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유럽에서 유행하는 학문중에 우생학이란 것이 있었다.
주로 백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학문적으로 입증하려 한 것들이었다. 거기에 새롭게 ABO식 혈액형 지식이 도입되면서, A형이 우수하고 B형은 뒤떨어지며, 따라서 B형이 비교적 많은 아시아인들은 원래 뒤떨어진 인종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독일의 듄겔박사도 이런 걸 다루기 시작했고, 거기에 유학 가있던 일본인 의사 하라에 의해 이 주장이 일본에 들어왔다.
그 영향을 받아 1927년 8월 심리학자 후루카와가 자기 친척, 동료, 학생 등 319명을 조사해 라는 논문을 일본심리학회지에 발표한 것이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다. 물론 일본은 황인종의 나라이니만큼 차마 인종간의 우열기준으로 사용하진 못했고, 그 대타로 성격을 나누는 기준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 설은 그다지 지지를 얻진 못하고 일단 사라졌으나 전후 이 설의 영향을 받은 작가 노오미(能見)의 책(1971년)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 유행을 일으켰다. 물론 이 작가가 무슨 엄밀한 통계조사 등을 한 건 아니고 자기가 작가생활을 하면서 만나본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이렇게 보였다는 식이었다.
저자인 노오미는 혈액형 인간학의 교조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이 이후로 이 사람의 책, 그 아들의 책, 그걸 베낀 책들이 이 이론을 그대로 받아썼다. 과학적 근거는 물론 거의 없다. 그냥 이 사람의 '느낌'으로만 써재낀 3류 소설 정도이다.
이후 이 말도 안되는 이론은 여성지 등을 중심으로 궁합문제, 직업문제, 대인관계, 학습법 등으로 응용되고 온갖 파생 상품들도 생겨나게 된다. 80년대에 들어오면서 여러 학자들의 비판으로 그 붐이 가라앉긴 했지만, 아직도 많은 잡지와 책 등이 나오고 있고 점쟁이들도 장사에 이용하고 있다.
이 이론이 우리나라에는 다른 엉터리 과학이론들과 마찬가지로 이 일본의 혈액형관련 서적들이 번역, 인용되면서 대중들 사이에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직도 서점에 있는 과 관련된 책 중에 노오미 이름의 책들이 많다.
지금은 그냥 가볍게 여기는 혈액형 인간학이지만 그 역사는 이렇게 엉터리 과학이론의 극치였던 우생학에서 시작되었고 단지 구분의 기준이 되었던 이 일본으로 넘어가 이라는 기준으로 껍떼기만 바뀌었을 뿐이다.
서양인은 대부분 A형과 O형이고, B형과 AB형은 10% 정도 밖에 없어 혈액형으로 사람을 나누는 유행 자체가 없으며, 나치스의 만행을 경험한 유럽인들은 혈액형으로 따지는 인간학을 우생학의 망령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혈액형이 네 가지로 골고루 나눠진 편이라 아직 이 쓰레기 같은 구분법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일본에선 "이런 건 외국에 없는 엉터리 이론이니 괜히 외국인에게 그런 얘기해서 망신당하지 말라"는 충고도 있고, 일본대학 명예교수이며 심리학자인 오오무라 교수는 "일본인이 원래 조그만 집단에라도 속하면 안심하는 민족성이라 그런 걸 믿는다"고도 한다. 더 우끼는 건 "한국에도 믿는 사람들 있으니 너무 부끄러워말라"는 어느 일본인 개인 홈페이지도 있다는 사실이다.
황인종은 진화가 덜 되었다는 우생학적 관점에서 시작된 이론이 우습게도 황인종의 나라 한국과 일본에서만 아직도 남아있는 셈이다.
이 이론의 기본적인 문제점은 우리들의 끝없이 다양한 성격을 겨우 4가지로 나누는 너무 난폭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성격은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하고 풍부하며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해야지 겨우 4가지로 나눠 구별하고 또 무슨 직업에 맞고 무슨 형끼리 잘 어울린다는 결론들은 이라는 큰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Tip . 페루인디언은 100%가 O형, 마야인은 98%가 O형이라고 하는데 이 사람들은 다 똑같은 성격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