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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입술에 키스해주세요! ; 청춘극장

님프이나 |2006.06.21 21:08
조회 1,133 |추천 0

 

제3장 입술에 키스해주세요!


  “내가 못살아!”


  해진은 수련활동을 그냥 떠나지 않았다. 은영의 상관으로서 냐옹이(새끼 고양이를 만장일치로 이름 붙임.) 돌보기와 함께 두 가지 지시사항을 남겨 놓고 떠났다. 하나는 중3 미술수행평가 준비로 비누조각 작품을 완성할 것, 또 다른 하나는 중3 가정수행평가 준비로 퀼트를 완성할 것이다.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예측할 수 없는 법처럼, 어린 해진이가 나이 지긋한 이모에게 수행평가 준비를 지시한다는 것은 예측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은영은 아직도 선하다. 1살 되기 전 해진이가 은영의 춤추는 모습을 보고 도리도리하며 좋아하던 모습들이.


   그러던 해진이 재산가인 엄마의 딸로서 이모에게 수행평가 자료를 두개나 준비시켜놓고 수련활동을 떠나버렸다. 거실에는 해진이 지시한 비누조각을 만들기 위한 베이지색 빨래비누들과 퀼트를 위한 색색가지들이 잔뜩 쌓여있다.


  ‘몰라! 빨래비누로는 빛나는 돼지나 만들어버려야지.’

  은영은 빨래비누 중 가장 반질해 보이는 것을 하나 집어 들었다.

  

  ‘흥! 쾌적한 주거환경 좋아하시네.’

  은영은 분홍색 천 조각을 집어 들어올려 그것이 마치 해진의 머리통이라도 되는 것처럼 콕 쥐어박았다.


  가정수행평가 준비 퀼트는 ‘쾌적한 주거환경’이란 단원에 각자의 아이디어를 제출해보하는 선생님의 제안에 해진이 나름대로 독창적 사고로 고안한 것이다. 그러니까, 커다란 벽면에 퀼트를 걸어 뭐 쾌적한 주거환경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은영은 모든지 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청소기를 들고 해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어제 친구 새롬이와 별짓 다한 흔적이 역력했다.

 

  “ 이게 뭐야?”


--- 루이: 이번엔 내가 지켜주겠다고.

           밀어 붙이는 게 사랑이라곤 생각 안 해.

     츠쿠시: 루이, 돌아볼 수 없었어.

     루이: (갑작스럽게 츠쿠시에게 덥석 키스한다.) 그냥 하고 싶어서

           사랑해!


  얼핏 보기에는 만화 ‘꽃보다 남자’의 대사다. 책상아래 우당탕탕 어프러진 연습장에 휘갈겨 적힌 글씨들이 그렇게도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아니다. 친구 새롬이와 해진이가 팬픽 처럼 얘기를 지은 것이다. 배역도 아주 다 줘버렸다. 마치 자기들이 영화제작자라도 된 것처럼 루이역은 2층 남자에게 배당하고 츠쿠시역은 은영에게 배당하여 70년대 영화처럼 유치한 대사와 연기를 마구 구사시켰다.


  은영은 발끈하여 수련활동을 다녀오면 얘네들을 혼 줄을 내 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봤자 별 소용없다는 생각이 금세  머릿속에 퍼뜩 스쳤다. 야단쳐봤자 얘네 들 할 말 뻔하다. ‘우린 남자를 안 따라 다녀요. 남자가 우릴 따라다녀요. 이히! 솔직히 이모가 이층 오빠하고 이러고 싶었잖아요.......’


  ‘흥, 그럼 다녀와서 너희도 읽어 봐!’

  릴레이 소설처럼 은영은 얘네들이 지은 스토리 뒷부분을 연이어 쓰기로 결심했다. 릴레이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얘네들이 수업 땡땡이치고 숙제는 다른 사람 시키고 장난만 치다 못된 마법사를 만나 개구리로 변해 눈물을 쫄쫄 흘린다.


  “ 냐옹!”

  “ 어머! 너도 동의하는구나.”


  은영은 새끼고양이 냐옹이의 하품에 기분이 환해졌다. 냐옹이의 쬐끄만 입을 짝 벌리며 하품하는 모습이 꼭 은영의 소설에 동의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은영은 그 모습을 재빨리 미니캠으로 샷을 잡았다. 한번은 풀샷, 또 다른 한번은 클로즈업, 예쁜 모습을 평생 남겨줄 것처럼 카메라 샷을 그 다음은 정지된 순간과 동영상을 번갈아 가며 샷을 엄청나게 잡아냈다. 신나게 찍어 대서 과히 미니캠의 메모리 1기가는 너끈히 채울 정도였다.


  “띵똥!”


  미니캠의 메모리 1기가 가득 찬 순간 아파트 현관 벨소리가 띠리링 울렸다.


  “너 약속대로 1년만 놀아야 된다.”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반찬거리를 아이스박스에 잔쯕 채워서 현관을 들어섰는데 사실 목적은 다른데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손녀 해진이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배불리 먹을 맛난 반찬을 마련해주기 위해 방문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아버지의 방문목적은 직장을 그만둔 은영의 동태 감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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