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왔습니다. 엄마!
엄마가 창가에 멍하니 앉아 있다. 왜그러시지? 무심코 달력을 보니 오늘은 10월 15일!
바로 그날이다.
하루종일 엄마를 아무일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날!
꽤 시간이 늦었데도 아빠는 아직 들어오시지 않고 있다. 또 어디서 술을 드시고 계시겠지? 아빠는 이날만은 꼭 늦게 들어오신다. 일 때문에 늦으시는거 빼곤 항상 집밖에 모르시던분이. 일부러 이날만은 엄마에게 하루의 시간을 온전히 주려는 것처럼!
엄마는 그 남자 생각을 하고 있다. 15년 전에 죽은 그남자!
내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그남자!
제기랄!
#15년전
-어디로 모실까요?
-서울지검이요!
빽밀러로 날 보는 아저씨의 시선을 느낀다.
-혹시 검사신가요?
-네
갑자기 날보는 눈빛이 난처한 눈빛으로 바뀐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새삼스레 안전벨트를 맸는지 확인하고..'참 내가 교통경찰인가' 갑자기 신호등은 있는 데로 다 서고..
'이아저씨 왜이렇게 오바야? 늦어죽겠는데..'
난 5년차 검사다. 그동안 강력계 검사로서 안해본 일이 없다. 내가 잡아넣은 폭력조직 두목만 10여명! 난 이제 마음이 너무 단단해졌다. 왠만한 협박, 남자의 기세에 눈 하나 깜작 안한다. 이걸로 능력을 인정받아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은 했지만 그대신 난, 이제 사랑을 할 수 없게 돼버렸다. 도저히 남자를 사랑해지지가 않는다. 눈앞의 모든 남자는 나에게 쩔쩔 매고 꼼짝 못하는 시시한 인간들일 뿐이다.....
난 이제 아예 사랑을 체념했다.
회사 입구에 들어서니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많다. 난 입가에 형식적인 미소를 띄우고 예의상의 인사를 건넨다.
수위아저씨부터 청소부아줌마. 부장검사선배. 후배, 기자들 그리고
동기!
모두 내 마음에 어떤 동요도 일으키지 못하는 그저그런 사람들이다.
'휴! 이제야 방까지 왔다. 정문에서 방까지 곧바로 오는 통로는 없나. 왜이렇게 사람들 만나는게 귀찮지.'
그리고 무심코 방문을 열었다.
#
난 지금 1시간째 정문을 응시하고 있다. 드디어..
저기 온다. 그녀가 온다.
약간 늦었는지 종종 걸음으로, 하지만 도도한 자태로 나의 사랑스런 그녀가 멀리서 오고 있다
오늘도 깔끔한 정장 차림에 곱게 묶은 머리. 유난히 하얀블라스가 그녀의 피부만큼이나 빛난다.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띄운채 그녀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제 곧 내차례다. 떨린다...
-왔어? 최검사
-어. 민석씨 좋은 아침이야.~
-연희야?
-왜?
-훗, 오늘도 즐겁운 하루 보내.
너무 일상적이지만 숨막힌 3초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난 오늘도 뒷말을 홀로 삼키고 말았다..
'연희야
사랑해'
#
-검사님! 김상현이 데려왔습니다.
-그래요?
'드디어 잡았다! 2년동안 공들여 왔던 놈! 그동안 내마음을 얼마나 애태웠냐.'
폭력조직서울파 두목 김 상현! 2년전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조직폭력간에 대대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3명이 칼에 맞아 죽고 여러명의 부상자를 낸. 물론 조직간의 구역 다툼이었다.
곧바로 배후인물로 김상현이 지목됐지만 그는 어디론가 꽁꽁 잠적해 버렸다. 대대적인 인원을 동원해 잡으려고 애를썼지만 다 헛수고였다. 그러다 이번에 정말 어렵게 잡는데 성공했다.
'김상현 잘만났다 넌 이제 사형감이야.!'
왠지 모를 묘한 설레임을 느끼며 연희는 상현과 맞딱드렸다.. 순간 연희는 갑자기 화면이 정지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당황해 하고 있을 때.
-검사님.. 전 나가보겟습니다."
교도관이었다.
-네 그러세요.
연희는 최대한 심드렁하게 마치 그전의 범죄자들을 대하는 것처럼 보이려 애쓰며 말했다. 그때까지 연희는 왜 자기가 그냥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이려고 애를 써야 했는지 알지 못했다.
매끄러운 콧날, 남자답게 잘 깍여진 턱, 붉은 입술... 연희는 잠시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채 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훓어보고 있었다. 한번도 남자의 얼굴을 이렇듯 자세히 본적이 없었던,,아니 남자의 얼굴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연희는 갑자기 고개를 드는 그의 눈과 마주쳤버렸다.
그 깊고 큰 눈과...
'뭐야 최연희 정신차려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는거야. 저사람은 범죄자야. 니가 지금까지 그렇게 잡고 싶어했던.. 자자 생각을 정리하자구..
근데 ...저..남자...
정말 잘생겼잖아... 제기랄!'
상현의 입꼬리가 약간 올라간 것을 보고 난후에야 연희는 그전의 도도한 검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뭐야 너 지금 나 비웃엇지?
-아닙니다.
-뭐가 아니야..너 주제도 모르고 감히 검사를 비웃어?
야 니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몰라?
'그래 그렇게 하는거야 최연희 잘하고 있어..'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검사님 우리 어디서 본적 없습니까? 낯이 많이 익는데.
혹시 영등포 사시지 않으셨습니까?
-나 너같은 범죄자랑 상종한 적 없어..이게 어디서 개수작이야?
-훗 검사님 얼굴과는 다르게 입이 많이 험하십니다.
검사님 저 다신 밖에 못나가리란거 알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걸 포기했습니다.
그러니까. 살살하십시오.
모든걸 다 순순히 자백할테니까.. 괜히 힘뺄 필요도 없습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취조는 너무 싱겁게 끝이났다. 다른 범죄자들처럼 끝까지 발뺌을 해서 밤새도록 했다, 안했다 시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었고 윽박지르거나 소리지를 필요도 없었다. 그는 모든걸 체념한 사람처럼 그렇게 담담하게 모든 걸 시인했다. 그것의 댓가가 뭔지 알고 있으면서도..
연희는 이상하게도 기쁘지가 않앗다. 그렇게 골머리를 썩혀오던 사건이 이제야 완전한 자신의 승리로 끝날 판인데, 연희는 왠지 이승리가 아쉬었다. 뭔가 더 있었으면.. 그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해줬으면..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혼란스런 감정을 애써 정리하고 연희는 이제, 아쉬운 그를 보내주려한다.
-오늘 취조는 끝났어. 내일 다시 이 시간에 오도록 해.
-저기 검사님.. 주제넘지만 한 마디만 해도 될까요?
-뭔데
-그렇게 머리 묶으시는 것 보단 풀어내려서 반만 삔으로 꽂으시면 더 이쁠실것같은데요.
-뭐? 너 정말 주제넘구나..니가 뭔데 내머리가지고 풀으라 마라야.
연희는 거칠게 전화기를 들었다.
-교도관. 취조 끝났어요. 어서 데려가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아, 름, 다, 운 검사님!
#
오늘 술한잔 할래?
뜻밖에 연희의 전화였다. 민석은 30분째 설레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있다.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술을 먹자는 전화를 받았다. 동기란 이름으로 5년동안 함께 지냈지만 그녀는 한번도 민석과 단둘이 무엇을 한 적이 없었다. 아니 그녀는 아예 남자와 같이 무엇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민석에게 술을 먹자고 제안했다.
민석은 그것이 너무 감격스러워, 또 곧 다가올 그녀와의 만남이 너무도 설레어 지금 몹시 흥분돼 있다.
'갑자기 나에게 왜 술을 먹자고 했을까?
혹시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
민석은 자신의 생각을 어이없어 하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 이유없이, 그냥 심심풀이 땅콩삼아 자신을 선택했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녀의 시간중에 어느 한순간 자신 생각을, 아니 자신을 떠올렸다는 것만으로도 민석은 대 만족이었다.
-무슨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민석의 그녀였다.
-아니 생각은 무슨..
이전의 자신의 생각들을 철저히 숨기며 민석은 완전한 동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것이 그녀에게 가장 편한 그의 모습일 테니까.
한순간도 그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민석이었다.
-왠일이냐..니가 나한테 술을 다 먹자고 하고..처음이야.알아?
-훗..그랬나. 그냥 갑자기 술을 먹고 싶은데 니생각이 나더라고..
'고마워 연희야.'
-짜식 그래도 동기밖에 없지?
-그래그래..뭐좀 시키자..
그녀가 이렇게 술을 잘 먹었던가..민석은 새삼스레 그녀의 주량에 놀라고 있었다. 물론 회식때에도 술을 먹는 모습을 봤었지만 그녀는 항상 정량만 마시고 일어섰다. 어느 누구한테나 빈틈을 주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양볼이 빨개질때까지 술을 들이키고 있다. 민석은 이런 모습을 처음 보여준 남자가 자기란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다.
-민석씨 나 오늘.. 처음으로 이상한 기분을 느꼈어.
약간은 꼬부라진 말투가 그녀의 앵두같은 입술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다.
-하핫 무슨 이상한 기분을 느꼈는데..
-근데 이 기분이 낯설지가 않아.. 예전에도 느낀적이 있었던거 같애.
그 기분이 잠들어 있다가 갑자기 되살아난 거 같애..
-무슨 소리야..얘가..최연희 술 많이 취했구나.
-후훗..민석씨..내가..비밀하나 알려줄까?
'이제 비밀까지 얘기해 준다고..최연희 너 오늘 왜이래.. 날 왜이렇게 띄어주니..너 혹시 정말..'
-뭔데
민석은 이젠 아예 앞서가는 자신의 생각도 말리지 않는다. 아니 그생각에 도취되어 행복한 기분을 맘껏 누리고 있다. 무슨말을 해도, 등에 사마귀가 있다는 시시한 비밀이라해도..민석은.나두 널 사랑해..라는 말로. 받아들일 태세이다. 하지만 민석의 말투만은 심드렁한 동기의 정도를 넘지 않는다.
그녀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나 기억상실증에 걸린적이 있었다.
-뭐라고?
-거창한 건 아니구.. 고등학교때 잠깐 기억을 상실한 적이 있었어...반년동안!. 웃기지..딱 육개월간의 일들이 기억이 안나. 나중에 엄마한테 들은 이야긴데. 내가 그때 누굴 좋아했었던 거 같대.
때빼고 광내고 매일 누굴 만나러 갔다는 거야
그때만큼 내가 행복해 보인적이 없었대..
그런데 어느날..
그날은 무슨 특별한 날인지 한껏 치장을 하고 더없이 행복한 모습으로 나가더래
그리고 그날 밤 늦게 들어와서는 갑자기 한참을 울더래..무슨일이냐니까.. 아무말도 안하고..울기만하더래..
엄마는 그 남자친구와 뭐 속상한 일이 있었나보다 생각하고 더이상 물어보지 않앗대..
그뒤로 일주일동안을 밥도 제대로먹지 않고..울기만 하면서 앓아 눕더니 갑자기 누굴꼭 만나야 한다며..아침에나갔다가 저녁늦게 들어오곤 했대..
그러더니 어느날 밤..혼미백산한 얼굴로 들어오와서는...갑자기 이사를 가자고 그러더래..거기도 이사온지 얼마 안된지라...엄마는 그냥 살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완강하게 나오고 울며불며 매달려서. 결국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갔다는거야..
그리고 나서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대..
난 그 전에 살던 동네에서의 반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거야.
근데 민석씨.나..가끔씩 꿈을 꿔.행복한 모습을 한 내가..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떤 남자와 벗길을 깔깔거리며 걸어가는 꿈..아마도..내 잃어버린 기억속의 그남자 같애..내가 그사람을 무지 사랑했었나봐..느낌이 무지 좋아..나 매일..마음속으로 기도하는게 있거든..그사람..다시 만나게 해달라구..얼굴은 모르지만..내가 그사람을 알아볼수 있을 것 같애. 느낌으로 말이야...
근데..민석씨.나 오늘..나 오늘 있잖아..
그 사람을..그 느낌을.....
(만난 거 같애....어쩌지?)
-연희야..괜찮아? 정신차려...최연희
'최연희...너 지금 무슨말을 하는거야.. 그런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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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는 머리를 움켜쥐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일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민석씨랑 술을 먹은 꺼 까진 기억나는데..
'내가 무슨말을 햇지?
집에 민석씨가 데려다 줬나?
아! 머리야.이게 필름이 끊겼다는 거구나..'
한번도 이런일이 없었던 연희는 어제의 자신의 행동에 의아해할 새도 없이 서둘러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미리준비를 해놓은 깔끔한 정장에 평소와 같이 화장을 하고 평소와 같이 머리를 묶으려던 순간..연희는 그의말이 떠올랐다.
'그렇게 머리 묶으시는 것 보단, 풀어내려서 반만 삔으로 꽂으시면 더 이쁠실 것 같은데요.'
생각해보니 연희는 이제껏 자기가 그런 머리를 해본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왜 그동안 반머리를 한번도 안해봤을까?'
연희는 서랍을 뒤져 반으로 꽂을 수 있는 삔을 어렵게 찾아냈다. 약간은 묘한 기분을 느끼며 연희는 반으로 머리를 묶어보앗다.
'이렇게 하고 갈까?'
연희는 백을 들고 현관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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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검사님 머리모양 바뀌셨네요..훨씬 이뻐요..왜 진작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지나가는 사람마다 연희의 머리모양을 갖고 한마디씩 한다. 그도 그럴것이 연희는 한번도 머리모양을 바꾼적이 없었다..달리 누가 얘길 해준적도 없었지만 연희는 한번도 자신의 머리모양에 대해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다.. 아무리 무뚝뚝한 연희지만 사람들의 그런 소리가 왠지 싫지 않았다.
-어? 민석씨..안녕
기분이 좋아진 연희는 먼저 민석에게 말을 건다..
먼저 민석에게 말을 건 것이 처음이었다는 사실도 모른채.
-어 왔어?
-나 어제 술 많이 먹었지.. 기억이 하나도 않나. 민석씨가 나 어제 집까지 데려다 준거야?
-어
-그래..그랬구나.고마워..근데 민석씨 내가 어제 민석씨한테 무슨말 했어?
뭐라고 떠들었던거 같은데..도통 생각이 안나네..혹시 큰 실수라도 한 거 아니야?
-그런거 없었어..근데 연희야..오늘..머리모양 바뀌었네.
-어~ 그냥 해봤어..사람들이 자꾸.. 얘기하니까...쑥쓰러워 죽겠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너두
민석에게 철저히 무심한 연희는 그때 민석의 표정이 평소완 다르게 심하게 굳어져 있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
-검사님 김상현이 데려왔습니다.
연희는 아까부터 설레이는 가슴을 필사적으로 진정시키고 있엇다.
이제는 정말 진정시켜야 할때다..
진정시켜야만 한다..
'정신차려..최연희. 너정말 왜이래..'
문이 열릴 때 문득 연희는 자신의 머리가 떠올랐다. 문이 열리는 찰나와 동시에 연희는 머리에서 삔을 빼냈다. 그리고 머리를 하나로 잡아 책상서랍속에 있는 노란색 고무줄로 아무렇게나 묶어댔다. 1초도 안되서 일어난 일이었다. 연희도 자신의 순발력에 감탄이 나왔다.
다행히..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오늘도 그와의 취조는 싱겁게 끝이 났다. 증인을 만나 대조를 하고..그는 연희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지 다 맞다고 했다. 자신이 틀린말을 억지로 꾸민건 아니었지만 여느 범죄자들처럼, 자신들의 죄를 조금이라도 덜기위해 필사적으로 하는 부인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니가 그 사건을 지시했지?
-네 제가 했습니다.
-니가 그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했나?
-네 제가 했습니다.
그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하지 않았지? 라고 말해도 '네'라고 대답할까 궁금증이 들 정도로 그는 기계적으로 모든 혐의를 다 시인했다.
그가 자술서를 쓰는 동안 연희는 찬찬히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한층더 까칠해 보이는 피부..잠을
잘 못잤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또 고개를 드는 그 때문에, 그의 깊고 큰눈과 마주쳐 버렸다.
연희는 그가 눈치챌 정도로 심하게 눈을 피했다.
-검사님..
-..어?.
자신이 움찔한 것을 느낀 연희는 그도 그것을 눈치챘으리라는 것이 민망하고 챙피해 더욱더 쌀쌀맞게 말한다.
-왜불렀어..불렀으면 말을 해야될거 아니야..이새끼야.
-검사님..전 항상 불행하다고 느꼈는데. 그래도 말년에 하나님이 나한테 선물 하나 해주셨나봅니다. 이렇게 검사님을 만나게 해주신거 보면..
-무슨말이야..
-검사님..저 어제 잠을 못잤어요..다시 검사님을 보고 싶어서요..
검사님 힘들지 않게 순순히 다 자백을 하고 있지만 어쩐지 아쉬운 생각이 드네요..
빨리 끝낼수록 검사님을 못보는 것이요.
검사님눈엔 제가 간이 배밖으로 나온 미친놈처럼 보일 수도있어요.
하지만 저 이제 삶을 포기한 놈입니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뭐가 두려워 무슨말을 못하겟어요. 검사님
-너 정말 니말대로 미쳤구나..
-검사님..그냥...죽을놈..불쌍하다고 여기고..저랑 10분간만..얘기하면 안될까요?
'그래 그러자'
마음속으로는 수없이 외치고 있었지만..연희는 그말을 차마 입밖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입밖으로는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는 말들이 쏟아진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나가봐. 내일이 마지막날이야..
오늘들은 이야기는 못들은 걸로 할테니까. 그냥 가도록해.
그는 더없이 쓸쓸한 눈빛으로 연희를 응시했다. 연희는 그의 눈을 쳐다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눈을 보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붙잡을 것만 같았다,
-검사님.
훗~ 아까 반머리 아. 름. 다. 웠. 습. 니. 다.!
#
연희는 기분이 너무 심란했다. 이제 선고 공판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준비는 완벽하다. 이제 구형만 하면된다. 모든 증거로 보아 구형만 하면 확정되는데는 별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연희는 망설이고 있다. 처음하는 것도 아닌데...기분이 왜이러지? 그녀가 아무리 검사라지만, 남의 생명을 빼앗는 사형을 구형할때의 기분은, 그리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느낀 이 감정은, 일반적인 그녀의 마음상태가 아니었다.
'그이기 때문일까?
사형받는 사람이 그라서?
최연희 ...그는 범죄자일 뿐이야..조금만 있으면 끝나..얼마 안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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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연희한테서 연락이 왔다. 자기는 다른 일때문에 끝까지 맡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제 구형만 하면 되는 사건을 왜 이제와서..민석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굳이 따져 묻지 않았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녀에게만은 모든지 도움이 되고 싶은 그였다.
#
연희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엄마를 만나기 위해 잠실집으로 향했다. 언제나 따듯하게 맞아주는 엄마를 보면 요사이 느꼈던 이상한 기분이 떨쳐질 것 같았다.
엄마는 바쁜딸이 불쑥 찾아온것에 더욱 반가움을 느끼는 듯 했다.
- 니가 왠일이냐...한창바쁘다고 그렇게 오라고 해도 않오더니..
- 치 찾아와도..그래..엄마는....
- 어? 근데..왠일로.반머리를 다했네...고등학교 이후로는 한번도 하지 않았잖아...
- 내가 그랬나?
-어! 아무리 이쁜삔을 사줘도 죽어도 하기 싫다며 안했었어..
-그냥..누가..하면 이쁠 것 같다고 해서. 훗
연희는 순간 그사람 생각이 났다.
-진작좀 하지! 너무 이쁘다..우리딸..
-근데 내가 정말 고등학교때..이런 머리 했었어? 사진중에는 반머리 한 사진 하나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거야..니가 다 찢어버리고 불태워서 그렇지..
-내가 그랫어? 혹시 고 2때?
연희는 그때가...자신이 기억을 잃어버린때가 아닌가 생각했다.
-맞아..그때.. 남자애랑 헤어졌는지..남자애..얼굴을 가위로 다 오려놓더니..아예 불태워 버리더라구.. 말리려고 했는데 니가 하도 완강하게 나와서..겨우 하나만 몰래..빼놨어.....
-그래? 그때 사진이 있단 말이야..? 어디 어디있는데..
(어쩌면 옛날 첫사랑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왜 이제야..그이야길 하는거야....
연희는 묘한 설렘을 느꼈다..그는 과연 어떤모습일까.....
-니가..또 뺏어서 불태워 버릴까봐..그랬지. 너 그때 아주 무서웠거든..
엄마는 장롱 깊숙한 사진첩에서 꺼낸, 빛바랜 한 장의 사진을 연희에게 보여줬다.
-에이~ 이게 뭐야..남자 얼굴이 없잖아..
-니가..오려놨대두..그래도..반머리한 니 모습은 있잖아..맞지?
연희는 실망감을 애써 감추며 그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앗다..
'이때란 말이지..내가 기억을 잃었을때가..'
거기엔 반머리를 한 다소곳한 여학생과 얼굴은 없지만 키 큰 남학생이 다정히 팔짱을 끼고 활짝 웃고 있었다.
'이땐 정말 행복했었나부네 근데..왜..헤어진...어!! 이럴수가..
갑자기 연희의 손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엄마..이..이...목걸이..이거..뭐야?
-아참! 너 그거 도대체 어디다 잃어버린거니? 그거 아빠가 너에게 준, 유품이잖아...
그렇게 말하고 엄마는 딸이 가장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이기 위해 부얶으로 향했다.
김치찌개가 빨갛게 달아오르는 동안 연희의 얼굴은 백지처럼 하얗게 변해갔다.
-엄마 나 간다..
-기다려 연희야 ! 지금 밥 다 돼가는데 어디가
탁!
연희의 귀에는 이미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속에서..연희의 머릿속에는 며칠전 상현의 소지품을 검사하던 중 발견했던 한 목걸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아버지가 물려줬다던 그 목걸이였다...
'설마 그럴리 없어 왜 그목걸이가..그사람 소지품에 있는거지? 왜 우리 아빠 목걸이가..거기 있는거냐구.그사람 도대체..누구지? 설마..그사람........
연희는 심하게 머리를 저었다...하지만..연희의 의지와는 다르게 머리속에는 계속 어느 한 종착역을 향해 생각의 꼬리들이 힘차게 질주하고 있었다.
'반머리가..참..잘어울릴 것 같은데..'
'우리 어디에서..만난 적 있죠?'
'혹시 영등포 사시지 않으셨어요?'
그제서야 연희는 자신이 기억을 잃어버렸을 때 살았던 동네가 영등포엿다는 사실을 무심코 엄마에게 들었던 것마저 생각이났다..
'아니야..그럴리 없어..
연희는 제멋대로 빠르게 질주해가는 생각을 잡기위해 필사적으로 애를썼다.
-안형사님..김상현이 처음 전과 생긴데가..어느 경찰서죠?
-영, 등, 포란말이죠..알겠습니다.
'정말..그 사람이..그사람일까? 제발..아니길..제발...
#영등포 경찰서
-김상현이 고2때네요. 공원에서 어느 남자를 심하게 팼어요..
남자가 혼수상태에서 일주일만에 깨어났죠..
-이유가 뭐였죠?
-자기 친구를 괴롭혔데요. 아마도 여자친구였던거 같은데. 김상현은 끝까지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어요. 뻔하죠! 피해자가 자기여자친구한테 나쁜짓을 할려고 했었겠죠. 여자친구가 진술하면 정상 참작되니까 그 친구 연락처 달라고 해도 끝까지 애길 안했어요. 아마도 보호하려고 했던 거 같애요 그 여자앨. 결국 돈이 없어 합의도 못하고 3년형 선고 받았죠. 그게 첫 전과에요 그자식..그때 그 일만 없었어도, 아니 그 여자친구한테 연락만 됐어도 인생 그렇게 꼬이진 않았을 텐데..
연희는 갑자기 앞이 깜깜해 지는 것을 느꼈다..
-검사님 괜찮으세요? 어!!!!검사님 정신차리세요..
연희는 까마득한 어둠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 어둠끝에는 밝음이 있었고 거기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을 깔깔거리며 걷는 한 소녀와 소년이 있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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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학교끝나고 6시까지 역앞에서 만나자. 내일은 특별한 날이니까 우리 정말 신나게 보내자.
다음편에서 계속...
미흡한 저의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편에는 소년과 소년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최대한 순수하게 쓰려고 노력했고요..어느정도 만족합니다..^^
읽어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