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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널 잃은 게 실감이 안나...

이현 |2006.05.21 09:36
조회 1,214 |추천 0

5월6일 이른아침...

엄마는 그렇게 널 처음 알았단다...

생리가 조금 늦어진다 싶기는 했지만 임신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어...

엄마가 아빠를 만나기 전엔... 정말 나쁜 사람이였거든...

그래서... 이런 말 정말 정말 무책임한 말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임신이란 큰 축복 엄마에겐 없을 줄 알았어...

테스터기를 산것도 혹시나... 정말 혹시나 싶어서...

전날 음주를 한것도 니가 엄마 뱃속에 있을꺼란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 그래서 그런거야...

테스터기 결과보기 전에 샤워를 한 다음에 무심코 집어들었는데...

줄이 두개가 보이더라... 믿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테스터기를 한번 더 해볼까 하다 바로 병원엘 갔어...

널 초음파로 볼수는 없었지만 니가 있다는 게 확실하다고 하네...

놀랐어... 너무 많이 놀랐어...

사실...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어리거든...

엄마도 학생이고, 아빠도 학생인 22살 동갑내기야...

그래서 아직 널  낳아서 키울 준비도 안된 상태였어...

엄마랑 아빠는 서로 많이 사랑해...

앞으로의 미래라는 걸 쉽게 장담할 순 없는거지만...

5년후쯤 아빠가 졸업하고나서 군대까지 다녀오면...

그때 같이살자고 얘기했었어...

임신이란 사실을 엄마 혼자 병원까지 가서 확인하고

그날 저녁 아빠한테 이야기를 했어...

바로 어떻게 할건지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엔

너무나 앞으로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에

엄마도 아빠도 쉽게 얘기를 꺼내지는 못했어...

사실 엄마는 임신이란 축복이 나에게도 올꺼란 생각말자고

아빠한테도 난 임신 못할꺼 같다고 그랬으면서도

혹시나 하게 된다면이란 가능성을 버리지 못했었나봐

그래서 평소에 만약 임신이 된다면 이러 저러하게 하자...

이런식의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거든...

근데 그런 생각 다 필요 없더라...

그건 어디까지나 현실이 아닐 때의 생각일 뿐...

내 일이 되고, 현실이 되면 그냥 백지더라...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키울 능력이 안되면 지우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거든...

근데... 너무 키울 능력이 안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엄마 뱃속에 있을 우리 아가 생각을 하면...

엄마 수술 못하겠더라...

아빠한테도 그렇게 말했어... 못지우겠다고...

근데 아빠는 엄마보다 더 많이 무서웠나봐...

낳자는 소리는 못하더라...

그렇다고 지우자는 소리도 쉽게 못하고...

그냥... 못키운다고... 능력이 안된다고 그 소리만 하더라...

사실 아빠가 아직 많이 애기거든...

능력이 안되는 건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여서 엄마도 탓하지 못했어...

그래도 서운했던 건 사실이였어...

엄마는 엄마보다도 아빠가 널 좋아할 줄 알았거든...

8일날 아빠랑 같이 다시 병원에 갔어...

근데 그때도 널 볼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정상임신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에 엄마 정말 많이 걱정했어...

일주일 기다려보자고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더라...

널 보지도 못한 상태였기에 니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지...

근데 정말 웃긴 건 뭐냐면...

엄마 뱃속에 있을 니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다이어트 하려고 운동하던 강도도 반으로 줄이고,

녹차 그렇게 좋아하는 데 한잔도 안마시고,

신호등 지켜 건너고, 뛰지 않고, 좋은 음식만 먹고,

잠도 많이 자고, 놀라면 손이 배에 가는거야...

그동안 엄마는 엄마 입장을 대충 정리했어...

당장 다음학기 휴학을 해야하고,

다시 복학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엄마의 부모님을 많이 실망시키고,

너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좋은 것만 입힐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널 낳고나서 후회할지도 몰라...

많이 힘들꺼니까... 정말 많이 힘들꺼니까...

그래도 널 지켜주기로 결심했어...

널 지우고나서 더 많이 후회할것 같았고,

엄마는 아빠랑 오래 만나고 싶었거든...

널 지우면 아빠를 보지 못할 것 같았어...

그리고 힘들뿐이지 굳이 널 키우지 못할 이유는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고,

너에게 무책임할 수 없으니까...

우리 아가가 부족한 면이 많은 엄마지만... 그래도 엄마 찾아왔으니까...

엄마가 우리 아가를 지켜줘야하잖아...

사실 그때까지 아빠랑 몇번 목소리 높인 적 있었어...

아빠는 졸업하고 군대가면 그때 엄마 혼자 널 키워야 하는 것도 싫대...

아직 준비도 안되어있고...

엄마는 일단 그럴 때마다 그랬어... 결과 나오면 다시 얘기하자고...

그래도 아빠가 그동안 엄마 먹고 싶은 거 다 사다 먹이고,

엄마 옆에서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지켜줬어, 엄마두 우리 아가두...

엄마 무리안하게 많이 도와주고 그랬어...

5월15일... 정말 걱정스러웠어...

근데 초음파로 드디어 니가 보이는 거야...

정말 조그만한게... 엄마 너무 기뻤다...

그날 다시 이야기 했어... 이날 정말 많이 엄마 목소리높였는데...

또 울기도 했는데...

우리 아가 많이 놀랐을 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힘들어도 널 지켜주려고 하는데...

아빠는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늘 말해왔으면서도...

왜 엄마랑 널 지켜주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지 너무 서운한거야...

사실 엄마도 아빠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무서운 거... 정말 이해할 수 있는데...

엄마는 그런 거 각오도 다 되어있었거든...

근데 그 각오에는 아빠가 함께라는 전제였어...

엄마와 너 단둘이면... 인정받기 힘드니까...

그래도 엄만 널 낳을 생각이였다...

엄마 많이 힘들어도 너 웃는거 보면 후회안할 것 같았어...

아빠가 이날 그러더라...

낳자고... 힘들어도 낳자고...

많이 고생하겠지만... 널 낳자고...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후회안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러면서 엄마 배도 처음으로 만져보더라...

그리고... 다음주에 병원갔다가 우리 아가 꼬까신도 사준다 그랬어...

사실 엄마... 너한테 아빠 못만들어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너한테 엄마, 아빠 모두 있게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어...

 

그런데... 다음 다음날이 5월 17일...

점심때 아빠랑 같이 있었어...

아빠가 전날 밤에 잠을 한숨도 못자서 많이 피곤해했어...

엄마는 오후에 수업이 하나 있어서...

출석부를 때 대답만 하고, 아빠랑 같이 나오려고 했었거든...

그래서 아빠랑 같이 가자고 막 깨웠어...

근데 아빠가 피곤해서 일어나질 못하는거야...

그래서 서운해서 혼자 학교를 가는데...

수업 전에 잠시 화장실에 갔었지...

근데... 옅은 피가 비치는 걸 봤어...

엄마 너무 놀라서... 안된다는 말만 반복했었어...

아빠한테 전화를 하고, 택시를 잡아타고 아빠랑

학교 근처 병원앞에서 만났어...

유산기가 보인다 그러더라...

내일 다시 원래 다니는 병원으로 가보라고...

근데 너무 출혈이 많거나 배가 심하게 아프면

아무때라도 병원으로 가보라고...

그래도 초음파로 널 봐서 안심이 됐어...

엄마, 아빠가 미웠어...

학교 같이 와주지 않은 것땜에

마음상해해서 너한테 영향준거같아서...

낳자는 말 너무 늦게 해서...

엄마 마음고생한 것땜에 그런거 같아서...

이날 저녁에 엄마가 너무 많이 아팠어...

아빠랑 밤 10시30분쯤 응급실엘 갔는데...

애기집 모양이 일정하질 않고, 밑으로 내려와 있었어..

유산하는 과정같다고 그러는 거야...

그래도 엄마는 널 봤어...

다음 날 아침 다시 병원엘 갔는데...

어젯밤에도 엄마가 널 봤는데...

니가 안보이는 거야...

믿어지질 않았어...

분명히 있었는데... 없었어...

 

엄마... 태명도 아직 너한테 못지어줬잖아...

다음주에 아빠가 병원갔다가 우리 아가 신발 사준다고 했잖아...

엄마 너한테 해준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엄마는 너 심장소리도 못들었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니...

13일밖에 안됐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에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거 니가 알려줬잖아...

엄마가 힘들어도 너 지켜준다고 약속했잖아...

많이 힘들었니...

엄마가 너 많이 불안하게 했니...

아빠가 너 미워하는 것 같아서 간거니...

아닌데... 아빠 우리 아가랑 엄마랑 행복하게 해준다고

돈 많이 번다고 그랬어...

아빠가 우리 아가 먹고 싶은 것도 만들어준다 그랬고,

뜨개질해서 옷도 만든다 그랬어...

엄마, 우리 아가가 엄마한테 와준 게 얼마나 고마웠는데...

이제야 겨우 엄마 아빠 노릇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니...

니가 엄마를 찾아 온 사실도 안 믿겼는데...

니가 엄마를 떠나 간 사실은 더 안믿긴다...

자연적으로 생리하는 것처럼 없어지는 거라 그러더라...

엄마는 소파술을 할 필요도 없대...

며칠이면 니가 없어질꺼래...

 

우리 아가가 너무 착해서...

엄마랑 아빠랑 힘들까봐... 고생할까봐 스스로 간거니...

돈 많이 들까봐... 엄마 몸 많이 아플까봐...

별도로 수술안해도 되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라져가는거니...

엄마 아직도 출혈이 안 멈춰...

출혈있을 때 마다 많이 아파...

니가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만 같아서...

자꾸 눈물이 난다...

우리 아가... 엄마 뱃속에서 많이 아프진 않았니...

엄마 성당가서 기도했는데... 

널 다시 오게 해달라고...

니가 다시 오면 그땐 엄마라는 이름 부끄럽지 않게

널 꼭 지켜주겠다고,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그러니까 그때까지 다른 엄마한테 가지말고...

엄마 뱃속 모습 잃어버리지 말고, 기억했다가...

다시 한번 꼭 엄마한테 와달라고...

이런 기도 할 자격조차 있는 지 모르겠지만...

니가 다시 엄마에게 오기를...

너의 엄마일 기회를 한번만 더주면 안되겠니...

우리 아가... 천사같은 우리 아가...

엄마도 아빠도 널 잊지 않을게...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맙고,

지켜주겠다는 약속 지키지 못한거 미안하고,

널 많이 사랑했어 아가야...   

우리 아가...

내 아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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