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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패션계서 한글 디자인 옷 인기

박미혜 |2006.04.12 18:38
조회 72 |추천 0


지난 2월 26일 ‘파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Paris Pret-a-porter Collection)’이 막을 올린 프랑스 파리의 서클 리퍼블리칸.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열린 패션쇼엔 어딘가 낯익은 데가 있었다. 이날 모델들이 선보인 51벌의 옷에 손으로 흘겨 쓴 듯한 한글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달빛그림자’(L’ombre Lunaire)라는 테마의 이날 쇼에서 선보인, 상·하의 곳곳에 한글을 새겨 넣은 옷은 한국 정상의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의 작품이다. 이씨는 이곳에서 ‘Liesangbong Paris’란 브랜드로 활동한다. “외국에서는 한국에 한글이란 고유문자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몰라요. 중국과 말만 다르게 쓰고 같은 문자를 사용하는 줄 알죠. 우리 스스로 한글의 가치를 모르고 이슈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한글은 우리 문화인 동시에 상품성 또한 갖췄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4대 패션행사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의 ‘프레타 포르테(Pret-a-porter·기성복)’를 이끄는 두 가지 축은, 매해 각각 두 차례씩 열리는 전시회 성격의 살롱(Salon)과 패션쇼인 컬렉션(Collection)이다. 1000여개의 브랜드가 참여하는 살롱은 일정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출품이 가능한 데 비해, 1주일 동안 열리는 컬렉션엔 그간의 활동 성과를 기준으로 ‘파리의상조합’이 선정한 소수의 디자이너만 참가해 하루 10~12명 정도만 패션쇼를 주최할 수 있다.
 
루이 뷔통(Louis Vuitton), 샤넬(Chanel) 등과 같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의 작품이 이곳에서 공개되고 패션 관계자뿐 아니라 전 세계의 영화, 광고, IT 관계자까지 몰려들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패션 모델에게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은 꿈의 무대일 수밖에 없다. IMF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제 살길은 해외시장이라고 생각하고 파리로 진출했다”는 이씨는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올해로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 5년째 출품하고 있다. 이씨는 파리에 진출하기 전 한 번도 외국에서 공부해 본 적이 없는 순수 국내파다.

 

이씨는 이번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앞으로 한글을 디자인에 이용하는 대대적인 실험을 해나갈 예정이다. 올 가을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고급 옷 외에 중저가의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한글을 새겨 넣은 넥타이, 티셔츠, 스카프 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입을 수 없으면 세계화할 수 없습니다. 전통문화는 전통문화대로 계승, 발전돼야죠. 하지만 전통과 산업은 분명히 다릅니다. 외국인이 우리 문화를 입게 만들려면 전통을 과감히 깨뜨리고 해체시켜야 돼요. 요즘 퓨전이란 말을 수도 없이 쓰지만, 퓨전 자체도 결국 깨뜨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 김재곤 주간조선 기자(tru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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