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는 바빠질거요. 앞으로 두달 보름 밖에 안 남았으니까.. 드레스도 맞추고,, 우리 반지도 보고,, 또.. 내일은 본가에 가서 할머님 할아버님께 정식으로 인사도 드립시다."
맥주를 사들고,, 서로의 손을 잡고,,
괜시리 성하의 오피스텔 주위만 여러번 돌던 우리의.. 침묵과 평화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로 인해 깨져버렸다.
"당신이 내키지 않는다면 나 혼자 가겠소."
굳어져버린 내 표정을 보고.. 그는 그렇게 생각 했겠지만…
사실은.. 지금 이 순간.. 너무도 간절히..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아뇨. 그런거 아니에요. 저도 당연히 인사 드려야죠. 내일 같이 가요."
웃으며 말했지만,,, 눈치빠른 그는 벌써 알아버렸나보다.
"내일 병원에 연락해서 언제쯤 방문하면 좋을지 알아보겠소. 나도 장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려야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장모님]이란 어감이… 매우 듣기 좋다.
"당신 그거 알아요?"
내 말에 그는.. 눈썹만 치뜬채 눈으로 물어오고…
"당신은 내가 매일 매일 바라던…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항상 꿈꿔왔던 나의 왕자님 같아요…
나에게도 행운이란게 있다는 걸.. 알게해줬어요… 동화속에서 처럼.. 그 끝이.. 마지막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어요. [… 그래서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
우리.. 이렇게 될수 있겠죠…? ...당신을.. 사랑해요."
난… 고백을 끝으로… 그의 단단한 팔안에 갇혀버렸다.
숨조차 쉴수 없을 만큼 강한 힘으로 조여오지만… 그의 품이라면… 언제까지고… 평생을…
갇혀 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 갇혀 있는게 아니라,, 그는 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세상의 모든 악으로부터 날 지켜줄테니… 그 무엇도 겁날게 없다.
그 어떤 일에도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다.
내 곁에는.. 내 뒤에는… 내 앞에는… 언제나 그가 있을 테니까…
"나도.. 나도 당신을 사랑해. 지금 이순간.. 앞으로도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할꺼야."
그의 속삭임이.. 내 안에 사랑과 희망을 불어넣어…
날.. 눈앞의 거대한 빌딩보다 더 높이… 날아오르게 한다.
성하는 조심스레 입술을 떼고… 양손으로 그녀의 붉게 물든 볼을 감싸.. 빨갛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입술을.. 엄지로 가만히 쓸어내렸다.
지금 이 순간이.. 정말 현실인지… 깨고 나면 너무도 지독해져버릴 꿈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앞으로.. 너만 보면 키스할지도 몰라."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응."
들려오는 대답에 기쁨을 감출 수 없어.. 다시 한번 짧게..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널.. 욕심낼지도 몰라."
"응."
이번엔 가슴이 벅차오르고,, 용기란 녀석이 한층 거만해진다.
"내가 싫지 않다면… 내 키스가 좋다면.. 천천히.. 내게 다가와 줘. 아니 그냥 이대로.. 날 밀어내지만 말고 내 앞에 있어줘. 응?"
바보!! 바보녀석!!
강하게 나갔어야 하는데.. 날 좋아해 달라.. 사랑해 달라.. 그렇게 말했어야 하는데…
거만해졌던 녀석은.. 어느새 힘을 잃고 뒤로 숨어버린다. 젠장..!!
바보.. 너 참 바보다..
내가 널 사랑하는 것도 모르고…
자신이 한 말에 혼자 얼굴 붉어져,, 고개도 들지 못할 만큼… 바보다 너..
이제.. 니가 내게서 등돌리면 나.. 살아갈 수 없을것 같은데…
너무도 멀리 와버려... 내마음.. 돌릴 수 조차 없는데…
나만의 외사랑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슬며시 장난스런 표정이 지어진다.
"너.. 니네집에서 애정행각은 금물이라며..?.. 우리오빠랑 란아 언니는 쫓아내 놓고.. 이래도 되는거야?"
"어..?"
킥… 천하의 김성하가… 평소엔 무뚝뚝하고 차갑기 그지 없는 김성하가…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다는거… 나한테만은 따뜻하고… 내 못난 성격 다 받아 준다는 거… 이세상 누가 알까..?
그가… 모나고 공격적인 나를… 둥굴게… 부드럽게 만든다는 걸.. 이제는 안다.
흠.. 이남자… 그만 애태울까…?
"피식.. 사실…"
그때 한 쌍의 닭살 커플이 요란스레 문을 열어제끼며 들어서고…
"어우~ 김비서님!! 여기 편의점이 너무 먼거 있죠?"
"좀 늦었다."
응…? 좀 더 애태우라는 신의 계시인가…?
"뭐야!!! 바로 코앞이구만!!! 어??!! 맥주는 또 왜 이렇게 미적지근해??!! 둘이 공장이라도 다녀왔어요?!"
그의 괜한 툴툴거림에 우리는 한바탕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간단히 씻고,, 그를 본다는 기쁨에 문을 활짝 열어제끼는데…
눈 앞에 빨간 장미가 보였다.
이건… 또 뭐야..?
조심스레 장미꽃을 안아들고… 천천히 세어보았다.
….73,74,75,76…. 76송이…
설마… 이 꽃으로 매일 아침 카운트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어휴~… 왜 아니겠어…?!!
눈을 굴리며 한숨을 쉬어 보지만,,, 사실..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어느새 입가엔 함박웃음이
새겨져 있다.
이러다간 결혼식도 치르기 전에 온 방안이 장미꽃으로 뒤덮여져.. 들어갈 틈도 없겠어..!!
뭐.. 그럼 그의 방에서 자지 뭐… … 엉?!!! 어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혼자 생각하고 혼자 화끈거려..
누가 볼새라 주위를 둘러보며 후다닥 방으로 들어와 장미꽃을 꽃병에 꽂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을 정리하는데.. 불현듯 든 생각은 나도 어쩔 수 없다.
정말.. 내 남자지만.. 너무 멋있다니까… 풋~!!
잠시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1층으로 내려섰는데… 기다리는건 식탁위에 덩그라니 놓여있는 밥상과,, 그의 메모 뿐이었다.
[오늘은 너무 바빠서 새벽에 출근하오.
11시쯤 올테니 시간맞춰 준비하고 있어요.
이따 봅시다. 내사랑.]
달랑 세 줄 뿐인… 너무나 간단한 메모였지만,,,
이 작은 종이에 그의 사랑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심장이.. 조금씩 크게 울리고 있다.. 점점… 더 크게..
그 메모를 소중히 접어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고..
식사를 하려 자리에 앉았지만.. 그가 없는 이 식탁은 썰렁하기 그지없어…
내 입맛마저 앗아간다.
밥 먹기를 포기하고.. 예은이에게로 향했다.
예은이에게 할말도.. 물어볼 말도… 부탁할 말도… 너무나 많았기에…
"저기.. 예은아.. 자니?"
"응? 아니.. 들어와."
그녀의 방으로 들어서니…
언제 일어났는지.. 침대 머리맡에 등을 기대고 앉아… 무언갈 만지작 거리고 있다.
또… 저 넥타이 핀…
휴… 아직도 잘 안 풀렸나…?
그날..둘이... 분위기가 좀 묘해 보이던데… 내가 잘못 본건가…?
"뭐하고 있었어..?"
"그냥.. 이런 저런 생각.."
하지만 그녀는 평소와 다른…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부터 우러나오는 진한 웃음으로… 깊이 패인 보조개를 만들어 보이며… 상큼하게 웃어보인다.
"음… 김성하씨 생각?"
"어.. 어?!!"
킥.. 딱 걸렸어…!!
대번에 표정의 변화를 일으키며.. 당혹스러워 한다.
"왜..? 김성하씨랑 잘 안돼?"
"무슨… 뜻이야?"
"너랑 김성하씨 서로 좋아하는 사이 아니야?"
"언니.. 넘겨 짚는거야? 아님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당연히 진심으로 하는 말이지!!"
잠시 망성이던 그녀는…
"어떻게.. 알았어?"
머뭇거리며 말했고…
"딱 보니까 너랑 김성하씨…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요상하던걸…?"
"언제 알았어?"
"음.. 둘이 한자리에 있는 모습을 처음 봤을때부터…"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희안하다는 듯 말한다.
"정말…? 난 얼마전에야 내 마음 알았는걸? 성하의 마음은 어제 겨우 알았고…"
"으이구.. 둘다 둔하네 정말.. 그나저나 어제 알았다면..? 둘이 잘 된거야? 어머!! 정말 잘 됐다!!"
"언니!! 좀 조용히 해.. 근데.. 설마.. 우리 오빠도 알아?"
얼굴이 벌개지며 안절 부절 못하는 예은이.. 너무도 귀여워 죽을 지경이다.
"아니? 불행하게도 너희 오빠마저.. 둔한것 같아.. 아직 몰라."
"음.. 그럼 아직 오빠한텐 말하지 말아줄래?"
"왜? 이런 경사스런 소식을 왜 숨겨?"
"아직.. 내 마음은 성하에게 말 안했단 말야."
"어? 왜 말안했어? 사랑은 표현 할 수록 좋은거야.. 빨리 알 수록 더 좋은거고… 튕기다가 끊어지는 수가 있다 너? 어휴.. 암튼 너무 잘됐다. 둘이 너무 잘어울려.."
진심을 담아 그녀를 안아주었다.
"고마워…"
"저기.. 근데.. 예은아…?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아니 부탁이 있어.. 이 말 듣고 니가 기분 나빠 하지
않았으면 해.."
"뭔데 그래? 이거... 서두부터 불안해 지는걸?"
"저기… 있지…"
"기분 나빠 하지 않을테니까… 빨리 말해.. 답답해 죽겠다."
"예은아.. 너… 물리 치료 받아보지 않을래?!!"
눈을 꼭 감고 총알처럼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반응이 없다.
슬며시 눈을 떠 그녀를 바라보니…
예은이는 슬픈 표정으로… 쓴 웃음을 지으며…
"언니가 내 생각 해주는건 고마운데… 나.. 자신 없어.. 예전엔 내가 못 할 일이란건 이세상에 없다고
자신 했는데…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다고 생각해.. 나.. 참 바보같지..? 그래.. 나도 알아.
나.. 바보가 되어버렸다는거… 나..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이.. 1% 밖에 안돼.. 확실하지도 않은 수치로
괜한 도전했다가.. 다시 절망하고 싶지 않아.. 고생하며 울부짖다가… 포기해야 하는일… 겪고 싶지
않아.. 나.. 무서워.. 그래서 못하겠어…"
"예은아.. 1%의 희망도 없던 사람이 걷는 경우도 있어.. 힘들겠지만.. 어렵겠지만.. 난.. 노력한다면..
피눈물 흘리며 고생한다면.. 못 이룰것이 없다고 봐.. 너 힘들어 하는거.. 다시는 못 보겠어서.. 너희
오빠.. 성하씨.. 아무말도 못하고 지켜봤던거 알아..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설사..
니 노력의 끝이.. 지금과 같은 결과일지라도.. 해보지 않고 허송세월 보내는 것보다.. 더 값질 거라
생각해.. 그런 치료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는 거 알아.. 그렇지만 너.. 김성하씨랑 나란히 걷는거..
김성하씨랑 춤추는거… 당당히 결혼식 올리는거.. 해보고 싶지 않아? 예쁜 사랑 하면서.. 너랑 김성하씨 아이 낳고.. 온 가족이 손잡고 놀러 가고 싶지 않아?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자… 난.. 너라면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있는 힘껏 노력하고.. 기적을 바라는 건.. 뻔뻔한게 아니라고 봐..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 우리.. 기적을 만들어보자.. 예은아… 부탁이야.. 응?"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두 주먹을 있는 힘껏… 부르르 떨릴만큼 세게 쥐더니… 이내 고개를 들어
당당한 표정으로 날 향해 말한다.
"바보.. 언니.. 그런건 부탁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야.. 날 위해서 하는 일인걸…? 사실.. 나.. 미치도록
무서웠어..겁이나고.. 두려웠어.. 또 다시 2년전의 그날을 겪게 될까봐..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판정을… 못 박은듯.. 확인하게 될까봐... 하지만.. 그보다 더 미치도록.. 걷기를 원해.. 그와 나란히 걷고.. 결혼하고.. 내 아이.. 그와 나의 아이를 원해.. 나.. 이런 마음만으로도 할 수 있을까…?"
예은이의 눈에서 떨어지는 한 줄기 눈물을 닦아주자…
이번엔 내 눈이 이어 달리기를 한다.
"당연하지.. 넌 할수있어.."
"언닌.. 참 이상해.. 여지껏 아무도 할 수 없다 여기던 일을.. 나조차 포기했던 일을… 금세 가능한 일로 만들어.. 정말.. 내가 걸을수 있다고 믿게 만들어.. 어쩜.. 난.. 누군가 내게 이 말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몰라… 정말.. 고마워 언니.."
나를 안아오는 그녀의 손이.. 그녀의 품이..
지난번 김하민의 본가.. 베란다에서 안았던 것처럼.. 나로인해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
으아아~ 저 정말 늦었어요..
엉엉...
저 이만 퇴근 할께요..
헤헤 인사는 간단히 하고.. 수욜날 뵈요!!
열분들 안녕~!!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