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deja vu

이유진 |2006.04.06 17:39
조회 13 |추천 0

 

 

하루 종일, 낡은 기억의 파편으로 머리가 아픈 날이었다.
그 전날 기분이 최악이었던지라 더욱 더 그랬다.

정말로 하나도 할 일이 없는 토요일 근무를 서둘러 마친 나는, 구두와 정장 바지를 벗어던지고 청바지와 운동화를 집어들고선 누가 나를 알아볼까 무서워 꾸욱, 모자를 눌러썼다.
그리고 높은 가을 햇살도 따뜻한 햇살도 외면한 채 까페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선, 쓴 커피와 담배에 절어들고 있었다.
책을 읽고 무언가 끄적거리고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기도,
그러다 문득, 보이는 무언가.
예전에도 분명, 바로 이런 기분, 이런 느낌, 이런 상황.

데자부.
유독 가시감이 많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뭉클, 하고 머리를 내쳤다.

어지러운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영화를 보러 극장안으로.
토니 타키타니. 청아한 상실의 기억,
이란 문구가 가슴에 닿아서 예전부터 보려고 마음 먹었던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또 예전에도 분명, 이란 느낌이 계속해서 머리를 아프게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우연한 만남,
정신이 혼미한 상태의 어색한 대화와
또 다시 이어지는 예고 없던 만남,

예전에도 분명, 바로 이런 기분, 이런 느낌, 이런 상황.

데자부, 하루 종일 머리를 툭툭 건드리는,
기억을 툭툭 끊어버리는 가시감에 어지러워
집에 돌아와 책상 의자에 몸을 감고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둑한 밤 공기를 맡으며, 책상 의자에 어지럽게 지탱하는 내 모습,
영화 속 그와 닮아 있는 그 고독함에 쓴 웃음만.

그 쓴 웃음조차 예전에도 분명, 확연히 느꼈던 감정.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어지러움, 울렁거림, 울컥하는 감정의 토로.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