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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 방목해서 길들이기 3년째~~

자기야 고... |2006.06.28 11:58
조회 2,738 |추천 0

결혼 11년차 삼십의 중반을 넘어선 동갑내기 부부입니다..

19살,,고등학교때 학력고사를 앞두고  시립 도서관에서 만났죠...

서로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남녀공학)을 다녔기에 서로 얼굴은 알고 있었드랬죠..

울 신랑 여자보다 더 하얗고 말끔한 피부,,부잣집 외동아들 같은 외모에  뛰어난 운동실려,,게다가 공부까지 잘해서 학교에서도 늘 여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두였고 그만큼 인기도 많았답니다..

저요?남녀공학을 다니긴 했지만 남학생들한테 전혀 관심없고(남자애들,,왜그리 유치한건지,,ㅋ) 저 구석탱이에서 껌이나 조금 씹고,,다리나 좀 떨었다고 할까요?(그렇다고 대놓고 놀지도 못했으면서 ㅠㅠ)

암튼,,우린 서로 어울릴래야 어울릴만한 '거리'도 없었고  서로의 분위기도 많이 달랐었죠..

 

하여간,,남편이 그때 건넨 말한마디가(너도 공부하냐?...젠장,,그래도 명세기 고3인데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쥐!) 인연이 되어서 지금까지 떨어지지 못하고 부부란 이름으로 살고 있답니다.

서로 각각의 실력에 맞는 대학에 입학을 하고  우리의 본격적인 연애는 시작되었답니다.

 

앞서 얘기한대로 서로 너무 어울리지 않는 커플이라서 우리는 늘 화제거리가 되었고 나름대로 유명한 커플이 되었죠... 수업 끝나기 무섭게 서로의 학교에서 만나면서 늘 붙어 다녔습니다.

집도  커다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집이 있었기 떄문에 집에 갈때도 나란히 손을 꼭 잡고 다녔답니다...그래서 인지 그 흔한 미팅한번,소개팅 한번 들어온적 없구요,,,울 신랑이나 저나  미팅한번 소개팅 한번 못한채 결혼했지요... 2대독자 외아들인지라 군대는 달랑 6개월 방위(지금은 6개월 짜리가 없지요?) 저도 연애에 미쳤던때라 대학 1학년때는 학점이 내내 쌍권총이어서 1학년을 더다닌덕에 졸업도 나란히 같은해에 했답니다..

너무 오래 연애를  하기도 했고,,친정 엄마가 몸이 많이 안좋아진 상태라  친정에서는 결혼을 서둘렀고

대학 4학년 마지막 기말고사를 끝내고 다음날 바로 결혼을 했답니다..것도 보기 드문일이라 친구들 입에 한참을 오르내리면서 부러움도 많이 샀네요.ㅎㅎㅎ

그렇게 25살을 끝내기 며칠전 결혼을 하고  다음해 가을 우리 큰 딸을 낳았답니다..

26살에 부모가 된 우리 부부,,,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어리고도 어린 나이였네요....

 

울 신랑 26살에 아빠가 되었는데 도대체 아빠가 뭔지,,한 집안의 가장이 뭔지도 모르고 철부지 아이처럼 굴더군요..(사실 시아버님 울 신랑 너무 어려서 돌아가셔서  아버지의 존재가 어떤건지도 모르고 부정이 몬지도 모르고 자랐죠)

몸조리 하고 있을때도 저녁 늦게 들어오거나 술친구들 끌고 오거나 애기가 밤에 울고 칭얼거리면 시끄럽다며 나가서 자고....

건설회사에 입사해서 신입사원 주제에 무슨 큰 대단한 직급과 보직이라도 있는것처럼 온몸 받쳐 회사에 충성하면서 가정은 등한시 하고....매일 술에...아마도 애가 어떻게 크고 있는지  마누라가 밥은 먹고 사는지도 모르고 살았을겁니다....

큰 아이 낳던 시간에도 밤늦도록 술마시다가 애기 낳은줄도 모르고 뛰어왔으니까요......

3년후 둘째를 낳았을떄도 상황은 마찬가지.....

그땐 오히려 늦게 들어오는게 편하더군요..아이 낳아서 키워 보신분들은 알거에요...

내몸이 내몸이 아닌거.....손발이 다 내 몸에 달려있는데도  먹고 싶을때 먹지 못하고 자고 싶을때 자지 못하고 ,,심지어 화장실 갈때조차 아이들 사이클에 맞추어야 한다는거.....

아이를 낳으면 이쁘기만 할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제 일생일대의 숨은 복병이었답니다..ㅎㅎ

육아와 살림에 지쳐도 (친정엄마 병수발도 병행했음)  매일같이 술에 목매달고 회사에 충성하는  신랑을 포기할수는 없었답니다....

매일매일 하는 말,....술 자리 가서 있더라도 술은 많이 마시지 말고 수다나 떨어라..그러면 새벽에 들어와도 암말 안한다.....회사일에 너무 충성하지 말아라..몸도 아껴가며 하고 꾀부릴땐 꾀도 좀 부려라.....이제 두아이의 아빠이고  한가정의 가장이니까  건강좀 챙겨라.....지발,,술먹고 새벽에 들어옴 주정좀 하지 말아라,,,나 두세시간이라도 좋으니 중간에 깨지 않고 자보는게 소원이다....등등등....

특별히 주정이랄건 없지만 왜 자는 사람깨워서 밥달라,,,안아달라,,옆에와 자라,,,ㅡ,,ㅡ 울 새끼들은 어쩌라고,,,,술냄새 폴폴 풍기는 니옆에서 자다가 울 새끼들  오줌 흥건한 기저귀 찬채로,,밤새 쫄쫄 굶기라고??흥흥!!!!!

 

그렇게 큰아이가 9살이 다 되도록 똑같은 말과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지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정말 내 인생은 이게 뭔가 싶은거에요...매일 애들 치닥거리,,살림하고 친정 치닥거리 하면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라고,,,몸은 수면부족으로 늘 멍 하고....

그때부터 남편에게서 슬슬 손을 떼기 시작한거 같네요....

들어오던지 말던지,,,어차피 술마실때 전화하면 받지도 않는전화...아예 안합니다..

새벽에 들어와도 꼭 밥챙겨 먹이고  몸상하지 않게  먹이던 숙취해소용 음식이나 음료도 안만들어 둡니다.... 누굴 만났는지 회사에 무슨일이 있는지 상관도 안합니다....울 신랑 은근히 좋아하는것 같더군요...

*********나중 얘기를 위해 잠시 삼천포로 빠집니다******************************

매일 술과 사람들 만나는걸로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 신랑 공부욕심,출세욕심은 정말 뛰어납니다...작은 아이를 낳던 해부터 시작한 공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까요..8년째....

그렇게 술마시고 회사일에 매달리고 하면서 지금까지 대학원을 2개 졸업했고 지금은 해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밟고 있습니다..(요즘은 전문 대학원 같은경우는 분교형식으로 해서 우리나라로 출강도 나오네요..)처음 입사할땐 건설회사였는데 지금은 전공을 따라서 이직해서 세계 3위안에 든다는 큰 금융회사에 상주하는 회계사로 있습니다...

연봉요??많이 벌죠.....정말 많이 법니다...우리나라 샐러리맨 급여 5%안에 든다니까 많이 버는거죠...하지만 우리집  빚투성이 입니다...그동안 공부하느라 들어간 학비가 장난 아니거든요....아직도 공부중인데 아직도 내야 할 학비가 까마득 합니다..

많이 벌어도 매달 나가는 원금과 이자....장난 아니게 많이 듭니다....

*****************************************************************************

 

암튼,,,울 신랑한테서 손을떼자 울 신랑 처음엔 좋아하더니 한달,,두달 ,,몇달이 지나니까 이상한가 봅니다...서운해 하고 화를 내기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저 관심가지 않더군요....매일 반복되는 술자리에,,회사일에...그거 없는날엔 밀린 공부에.....

아이들이 아빠 얼굴을 제대로 보질 못해서 어쩌다 아빠 얼굴 보는 날에는  엄마 뒤로 숨기 바쁘고

오라해도 안가고 억지로 안으면 울고....아빠 어디갔냐고 물으면 손가락으로 현관문만 가르키고....

그렇게 살았거든요....그렇게 결혼후 9년동안  전  제대로 외출한번 해본적 없고

주말이면 시댁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오고(지금까지도 빠짐없이 매 주말마다 그런답니다)

이러니,,저도 제 생활에 윤기가 사라지고 까칠해질 대로 까칠 해진거죠...

이건 뭔,,생과부도 아니고,,,애들이 아빠가 없는것도 아닌데 아빠 없는 애들처럼 크니.....ㅠㅠ

 

그렇게 손을뗀지 1년 여쯤 지나니까  우리 부부 얼굴만 봐도 으르렁 거립니다...

울 신랑,,내가 그렇게 하고 다녔어도 가장으로서 못한게 뭐가 있냐 큰소리 칩니다..

저도 맞받아 칩니다..돈만 벌어다 주면 다냐,,.나는 할일 다 안하고 살았냐?....애들좀 봐라,..아빠가 뭔지도 모르고 큰다.....이렇게 1년을 싸웠습니다...날마다 지옥이었죠....울 신랑 짜증난다고 보따리 싸서 고시원들어가 몇달 생활하다 나온적도 있네요.....

그래도 저 눈하나 까딱하지 않았습니다..정말 맘으로 부터 멀어졌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측은함도 없어졌고...나도 이렇게 팍팍하겐 정말 살기 싫다...이런 생각들로 꽉 차 있었으니까요.....

싸우기도 너무 싸워서 정말 이혼직전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이성적인 생각보다는 감정이 앞섰던거구요...

그렇게 손을뗀지 2년,,싸워댄지 1년이 지난 어느날,,울 신랑 저녁무렵 전화합니다..

애들 데리고 나오라고.....저 단박에 거절합니다...그랬더니 애들 바꾸라면서 뭐라 꼬셨는지 아이들이 나가자고 조릅니다....매일 싸움하던 모습만 보여줘 미안했던지라 애들 위해서..애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제 맘은 접고 나갔습니다....

밥먹고 간단히 술한잔 하자 하네요...동네 조그만  호프집에서..(참,,가족단위로 많이도 왔더군요..전 그렇게 동네 호프집에 아이들이 있는건 처음봤고 저한테는 아,,맥주집이지만 이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이 올수 있는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충격이었답니다)

술한잔 하는데 울 신랑 가방안에서 뭔가 작은 쇼핑백 하나를 꺼내서 저한테 내미네요....

꺼내보니,,말로만 듣던 명품시계더라구요...순간 뜨아~했죠..이건 또 몬 꿍꿍이야...하는 의문과 함께요....

울 신랑  시계만 바라보고 있는 저한테  이렇게 한마디 합니다...

돈 많이 벌어와도  내 공부한다고  진 빚으로 인해 어디 여행한번 못가보고,,매일 집에서 똑같은 옷만 입고 있고...술값으로 한달에 몇십만원,,돈백만원씩 넘게 써도  넌  마트 안가고 재래시장만 간다고..

결혼 전보다 결혼하고 나서 여자들은 살찌고 진짜 아줌마 티가 나는데

넌 결혼전보다도 더 마르고 날씬해졌는데도  왜 이리 후즐근 하냐면서....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얼마전 자기가 일직 퇴근하던날....넌 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는지 양쪽에 잔뜩 짐을들고 가는 뒷모습을 봤는데  그때 입고 있던 바지가 얼마나 입었는지 뒤에 엉덩이 부분이 하얗게 달아있는걸 그때 처음 봤다면서....제 모습이 너무 후줄근해 민망할 정도 였다고 하더군요.....

 

참,,,사람 맘이 얼마나 간사한지....그 말 한마디에,...제 얼었던 맘이 녹아내립니다...

 

울 신랑 한마디 더합니다...지금까지 자신한테 이렇게 잘 해준 사람은 너 뿐이 없다구요..

비오면 빨래에서 냄새날까 삶아주고...기분 좋으라고 속옷까지 다림질 해서 입혀주고..

술먹고 그 새벽에 들어와도 밥차려 먹여주고 양말 벗겨주고  속 부대낄까 숙취에 좋다는건 항상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른 남자들도 그런 대접 받으며 사는줄 알았답니다..

속옷은 아침,저녁으로 벗어서  깨끗하게 삶아서 다려놓은 속옷을 입는줄 알았고

집에 들어가면 들어오는 시간에 딱 맞추어서 밥상이 차려져 있고...밤에 애들이 깨서 울어도  일어나지 않아도 아내들이 다 알아서 먹이고 재우고 하는줄 알았답니다....쉬파......

그렇게 2년여의 지루한 싸움은 끝이 났답니다..

 

그런데,,지 버릇 개주나요??여전히 술은 마시고 여전히 회사일에 목매달고  여전히 공부에 불을 켭니다. 하지만  술을 마셔도 어디서 누구와 얼만큼 늦는다 먼저 전화하고  전처럼 새벽에 들어오는일도 많이 줄어들고  회사일은 회사에서 끝내고 돌아옵니다.. 시간 쪼개어서 아이들과 자전거도 타고 주말이면 등산도 가고  큰아이가 시험기간에 처하면  모자란 수학 문제도 같이 풀어줍니다..

저 대신 아이들 끼고 잡니다...(제가 협박했죠...아이들이 조금더 크면 놀자 해도 같이 안놀아주고 딸래미들이라 몸 변하기 시작하면 같이 자는것도 안잘려고 할거라구요)

토욜 근무가 없는 날엔  코앞인 학교에 아이들 데려다 주고 끝나는 시간에 데릴러 갑니다..

돌아오는 길엔 3부녀가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잔뜩 묻혀서 오는 날도 있습니다..

적어도 2주일에 한번은 외식합니다..

저요?? ㅎㅎㅎ 그 뒤로 막 질러댑니다....어디서 붙은 지름신인지  백화점이고 쇼핑몰이고 안쏘다니는데 없이 쏘다니며  쓸어댑니다.. 제 카드 절대 안씁니다..울 신랑 카드로 씁니다..(울 신랑이 돈관리 하고 나서는 전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만 받고 그외에 대출이자나,,보험,,이딴것들 다 울 신랑이 관리합니다..각자 생활비에서 자신이 쓴 카드값 결제 하고 큰것만 상의해서 씁니다)

울 신랑,,옷사대고,신발 사대고  가방 사대는데도 모라고 한마디 안합니다..오히려 좋아합니다..

이쁘게 꾸미고  좋은거 신고 좋은 옷 입고 다니니까  좋은가 봅니다..

신랑이 나가는 술자리,저녁자리에 될수 있음 데리고 다니려 합니다..

멀리 사는 친구들 일부러 집앞으로 불러 모읍니다..그래야 제가 집안일 끝내놓고 아이들 챙겨놓고 나와 놀기 쉽다구요....

 

일부러 계획한 방목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저한테는 남의 일이라 생각하던 부부갈등이 그렇게 시작되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이렇게 다시 서로에게 애틋해지니까  다시 연애를 하는 기분이 드네요......

밉고 서운하기만 했던 신랑 한테서 고마운 점을 발견합니다..

술마시고 회사일에 목매달아도  월급한번 밀려서 갖다준적 없었고....그렇게 힘들다는 공부  열심히 해서  회계사 자격증 따고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따고..또 지금은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고 있고..잘나가는 회사에서  능력있는 회사원으로 인정받으면서  자신의 위치도 탄탄하게 쌓아주고 있고..

비록 빚은 있지만  갚을 능력 되고 ,,,경제적으로도 그리 힘들지 않고  아이들이 배우고 싶다는건 가르쳐 줄 만한 여유 만들어주고...... 그게 다 뭐냐,,, 그게 인생의 전부냐,,,했었는데,, 새삼 기특하고 대단하고 고맙고  울 신랑이 멋져 보입니다...

 

오늘은,,우리 신랑 좋아하는 갈치조림해서  저녁 밥상에 올릴 생각입니다..

우리 큰아이도 오늘 기말고사를 치고 오니까  우리 큰아이가 좋아하는  낚지볶음도 해야겠네요...

맘이 바뻐지네요......

저도,,한 1년  원없이 질러대봤으니 이제 지르는건 그만 해야겠죠..ㅎㅎ

 

새삼,,아이들한테도,,남편한테도,,우리 네 식구 다시 이렇게 행복한 시간 만들어준  세상한테도 고맙기만 한 마음입니다..

이 마음 변하지 않은채  아이들 커가는 거 보면서,,우리 부부  늙어가기를 기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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