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사라져가는 겨울 풍경

바다와 술잔 |2003.01.23 13:57
조회 273 |추천 0

 

몇날 며칠 폭설 내려 가고 오던 길 다 끊기어 인적이 없

 

다.

 

제설 차량 한 대가 시커먼 연기 뿜으며 눈길 내기에 숨 가

 

쁘다.

 

앞산 뒷산 빨랫줄 매어도 될 만큼

 

산 높고 골 깊은 협소한 계곡에 자리잡은 탄광촌에서 내리

 

는 폭설은 검은 읍내를 하얗게 만들었다.

 

산간에 들어박힌 집들도 저마다 눈을 한키만큼 이고는 납

 

작하게 짜부라져 있는데,

 

아랑곳없이 눈발은 자꾸 날려 산도 마을도, 하늘도 저

 

리 분간 없이 하얗다.

 

눈에 갇힌 강원도하고도 삼척시 도계읍이다.

 

 옛날 겨울아이들 놀이는 눈싸움 팽이치기 앉은뱅이 썰매를

 

타고 조각 얼음 배타기였다.

 

겨울이면 즐기던 제철놀이가 지금은 산골 마을에도 없다.

 

컴퓨터 게임이 아이들을 방안에 꼭꼭 잡아놓고 있기 때문

 

이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방안에서 놀기를 기대하는 모양이다.

 

전통적인 겨울놀이는 이제 보기가 어렵다.

 

어른들의 아련한 추억으로 점점 세월 속에 묻혀간다.

 

 어제는 보기 어려운 광경을 보고는 나도 한 두어 시간 그

 

들을 따라 다녔다.

 

엉금엉금 자동차로 가는 데 사내아이 세 녀석이 제 키 만

 

큼이나 되는 쇠 지렛대를 들고 개울을 뒤집고 있었다.

 

한 녀석이 들고 있는 주전자에는 퉁가사리 배가사리 작은

 

꺽지와 이름도 모르는 고기들이 들어 있었다.

 

냇물에서 고기를 잡는 일을 천렵이라고 한다.

 

천렵은 주로 여름철에 피서를 겸해 즐기는 것이지만, 겨울

 

천렵의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강가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다들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겨울 천렵이 여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왕 천렵을 나온 아이들이 그냥 물러설 리가 없

 

다.

 

가만히 지켜보니까 메주덩이 만한 돌을 머리위로 치켜들고

 

어른들 어깨너머로 배운 서툰 돌꽝(커다란 돌을 내리쳐서 돌 밑에 숨은 고기를 기절시켜 잡는 방법)솜씨로 고기를

 

잡는다.

 

나는 그 아이들 뒤를 일행처럼 졸졸 따라 다녔다. 내리는

 

눈을 맞으며 아른사른한 개울가를 이리저리 가로지르며 지

 

네발처럼 눈발자국을 내며 함께 겨울을 호흡하는 그것은

 

아슴아슴 떠오르는 내 어린 날의 추억의 편린을 나 자신이

 

반추하며 즐기는  즐거운 동참이었다.

 

 

그러고 보면 옛날 시골 아이들의 놀이에는 분명 운치와 낭

 

만이 있었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보듬고,

 

그것과 어우러지는 멋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처럼 방안에서 맴도는 빤하고 삭막하지 않는

 

겨울이었다.

 

최소한 산골짝 마을에까지 컴퓨터라는 것이 들어오기 전까

 

지는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탄광촌의 두메산골 아이들도 침침한 방안에

 

서 컴퓨터 게임으로 얼음 놀이와 눈싸움을 대신한다. 

 

아이들까지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눈 쌓인 들녘에서 눈싸움이나 손발 시린 겨울 천렵, 앉은

 

뱅이 썰매타기, 얼음위에서 팽이치기, 개울가의 조각 얼음

 

배타기란 그것을 통해 자연과 어울리고, 사람과 어울리자

 

는 의미가 더 컸다.

 

손발이 시려도 어머니에게 젖은 옷가지 때문에 지청구를

 

들어도 마음만은 따뜻하게 했던 전통적인 우리의 겨울놀이

 

들  그것을 볼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더 삭막하고

 

막막해졌다는 것과 같다.

 

이제는 어디 가서 아이들 눈싸움하는 놀이를 다시 만날 것

 

인가.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