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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와 대한민국의 자화상

백준협 |2006.04.12 16:05
조회 126 |추천 0

 

 얼마 전 끝난 WBC(World baseball classic)에서 대한민국 야구팀이 거둔 성적에 의해 온 나라가 들썩거린 것도 벌써 몇 주 전 얘기가 되었다. 우리나라가 기대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온국민을 월드컵때의 축제분위기로 만들었던 당시를 떠올리면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기분이 다시금 좋아지는 것은 내가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WBC를 통해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거둔 6승1패라는 경이적인 쾌거를 자랑스럽게 지켜보면서 한편으로 느낀 바가 많아 오랜만에 한 줄 적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야구'라는 종목에 대해서

한 번 냉철히 생각해보았다.

 야구는 어떤 운동인가...

야구는 현재 인류가 즐기는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중에 하나이다. 야구는 내가 생각하기에 매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스포츠다.

그만큼 규칙과 정해진 틀안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이라는 것이다.

야구는 다이아몬드형의 구장에서 공을 때려야 하는 선수가 어떤 방법으로든 진루를 함으써 공격이 이루어진다.

반면 수비를 하는 측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 것을 저지해야 한다.

이런 기본 포맷 하에서 수많은 규칙들이 따른다.

 수비를 하는 투수가 던진 공이 정해진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와서

3 스트라이크면 1 아웃이고 4볼이면 진루를 허용한다.

그리고 타자가 안타를 때리면 그만큼 진루를 할 수가 있고 홈런을 때리면 여유있게 한 바퀴를 돌아서 득점에 성공한다. 타자가 친 공이 정해진 틀(야구장)에서 벗어나면 파울이 되고 그 규격안에서 밖으로 벗어나면 2루까지 진루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수많은 정해진 규칙들에 의해 야구는 9회까지 양팀이 공,수를 번갈아 가며 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둘째로, 야구는 매 경기를 통해 발생하는 모든 데이타(data)들이 하나하나 다 기록이 되어서 남는다.

물론 다른 운동들도 그러하지만 유독 야구는 그 기록들이 다양하고 굉장히 정확하고 치밀하다.

 타자는 타율, 타점,홈런, 장타율, 진루율 등등이 얼마이고 투수는 방어율, 피안타율, 피홈런수, 자책점등이 얼마인지 모든 수치는 기록되고 누적이 되어서 결국 모든 것이 개인의 기록으로 남고 다시 그 것을 통합하여 전체 팀 데이타로 분석을 한다.

 

 결국 이런 수많은 규칙(rule)들과 경기를 통해 발생하는 모든 데이타(data)들을 왜 무슨 목적으로 다 기록하고 정리하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아웃, 5아웃이면 공수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왜 하필이면 3아웃이면 바뀌는 것일까?

왜 한 타자의 타율을 몇할 몇푼 몇리, 무려 소수점 세자리까지 기록을 하고 각 상대 투수별 타율, 주자가 루상에 나가 있을 때 타율등등 온갖 상황별로 기록들이 다 나와 있는 것일까?

 그러한 궁금점들이 바로 100년이 가까운 오랜 시간동안 많은 인간들, 특히 야구 종주국을 자처하는 미국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한 끝에 드러나게 된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이기도 하다.

 즉 야구는 농구나 축구등 타종목에 비해  경기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갖가지 규칙들이 훨씬 까다롭고 다양하며 실제로 야구 규칙에 관한 백서가 타 스포츠에 비해 엄청나게 방대한 양이라는 점. 오랜 시간동안 매경기를  치르면서 다듬어진 결과물로써 객관적인 수치와 합리적인 통계분석에 의한 경기 특성을 띄며 오늘날의 인기 종목으로 성장해 온 셈이다.

 이렇듯 엄격하고 규격화된 규칙속에서 오랜 기간동안 축적되어진 개개인의 기록들은 매우 객관적이고 분석 가치가 높은 통계 자료일 수 밖에 없고 이 것이 야구가 타 스포츠에 비해 훨씬 확률의 싸움이고 감독과 코치의 전술과 전략이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가 100년된 미국이나 우리보다 프로야구를 30년 먼저 출범시킨 일본이 이번 WBC대회 개막 이전 부터 강팀으로 불린 것은 이러한 객관적인 역사와 데이타가 우리보다 훨씬 길고 풍부한 팀들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신체조건이 우월하고 배트속도가 빠르고 정교한 차이가 전부는 아닌 것이다. 

  이런 야구의 속성과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역 최고의 야구선수 중 한명으로서 메이저리그 100년 역사동안 깨지지 않고 있던 한 시즌 최다안타의 기록을, 그 것도 체구가 작은 아시아인으로서 갈아치워버린 일본의 이치로 선수에게는 "한국 및 다른 아시아 국가가 일본에게 앞으로 30년동안 이길 수 없는 전력차임을 알게 해주겠다" 고 호언했던 것을 무조건 지나친 오만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세운 이 기록이 앞으로 다른 선수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는 한 시즌 262개의 안타라는 정확하고 객관적 수치로써 역사에 계속 남게 되는 점을 고려해본 다면 말이다.

 

 이렇게 자타가 공인할 수 밖에 없는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이치로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질 정도로 우리나라 야구대표팀은 두 번이나 일본팀을 이겼다. 

 결국 스포츠에 있어서, 그 것도 가장 객관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하는 확률의 게임인 야구에서 역사도 짧고 선수 개개인의 데이타 상으로도 열세인 우리나라가 일본 뿐 아니라 미국까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 특유의 의외성, 즉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그 들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분명 객관적 전력면에서 우리가 뒤지지만 우리나라 팀의 선수들은 정신력과 동기부여적인 측면에서 그들보다 훨씬 강했기 때문이었다.

 일본과의 1차전이 단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우리나라는 2사만루의 위기에서 우익수 이진성 선수의 몸을 던진 다이빙 캐치가 없었다면 경기 흐름상 크게 질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뒤이어 터진 아시아 최다 홈런의 기록을 갖고 있는 이승엽 선수의 객관적으로 출중한 타격 실력이 승리를 결정지은 것도 이러한 선수들의 투혼과 승부근성, 일본에 대한 자존심과 경쟁심, 군대 면제를 위한 강한 동기부여 등 수치적으로 측정할 수 없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우리 나라 특유의 감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대한민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 뜨거운 감성과 열정은 야구라는 이성적인 경기에서조차도 의외성을 연출하며 세계적인 강호 일본과 미국을 연달아 격추시키면서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솔직히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때도 세계4강이라는 믿기지 않는 일을 이루어냈고 그 와중에 보여줬던 온 나라의 거리와 시청 앞 광장까지 시뻘겋게 물들인 뜨거운 열정과 풍부한 감성은 그 때 당시에도 세계인들이 놀라고 의아해 할 정도였다.

정말 'Dynamic Korea'라는 캐치프레이즈만큼 우리나라를 가장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는 것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이렇게 역동적인 힘을 발휘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그러한 장점속에 우리는 너무나 뼈아픈 한계를 갖고 있다. 

 풍부한 감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야구든 축구든 우리가 이룬 것에 광분하고 기뻐하지만 그 것을 앞으로도 유지하고 더 발전시키기 위한 준비는 아무 것도 없다.

 

 객관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의 야구 및 축구 경기장을 우리나라 경기장과 비교해보면 된다. TV 화면으로 비춰지는 경기장과 관중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우울하기 그지 없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경기장을 보다가 우리나라 프로경기를 보면 시설이 낙후되어서 마치 후진국에서 열리는 동네 아마추어 경기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고 그 많던 붉은 악마와 야구 팬들은 온데간데 없고 텅빈 관중석 속에 드문드문 소주병들고 구경하는 아저씨들과 일부 열성 서포터즈들만이 눈에 띨 뿐이다.

 더군다나 미래를 내다보는 선진국들의 유소년 지원 시스템을 위해 투자하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우리의 그 것과는 너무나 차원이 다르다. 심지어 박찬호 선수는 "일본의 체계적인 야구 지원 시스템이 부럽다"고 공식석상에서 밝히기도 했고 일본에서 오랜 프로생활을 마치고 현재 K-리그에서 뛰고 있는 노정윤 선수는 "K-리그는 현재 퇴보 중"이라고 언론에 토로했다.

 이런 제반 여건에서 앞으로 또다시 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가고 

WBC에서 결승진출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을까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절대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글쎄, 그저 또다시 '이진성의 몸을 날리는 신기에 가까운 flying

catch'가 나와야 가능한 얘기가 아니겠는가. 아니면 독일 월드컵

운동장을 온통 붉은 색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으로 꽉 채워넣는다면 또 혹시 가능할 지 모르겠다. 

 

 이런 문제점은 대한민국의 스포츠뿐만 아니라 조금 더 분야와 시야를 넓혀서 우리나라 전반적인 현 상황을 두고 봐도 매한가지이다.

 

 동부 유럽국가에서는 이미 10년전에 사회주의에 대한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본주의의 자유경쟁을 통한 시장논리를 조금씩 도입하여 국가 경쟁력을 점차 되살려가고 있는 마당에 왜 우리는 점점 왼쪽으로 나가고 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10년후의 한국'이라는 공병호 교수의 책에서처럼 사회주의는 극빈층과 노동자층의 배고픔에 호소하는 분명하고 명확한 명제를 내걸고 그들을 뭉칠 수 있도록 선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그 것에 현혹되어 다분히 감성적이고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인 구호들을 지지한 그들을 미끼로 사회주의 국가의 큰 정부가

집행한 무리한 분배정책과 시장에 대한 많은 규제와 규율들이

결국 국가 전체를 하향 평준화시켜서 국민 전체가 배고프게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분명한 데이타(data)가 선례로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직 나이 어린 내 눈에도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데 왜 지금 이 나라를 이끌고 나가는 정권은 그 것을 모를 수가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것은 2스트라이크에서 또다시 번트를 대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뻔히 3번트 아웃 (2스트라이크인 상황에서 번트를 대다가 파울이 되면 무조건 아웃이 되는 야구의 rule) 이 보이는 상황으로 몰고가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요즘 들어 주위에서 항상 들리는 사회 양극화 문제, 빈부격차의 심화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중상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그 것을 빈부층에 배분하겠다던지, 사학법 개정을 통해 사교육비를 절감함으로써 교육기회의 평등화를 추진하겠다던지

하는 이 모든 정책들이 슬슬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부작용으로 인해 더더욱 사회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오히려 이제는 아무 근거도 없이 조그마한 땅덩어리 위의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면서도 좌,우로 빈,부로 나뉘어져 서로 배척하고 헐뜯고 미워하는 정서를 보이는 극단적 상황의 현 대한민국 주소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아프고 불쌍할 뿐이다. 

 

 다음 달 5월 31일이면 치뤄질 지방 선거에서도 이제는 그저 감성에 호소하는 꿀발린 선거공약을 내세우면서 국민들을 현혹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이상 대한민국의 앞날을 맡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보다는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후보들의 자질과 객관적 경력을 유심히 살펴보고 실제로 행정을 집행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 과거에 그 사람이 한 일과 결과물이 분명하게 사회발전을 위해 기여를 했는지 냉철하게 살펴보고 판단해서 뽑아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 각각의 후보로 나오는 사람들의 타율이 얼마인지 방어율이 얼마인지 우리가 감독의 입장에서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이 말이다.

 

 몇달 전 월간조선에서 인터뷰를 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투수코치이자 삼성 라이온즈 팀 수장인 선동열 감독은 자신은 선수 시절 일본에서 너무나 많은 서러움과 마음 고생을 하며 성공을 위해 이를 악물고 싸웠다고 한다.

 그런 그가 감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결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일본으로부터 객관적 데이타(data)를 바탕으로 정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을 하는 일본야구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그 방식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일파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한 그는 결국 감독 부임 첫 해에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팀으로 만들었고 WBC에서 보았다시피 기가 막힌 절묘한 투수 운용으로 한국을 준결승까지 올리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한편 며칠 전 한 국회의원은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한 노무현 후보의 눈물로 인해 지난 3년간 5천만 국민이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fact & data)들을 통해 이제는 무엇을 우리가 더 취해야 하고 보강해야 하며 무엇을 버려야 할지 어느정도 합리적인 판단이 서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젊은이들이 과거 기득권층의 썩은 부분을 도려낼 수 있는 진보성과 개혁성을 가지는 것은 얼마든지 진취적이고 도전적이기에 어른들이 보기에도 필요하고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감성에 의존한 채 감정적이고 도발적인 진보성향이 아니라 수치(Numbers)와 자료(data)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분석과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통한 합리적인 진보성만이 이제는 지나친 감성과 열정만을 앞세우다 무너져가고 있는 대한민국을 되살릴 수 있는 길일 것이다.

 WBC에서 보았듯이 하나의 팀을 이끌고 나가는 김인식 감독이나 선동열 코치, 김재박 코치의 역할은 보이지는 않지만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게 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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