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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y Eye] Chapter #1

김기훈 |2006.04.08 18:08
조회 20 |추천 0

 

2005년 12월 31일

 

 

  2005년의 마지막 날. 다시 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제 여기 도착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학업에 열중하기 위해 난 이곳에 온 것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선택에 의해 온 것일까. 도서관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봤다. 사람이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나가는 것이지 새로 만들지는 않나 보다. 나의 지금까지 생활방식은 새로 만드는 쪽이였는데 그게 아닌 것 같은 기분.. 생각..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의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찝찝함.

  낯익은 '아주대'라는 분위기에 다시 들어온 반가운 기분보다는 이젠 지겨움이 더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여기든 저기든 다 똑같긴 마찬가지다. 어딜 가나 외롭고 무얼 하나 허전하고 누굴 만나도 공허하다. 난 아직도 미련의 목소리에 갇혀 그 누구를 갈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리석게도...

 

  지루함 속에서 다시 피곤함이 찾아왔다. 자유분방하게 몸을 중력에 맡기고 아무 생각없이 눈을 감고 있으면 무의식의 세계로 빠질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몇 십년간(?) 믿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잠을 잔다는(피곤하면 잘 수 있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병원에 있을 때 제한적이었던 그 곳의 생활처럼 지금 밖에 나와있는 상황에서도 당연하지 않은 것이 생겼다. 내 기분도 당분간.. 아니 아마 죽을 때 까지 일지 모르겠지만 내 것이 아니다. 약으로 겨우 붙잡아 둘 뿐.

  지독한 외로움, 고독, 불면증, 우울증.

  그래도 난 아직 포기와 손잡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너무 지친다...

 

 

 

2006년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겨울비가 내린다. 보슬보슬..

  약의 효능(?)인지는 몰라도 취하지 않고 형수와 밤늦게까지 마셨다. 오랜만의 서울행이지만 여전히 삭막함을 느낀다. 비를 맞으며 음악을 듣고 담배 한개피에 기분을 맡기고 그렇게 흥얼거리며 돌아왔다.

  사람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이 있다. 그리고 그 삶들을 이해한다.

  하지만 진정 나의 삶은 거부하고 싶다. 그렇게 또 생각하며 적당히 타협한다.

  비가 내리는 날엔 라면이 먹고 싶다.

  어느 덧 22살이 되었다.

 

 

 

2006년 1월 2일

 

 

  오랜만의 강의듣는 기분. 좋다. 공부가 하고싶어진다.

  잘해보자! 하지만 날씨 적응하기 힘들다. 너무 춥다.

 

  9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

  12시까지 영어 레포트.

  책보니까 잠이 쏟아진다. 그래도 할 것은 해야한다. 오랜만에 타지에 와서 그런지 무척이나 외롭다.

 

  첫날부터 일이 많아서 바빴다. 점수의 노예가 되어 영어 과제를 떠맡게 된 나는 찬바람이 싸늘한 동방에서 2시간동안 추위에 떨어야 했다. 피곤하고 밥을 먹어도 배가 고프다. 그래도 내가 놀았던 대가는 치뤄야지. 김미란 선생님 전화 안받으신다. 바쁘신가..

 

 

 

2006년 1월 3일

 

 

  오랜만에 공부를 해서 그런지 아침에 무척이나 눈을 뜨기 힘들었다. 즐거운 수학 강의를 다 듣고(2시간밖에 안했기 때문) 동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영어2 시간에는 내가 준비한 것을 발표하고(Presentation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밥먹으러 방으로!

  일찍부터 공부하리라 마음먹은 날이였지만 일들이 생겨서 늦게 도서관에 오게 되었다. 오기 전에는 공부 할 것들이 엄청 많게 생각되더니 막상 책을 펴니 그다지 할 것이 없네. 그래도 방심은 금물! 어떤 일이 있어도 두 과목 다 A+ 받아야 한다. 그래야 전과도 하고 편입도 하고.

  겨우겨우 폰을 충전시켜 재혁이에게 전화하고 나서 문득 듣고싶은 목소리가 있어서 다시 통화버튼을 누른다. 어제 안받으셔서 내심 걱정됐지만 BINGO! 받으신다.

  배터리가 없어서 도중에 끊어졌지만 목소리를 듣고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배고프다. 그만 쓰련다.

 

 

 

2006년 1월 4일

 

 

  힘들다. 지친다. 외롭다.

  우울증 시작. 죽을듯이 피곤하다.

 

 

 

2006년 1월 6일

 

 

  수학 퀴즈 공부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시험지에는 반도 못적은 것 같다. 하루종일 우울하다. 감기 다시 걸리다.

 

 

 

2006년 1월 9일

 

 

  새벽 2시 극도의 우울증을 참고 겨우 잠들다.

  여전히 날씨는 춥다. 늦잠 덕분에 아침도 못먹고 강의를 들으러 왔다. 이제 2주일. 비록 첫 시험은 망쳤지만 아직 남은 시험이 있다. 열심히 해서 후회없는, 그리고 의미있는 학점을 받자.

 

 

 

2006년 1월 10일

 

 

  동방에 혼자 궁상맞게 있다. 3시 수업 마치고 바로 와서 지금(6시)에 영어과제가 끝났다. 목요일, 금요일 시험이 있지만 요즘 너무나 피곤해서 일찍 방에 가서 쉬어야 겠다.

  OT공연 예비모임 6시까지 동방이라더니 성호관에서 바로 하는 모양이다. 어제 병원가서 새로운 약을 받았다. 아무쪼록 빨리 우울증이 나았으면 좋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병원에 걸려있는 벽보를 봤는데 우울증 환자의 30%가 자살을 한다고 한다. 나도 그럴 것 같은 예감이.. 그래도 내가 진정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리 때 까진 좀 더 버텨보자.

  언젠가는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오겠지

  "살아있길 정말 잘했지!" 라고...

 

 

 

2006년 1월 15일

 

 

  즐거운(?) 일요일이다. 다음주 시험 5개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 토요일을 빈둥거리며 보냈다. 그렇다고 그 압박감 때문에 지금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것도 아니다. 단지 명목상 도서관에 있는 상항.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그리워졌다. 같이 시간을 보냈던 어느 누구.. 친구.. 동기.. 또한 그 외 사람들.. 며칠간 정말 사람하고 대화 할 기회가 없었다. 만날 기회도. 그렇게 입이 심심해지고 몸도 마음도 심심해지고 외로워지고 다시 심해져서 고독해지고..

  난 정말 외로음 사람이다. 하늘만은 곁에 있어준다 하지만 하늘과는 대 화를 할 수가 없다. 하늘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오늘같은 날엔 길가는 사람 붙잡고 철학얘기를 하는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폰 사러 갈때 소라누나와 같이 갔었지. 그 떈 정말 사람이라는 존재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뻤는데.. 성영이형과 정말 오랜만에 기분좋게 술도 마시고.

  새로 개통된 핸드폰 덕분에 문자를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 외로운 마음에 여기저기 보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허했던 시간 뿐.. 다시 외로움과 고독이 나를 감싼다. 나의 불안정한 감정속에서 좋아했던 (지금도 좋아할지 모르지만) 백조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헛수고다.

  이런 처지에 있을 때 김미란 선생님께서 금요일에 서울로 오신단다. 한없이 기대된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야 있기는 하다. 내가 머물고 있는 방의 주인 정근이형. 하지만 말수도 적고 말도 잘 안받아주고 약간 신경질 적이다. 우리집 분위기와 비슷한 냄새가 난다. 그래서 난 그방에 가기 싫어한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이렇게 도서관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일 시험이 있지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냥 단지 오늘은 남은 시간동안 철학자가 되어 사색을 하고 싶을 뿐이다..

  Veronika decides to die 읽고싶다. 책사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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