원 대납을 했다.
대납을 하지 않으면 월급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게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약관 대출을 받아 대납을 했다.
정말이지 비참한 현실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한심해 보일 수가 없었다.
조카 대학 보내느라 있는 돈 없는 돈 다 해 줬더니만...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는 현실이었다.
그렇게 4월을 시작했지만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중간에 수업을 그만 두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을 “휴회”한다고 한다.
휴회한다는 형제 2명이 있었는데 휴회사유서를 써서 내라고 하는 지점장에게 서류를 들고 갔더니만 서류를 밀어내면서 “이렇게 작성하는게 아니죠” 한다.
다시 써 갔더니 연필로 찍찍 긋더니만 알았다고 한다.
얼굴을 올려쳐버리고 싶은 심정을 참고 아이들 수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해야 하는가? 먼저번에 지점장이 얘기했을 때 그만뒀어야 하는건데...
나는 이를 악물고 간신히 4월달을 버티어 냈다.
그러던 중 한가지 사고가 일어났다.
논술 방에서 논술학습지를 풀고 있던 2학년 남자아이와 3학년 여자아이가 싸움을 한 것이다.
내가 잠시 화장실 다녀온 틈에... 얼굴을 꼬집어 놓고, 머리카락을 뽑아놓았다.
그 상황을 보고 너무 놀란 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지금 대체 뭐하는 거야?? 여기서 싸움하는 거야? 둘다 반성하고 있어”
이유를 묻고 싶지 않았다.
나름대로 서로 이유가 있었겠지... 아니 사실은 안봐도 알 것 같은 상황이었다.
다른 아이들이 얘기하기를
“2학년이 3학년한테 덤볐어요”
그랬기 때문에 대충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영업과장과 지점장을 호들갑을 떨며 얼굴에 상처가 난 2학년 아이를 챙겨주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머리카락이 뽑힌 3학년 여자아이가 더 걱정이 된다.
평상시 수업을 열심히 했던 아이다..
얼마나 아팠을까.. 살짝 안아주며 ‘미안하다’고 해줬다.
2학년 남자아이에게는 연고를 사다 발라주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죄송합니다..지금 아이 얼굴에 상처가 나서 연고를 발라줬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아이들끼리 싸움을 했는데요.. 제가 없는 자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을까.. 2학년 남자아이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아니, 공부방에 보냈으면 선생님이 애들을 잘 보살펴야지.. 이렇게 해 놓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예, 아버님 정말 죄송합니다.”
어쩔수없이 계속 죄송하단 말만 되풀이해야 했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낸 후 다음날 아이들을 보았는데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설움이 북받쳐 화장실에서 남 몰래 울고 나왔다.
그리고 나는 결심을 했다.
여기를 다닐수가 없다고...
두달만의 짧은 여정에서 탈락하고 만 나는 결국에 내가 사 놓은 책상과 의자를 뒤로 한 채 그 곳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버텨냈다.
며칠후 새로온 지점장이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퇴직 처리를 해야하는데요..알고 계시지요? 위약금 50만원을 입금시켜주셔야겠네요”
너무 웃겼다.. 무슨 위약금?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거기서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는데... 게다가 제가 사 놓은 책상 의자까지 다 두고 나왔어요.. 처음부터 속아서 갔으니 계약서를 철회해 달라고 했을 때 해 주시던가요..
이제와서 나몰라라...무조건 저의 책임이라는 말씀은 곤란한대요”
지점장은 다시 한번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런 회사와 내가 어떤 식으로 처리를 해야할까?
나는 너무나 고민이 많고 머리가 터질 듯 하다.
나처럼 계약을 포기한 선생님들에게 전화를 해봤더니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하는데...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여전히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려서(위염 ) 사는게 힘들다.
그런데 견디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술을 마셔 대서 생활이 너무 황폐해진 느낌이다.
그 회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