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편-
건희 선배를 많이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건희 선배도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는데 (남자 혼자 자취하면... 어떤지 다 아시져?)
자취방에 찾아가서 반찬도 해주고 그랬습니다.
건희선배는 꽤나 술도 좋아하고 성격도 서글서글하고.....
카리스마가 꽤 있는 편이었습니다.
우리과 여자애들이 거의 모두 건희 선배를 좋아했으니까요....
그렇게 건희 선배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훈영이란 이름도..
그리고 혜원이를 아프게 했던 그 태원이란 사람도 차츰차츰 잊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건희선배랑 꽤나 친해졌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주말이면 매일 자취방이 아닌, 부모님이 계시는 집엘 가곤 했는데 ....
건희 선배네 집이 아주 멀어서 명절이나 방학 때 말고는 거의 자취방에
있다는 걸 알고는 나도 집에 자주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5월말의 어느 토요일 아침... 삐삐가 막 울렸습니다.
음성메시지...
건희 선배였습니다.
"수연아.... 나 건희다....
지금 시내에 있는 "매직"인데 빨리 나와라. 내가 점심 사 줄께"
전 너무나 기뻤죠.
내가 조르지도 않았는데 건희 선배가 먼저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으니까요....
전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진하게는 안했지만 그래도 정성들여 화장도 조금하고
머리도 풀어서 드라이로 이쁘게 빗어내렸고......
(이때 저의 헤어스타일이 어깨 약간 밑으로 내려오는 긴 생머리였습니다)
또 치마도 입었습니다.
어떻게든 이쁘게 보이고 싶었습니다.
"매직"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자주 가는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었습니다.
헤즐넛커피가 아주 맛있는.......
자취방에서 한 25분쯤 걸리는 거립니다.
택시를 타고 급하게 도착한 그곳...
떨리는 맘을 진정시키면서 조심스레 커다란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니까
한쪽에서 건희 선배가 반갑게 손을 듭니다.
나도 생긋 웃으면서 그쪽으로 갈려는데.......
갑자기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건희 선배 옆에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은.....
얼마전 나이트에서 부킹을 해서 만났던..... 조. 훈. 영.....
말없이 술취한 날 택시에 태워 보내줬던 사람...... 이런 우연이란게 또 있을까요.....
하지만.... 그렇습니다.
전 솔직히 훈영이란 사람을 거기서 다시 만난 것보다도.....
건희선배 옆에 있는 여자한테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서는.....
어쩔 수 없이 훈영이란 사람 옆에 앉게 되었습니다.
"빨리왔네? 인사해... 여긴 내 여자친구 미진이야....."
건희 선배가 옆에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여자친구..... 여. 자. 친. 구......
자꾸 그 말만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난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미진이라는 여자를 바라보니까 아마도 건희 선배랑 동갑내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주 분위기 있는 여자였습니다.......
" 이쪽은..... 내 친구 조훈영....... XX전문대학교 휴학중이야.
다음 학기에 복학할 거고..... 군에서 제대한 지 좀 됐어."
난 훈영이란 사람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그 사람도 날 분명 알텐데 아는 척을 하지 않았습니다.
난 그냥 예의상 고개만 가볍게 꾸벅 했습니다.
자꾸만 미진이라는 여자한테 신경이 쓰입니다....
그렇구나..... 날 여기로 왜 불렀냐면.... 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건희선배가 훈영이란 사람한테 날 소개시켜 줄려고 날 불렀다는 것을.....
근데 그때 훈영이란 사람이 갑자기 일어섭니다.
"어? 야.... 너 왜 일어서? 화장실 가냐?"
건희 선배가 놀라서 묻습니다.
"임마..... 이런 자리인 줄 몰랐잖아..... 짜식아... 난 또 술 한 잔하자길래......
나왔더니...."
훈영이란 사람의 목소리... 꽤나 저음인 듯 하면서 굵직합니다.
"야야 뭐 어떠냐? 분위기 좋지 않냐? 짝도 딱 맞고....
난 너 좋으라고 우리 귀여운 후배 불렀더니... 짜식아... 분위기 깨지말고 앉아...
좀 있다 나가서 점심 먹고.... 영화나 보러가자....."
' 귀여운 후배..... '
건희 선배의 말이 제 가슴을 찢어놓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울컥 날 것 같고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선배.... 저.... 그냥... 갈께요...."
간신히 내가 한 말입니다.
"어? 왜? 오늘 선배가 점심 사줄께.... 그리고 놀다가....
훈영이 저 놈... 괜찮은 놈이야.... (나한테 살짝 눈웃음을 치면서)
내가 소개시켜 줄께....."
그러는 건희선배의 모습을 보며 더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아니 그냥....."
변명거리가 없습니다.
"거봐 자식아..... 니가 간다니까 수연이까지 갈려고 하잖아....."
건희 선배는 훈영이란 사람을 탓합니다. 훈영이란 사람이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잠자코 있던 미진이란 여자가 한마디 거듭니다.
"그래요.... 훈영씨랑 수연... 씨라고 했나? 우리랑 같이 놀아요...
나중에 저녁 때 술도 한잔 하구요....."
목소리까지 이쁜 여자입니다.
역시.... 건희 선배가 좋아할 만하구나...싶습니다.....
건희 선배 눈에는 내가 그저 어린 후배로밖에 안보였겠구나 생각하니...
더 눈물이 쏟아 질 것 같습니다..........
-6편-
그 날 어색하게도.....
나는 건희 선배와 그 여자친구 미진. 그리고 훈영이란 사람과 같이....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저녁 때 술까지 마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게 훈영이란 그 사람은......
그 날(부킹사건)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었습니다.
기억이 안나는 건지.. 어찌 된 건지....
난 혜원이를 덮쳤던 그 나쁜 놈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꺼낼 수 없어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우린 한 소주방에 들어갔습니다.
술잔들이 오고가고.... 그러니까 자연스레 연인들끼리 더 다정해 졌습니다.
둘이 눈으로 무슨 얘기들을 그렇게 주고받는지
마주보고 아무런 말없이 그렇게 웃고만 있고 그랬습니다.
건희 선배... 그 날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난 또 어색하게 훈영이란 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술만 홀짝홀짝 마시고 있습니다.
부킹한 그 날 밤처럼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훈영이란 사람은 그 날처럼 혼자서 술도 진짜 잘 마십니다.
(소주를 두 병째 연거푸 혼자서 부어 마셨쪄) 나도 질세라 아무 말없이 마셔댔습니다.
내 잔을 채워서 내가 마실려고 할 때,
그 때 갑자기 내 오른손에 들린 소주잔을 말없이 채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훈영 오빠였습니다.
"임마.... 너 또 인사불성 될려고 그러지......?"
아주 간단하게 그 사람이 한 말입니다.
난 무슨 소리냐는 듯 그 사람을 그냥 멍청히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여자가 술 취한 모습 보기 안 좋아."
또다시 아주 간단히 그 사람이 한 말입니다.
갑자기 화가 났습니다.
남이야 술을 마시든 말든 자기가 무슨 상관이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부킹)일을 다 알고 있으면서 이제껏 모른 척 한 그 사람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뺏어간 술잔을 다시 뺏으려 했으나
그 사람은 잔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우리 모습을 건희 선배와 미진이라는 여자가 계속 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야~ 니들 둘...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친해지네?
그래그래... 좋은 현상이야 임 마.. 잘해봐 키득키득...."
건희 선배의 그 말에 다시 슬픔이 밀려옵니다.
어쩜 저리도 내 맘을 몰라줄까 싶었습니다.
건희 선배와 미진이라는 여자는 다시 우리에게서 관심을 접었습니다.
다시 그 사람과 술을 마시는 신경전(?)을 벌이게 되었을 때 내가 낮은 목소리로 묻습니다.
"그때... 그 친구들.... 잘 있어요?"
나의 물음에 훈영이란 사람이 나를 바라봅니다.
"그 눈썹 진한 사람이랑.... 이쁘게 생겼던 사람...."
"아아~ 그 자식들?"
아아~라니? 뭐 이런 사람이 다있담?
더 불쾌해졌습니다.
"그때 니 친구들은 잘 있냐?"
동문서답하듯 훈영이란 사람이 물었습니다.
"네에~ 아주 잘 있죠.
하나는 아예 학교도 안나와~ 또 하나는 아예 친구의 연을 끊어~~"
난 좀 술이 됐던지.....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했습니다.
훈영이란 사람의 표정이 곧 어두워졌습니다.
"그날 일..... 미안했다.... 내가 대신 사과한다고....
그 누구였지.....? 얌전했던 애 있잖아...... 걔한테 꼭 좀 전해줘....
진짜 미안했다고....."
미안하다고?
그게 미안하다고 될 일이야? 정말 화가 났습니다.
술을 한잔 벌컥 들이켰습니다.
"그 사람 지금 어딨어요? 태원이란 사람?"
난 되도록 차분하게 물었습니다.
"나도... 잘 몰라....."
"잘 모르다니.....? 친구라면서 그것도 몰라요......?"
내가 따지듯 묻자 훈영이란 사람은 말없이 자기 잔을 비웠습니다.
그리고 그 잔을 채우면서 그러더군요.
"그 자식들.... 그날 첨 본 녀석들이야......"
-7편-
참 어이가 없었죠...
버젓이 같이 술 마시다 우리한테 부킹까지 신청했으면서
그 날 첨 본 사람들이라니....
난 그 사람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그날 자기한테 안좋은 일(나중에 차근히 말할께여)이 있어서..
혼자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는데
포장마차에 있던 어떤 남자 둘(성혁, 태원)이가
깡패 비스무리한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더라는 겁니다.
기분도 안 좋은데 하도 시끄럽게 해대서 인상을 쓰고 바라봤는데
성혁과 태원이 일방적으로 당할 기세더랍니다.
그래서 그 두명을 도와 싸웠다는 겁니다.
(훈영오빠 쌈 무지 잘 함다... 고딩때 무슨 폭력써클 짱도 했다더군여)
우연찮게 동갑내기였던 그들(성혁과 태원)은 자기들을 구해준 대가(?) 로
한턱 크게 낸다고 데리고 간 그곳이 바로 우리를 만났던 나이트클럽.
사건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혔죠. (남자들은 첨 본 사람들이랑 나이트 갈 수 있나요?)
그때 훈영 오빠는 만사가 귀찮았다고 합니다.
그 안좋은 일 때문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렇게 혼자 술만 마셨던거구요...
부킹해서 내 친구들이 그 놈들한테 끌려 갈 때
솔직히 평상시 같았으면 말렸을 텐데 그땐 아무 의욕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담날 곧 후회했다고......
자신의 무관심에 혹시 어린 여자 애들이 상처받진 않았나 후회했다고 하더군요.
훈영 오빠의 말이 이해될 듯 하면서도 그래도 야속했습니다.
오빠가 그때 좀 뜯어 말려줬더라면 혜원이는 그렇게 상처입지 않았을 텐데...
소주방에서 나왔을 땐... 밤이 꽤 늦었습니다.
건희선배가 이젠 찢어지자 합니다.
그리고 훈영오빠에게 날 집에까지 잘 바래다 주라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놓고 사라집니다.
둘의 뒷모습이 너무 다정해 보여 그만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너두 집에 가야지.... 그때 XX동이랬지?"
(으~ 기억력 함 좋더군여. 동네 이름도 안까먹다니....)
아마도 바로 집에 가자는 말인 것 같습니다.
순간... 나도 오기가 생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명백히 이건 소개팅 자리인데....
여자를 이런 식으로 대접하다니.... 속으로 발끈하는 화가 치솟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요?
"저랑.... 술 한잔 더하시죠?"
내가 이렇게 말해버린 것입니다.
훈영 오빠는 말없이 내 얼굴만 빤히 보고 있습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더 마시겠다구? 그래라.... 그럼.... 따라와....."
생각보다 간단하군요....^^
그렇게 다시 훈영 오빠 뒤를 따라 갔습니다......
-8편-
포장마차입니다.
소주 한 병에 닭똥집이란 걸 시킵니다. 오뎅 국물은 서비스인가 봅니다.
난 닭똥집같은 거 한번도 안먹어봤습니다.
내가 먹을만한 안주가 없나 슬쩍 둘러보니 떡볶이가 있습니다.
"나 저거 먹을래요."
염치불구하고 내가 말합니다.
훈영오빠가 슥~ 한번 쳐다보더니 아줌마한테 달라고 합니다.
소주와 떡볶이? 앙상블이 어째 영~ 이상합니다.
소주 뚜껑을 따고 훈영 오빠가 내 잔을 채워줍니다.
소주잔의 반만 채웁니다.(후훗~ 매너있습니다. 여자라고 반만 채우더군여)
그리고 자기 손으로 잔을 채우려 하는데 내가 소주병을 뺏으려 했습니다.
(대학가서 배운 거라곤 주도밖에 없습니다.
주도 아시져? 자기 손으로 술 따라 마시면 앞에 앉은 사람 3년동안 재수 없다는 야그)
근데 훈영 오빠가 한마디 합니다.
"나한테 술 따르지 마라. 여자가 함부로 술 따르는 거 아니다."
윽!! 충격먹었습니다.
나는 저 생각해줘서 술 따라 줄려 했는데 근엄한 목소리로 여자가 술 따르는 거 아니라니...
좀 민망해졌습니다.
화나서 마구 마셨죠.
한 병을 다 마시고 훈영 오빠가 또 한 병 시키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실 더 못마실 것 같았어여. 속이 울렁울렁)
질 수 없다 생각했죠.
그가 마시는 한 끝까지 마실 거라고 알아주지도 않는 깡을 부렸습니다.
후훗.......
그렇게 그와 소주 4병을 마셨습니다. 거의 2병씩 마신 셈이죠.
(죽을 뻔 했져. 하지만 그는 말짱~. 아시져? 그의 주량....
혼자 4병을 다 마셔도 그는 끄떡 없어여)
그는 내 얼굴을 한번씩 힐끗힐끗 쳐다보면서도 내 잔이 비면 곧 채워주곤 했습니다.
떡볶이와 마시는 소주.... 다들 한번 해보시죠...
아마도 죽음일 겁니다....
꼭 4병을 다 채우더니 그는 이랬습니다.
"그만 마시고 가자..... 늦었다...."
그리고 일어서서 계산을 하고 갈려는 것이었습니다.
눈앞이 흐릿했습니다. 죽을 것 같았습니다.
일어날려고 하다가 주저앉고 또 주저 앉고.....
몸이 내 맘대로 되질 않더군요.. 솔직히 창피했죠.. 내가 먼저 마시자고 해놓구선...
훈영오빠가 말없이 다가왔습니다......
-9편-
훈영 오빠는 말없이 다가와 그때처럼(부킹사건)...
내 오른팔을 강하게 잡았습니다.
그리고 부축해줬죠. 후훗...
거의 안기다 시피해서 걸어갔습니다.
그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더군요.
그가 도로에 나가 간신히 택시를 잡고 나를 뒷자석에 밀어넣었습니다.
그리고 앞문을 열고....
(다들 아시져? 만원짜리 한장과... 잘 부탁합니다 하는....)
하지만 뭔가 각본이 달랐습니다.
그는 도저히 안되겠던지 다시 뒷문을 열고 내 옆에 탔습니다.
정신이 없고 눈앞이 흐릿했지만 그건 똑똑히 봤습니다.
그리고 차는 출발했습니다.
그 뒤는 기억이 안납니다. 필름이 끊겼죠.....
다만 아침에 깨어보니 대자로 누워 자고 있는 내 모습.....
그의 흔적은 없었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그가 나랑 같이 택시를 탄 것만 기억이 나고 하나도 기억이 없습니다.
뭐가 뭔지....도저히 모르겠더군요....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는 내가 말하는대로 내 자취방을 찾느라 꽤나 힘들었다 합니다.
간신히 찾아서 나를 방에 누이고....
그리고 아무말없이 집에 갔다고 그러더군요... 후후...
(시시하져? 뭔 남자가 이럴까 싶으시져?
하지만 훈영 오빤 그런 사람이었답니다....)
담부터 학교에서 건희 선배를 보면 자꾸만 마음이 시렸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접히지 않았구요....
그날 밤 일도 있고 해서 훈영 오빠의 소식을 물어도 보고 싶었지만...
건희 선배도 더 이상은 그 사람에 대해서 아무 말이 없더군요....
그렇게 며칠이 흘렀고.....
다시 훈영 오빠를 볼 일이 생겼습니다.....
-10편-
1학기 기말고사가 시작된 첫날....
동기들이랑 자취방에 몰려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동기중에 어떤 남자애가 건희선배네 집에 가서
라면으로 저녁 때우자고 우릴 꼬드겼습니다.
그리고 소주도 한잔 하자고....
(대딩들, ,아시져? 시험기간이 어딨떠엽... 그저 자나깨나 술이쥐....^^)
나를 포함한 여자 세명이랑 남자 두명이랑 건희선배네 집에 갔어여....
하지만... 건희선배네 자취방엔 건희선배와... 훈영...
그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고 있더군요.
"건희야.. 나 그만 갈란다.... 공부나 해라.. 후배들이랑...."
우리가 들어서니까 훈영오빠가 일어서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가더군요....
난 왠지 그사람(훈영오빠)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포장마차 사건도 있고 해서 인사나 하자 싶어서 재빨리 따라 나갔습니다.
"저기요~"
내가 부르니까 훈영오빠가 돌아봅니다.
"저기.... 그때 고마웠어요....."
수줍게 웃으며 내가 말합니다. 솔직히 아주 창피했습니다.
"너 낼 시험있냐?"
그 사람은 대뜸 이렇게 물었습니다.
"네에?"
내가 무슨 말이냐는 듯 놀라서 다시 묻습니다.
"낼 시험 없으면 나랑 어디가서 술 한잔 할래?"
이거 놀랄 일입니다.
훈영오빠가 나더러 먼저 술을 마시자니....
나... 낼 시험있습니다... 그것도 3학점 짜리 전공입니다.
마음속으로 갈등을 일으킵니다.
아마도 건희선배가 그랬다면... 미련없이 따라갔을 겁니다.
하지만 훈영오빠... 아직은 아무 느낌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 표정이 하도 서글퍼 보이는 것 같아서...따라가기로 결정합니다...
"낼.... 셤 있는데... 공부 다 했어요...."
으흑... 어디서 이런 거짓말이 나오는 것일까요... 내가 말해놓고도 놀랍니다.
그 사람 갑자기 피식~ 웃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사람도 내가 한 말이 웃긴가 봅니다.
"그래.... 그럼 가자... 따라와...."
-11편-
또 포장마찹니다.
어흑.... 이 사람 또 닭똥집 시킵니다....
그럼 나는.....? (다들 아시겠져?) 떡볶이에 소주입니다.
그때 뒷끝이 얼마나 안좋았는지 생각하니까.... 눈물이 핑 돌더군요....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내가 한잔가지고 홀짝 거리고 있는 동안
그 사람 한병을 말없이 다 비워버립니다. 담배도 많이 피워댑니다.
(내가 담배 연기에 민감하거든여.
그는 그런 세심한 배려를 해서인지 나에게서 멀리 해서 담배를 쥐고 폈어엽~)
서로 오고가는 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친구들이 삐삐 쳐대고 난리도 아닙니다.
놀랐을 겁니다. 뒤에 따라오던 애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2분마다 한번씩 느껴지는 삐삐 진동에 온몸이 찌릿찌릿 합니다.
"오늘은 화장 안했네......?"
으헉? 깜짝 놀랐습니다.
말없이 술만 마시던 사람이 갑자기 내 얼굴을 빤히 보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네에~그렇습니다. 그때 내 차림이란?
(대딩들~ 아시져. 시험기간 때 자취생들의 몰골을.....
그나마 다행인게 난 츄리닝에 슬리퍼는 아니었습니다.)
적당히 물빠진 청바지에 그냥 티셔츠 차림이었습니다. 그리고 운동화....
머리는 한개로 질끈 동여묶고.... 완전 맨얼굴이었습니다.
(흑.... 그때도 화장 진하게 안했는뎁.... 그냥 파우더만 살짝 바른 거였는뎀....)
"화장 안하는게 더 이쁘네....."
으헉으헉?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입니까.....
이쁘다니....? 내 귀가 잘못된 거 아니죠?
네.... 그렇습니다. 그 사람 분명히 나더러 저런 말을 했습니다.
(이 사람이 한병 마시고 취했남? 그럴리는 없을텐데.....-_-;;)
순식간에 얼굴이 시뻘개졌습니다. 식은땀이 났죠.
6월의 밤공기... 시원합니다.
하지만 그때 왜 그렇게 땀이 나고 더웠던지요.....
갑자기 그때 훈영오빠의 눈빛이 떠오릅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군요...
오빠가 너무나 보고싶고..... 그리고.... 목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없이 술만 마셨습니다.
그 사람도 나도..... 말이 필요치 않았던 걸까요...
진짜 별 말 없이.... 그냥 한번씩.... 훈영오빠가 나더러...
"조금씩 마셔라" 이런 말을 했고.. 내가 그 오빠한테 "좀 천천히 마시세요...."
이런 말을 했던 것뿐입니다.
그런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걸 하늘이 내려 준 운명이라고들 하나 봅니다.
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줄은 그땐 정말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