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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맨과 함께했던 스탠드 만들기 - 후기

유한웅 |2006.04.15 07:13
조회 24 |추천 0


 일요일 오전부터 바빴다. 오전 내내 빡빡한 아이큐 테스트인지 영재 테스트인지 뭔가 무지 헷갈리는 문제들과 싸웠다. 다시 한번 난 범인(凡人)임을 깨닫게 하는 두통과 함께 난 일요일 오후 철사 공예(?) 수업을 위해 대학로로 향해야 했다.

 

 약간 빠듯한 시간에 문정에서 302번 버스를 타고 잠실 대교를 건너 성수를 지나, 동대문운동장서 지하철을 타고 대학로로.. 어쩔 수 없는 이 복잡한 경로때문에 난 5분을 늦었고 가장 구석의 마지막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강사님은 그래도 생각보다 일찍 왔다면서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남자 셋에 올해 올 분량은 다 왔으려나 하면서 넉살을 부리신다.

 

 들어올때 받아온 차가운 녹차를 한모금 마시고 철사 공예에 들어갔다. 먼저 철사에 익숙해져야 한다면서 가는 철사로 나뭇잎 모양을 만드는 것부터 했다. "여기서 2cm, 그리고 0.5cm 그리고.. " 뚝딱뚝딱 펜치로 그냥 잡고 툭툭 꺾어내고 구부리더니 어느새인가 세갈래의 나뭇잎 모양이 이쁘게 나왔다. 쉽다면서 다들 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칠판을 툭툭 치면서 미리 적어두신 원칙을 가르킨다. "좌절하지 말 것!!"

 

 뭐 어려울까나, 하면서 눈대중으로 재어가며 따라 만들어본다. 겨우 한쪽의 나뭇잎이 만들어졌을 때 쯤에야 '허허 이거 쉽지 않구나'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리봐도 요리봐도 이파리의 곡선은 각이 지고 삐뚤빼뚤, 길이는 길었다 줄었다 제멋대로다. 왠지 다른 사람들은 벌써 뚝딱 뚝딱 하나 둘 다 만들고 있는데 것 같은데 난 여전히 이파리 한두짝가지고 조물락거리고 있다. 겨우 하나 만들었는데, 다음 작업으로 우선 넘어가게 되었다. 나뭇잎은 다른 스텝때 짬짬히 만들라고 하신다.

 

 두껍고 긴 철사 네개를 주고는 안족의 frame을 만드는 작업을 하자고 한다. 몇개의 룰을 지키면 괜찮단다. 뱅뱅 돌리는 달팽이 모양으로 철사를 꺾는 작업인데 천천히 구부려야 이쁘단다. 말대로 해 보았다. 헛... 왜 내가 만드는 나선은 이리 안이쁜지. 손대면 손댈수록 이젠 투정만 하게 된다.

 

 이제 천을 끼우는 작업. 그리고 앞에서 만든 달팽이 모양의 네개의 축을 주어진 바깥 프레임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게 된다. 비닐에 싸인 가는 철사로 칭칭 동여매어주면 미션 종료, 이건 그래도 수월했을려나. 팽팽하게 전면부의 천을 펴주면서 전체적인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그러고 보면 앞에서 못생겼다고 불평하던 안쪽 프레임의 달팽이 모양도 이 작업서는 대폭 수정을 피할 수가 없다. 인생만사 새옹지마. 음홧홧홧 ^^

 

 무지 두꺼운 철사 힘주어 꺾어내어 이제 스텐드를 세울 부분을 만든다. 남자! 그래 이럴때 남자를 써먹으라며 힘든 분들은 도움을 받으라고 한다. 물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없었다. - 왜일까나. 내 주변에는 다들 건장한 여성 분들뿐이어서였을까.. ^^

 

 꺽고, 돌리고 고정하고, 구부리고.... 이러다 보니 이젠 펜치도, 철사도 익숙하다. 갈수록 뭔가 손에 작업이 붙어간다.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 이제는 단계를 마치기 전에 나뭇잎 한장 정도는 만들 여유가 생겼다. 이파리도 부분 부분 보면 뭔가 어색한것이 세조각 모여 나뭇잎이 되면 그럭저럭 봐줄만하다. 너무 이상한것 같으면 조금 만져준다(?). 만들었던 나뭇잎들을 핀 모양으로 뾰족하게 만든 철사로 천에 모양내어 붙여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켓 부분을 고정시키면, 믿기지 않겠지만 완성이다.  - 사실은 정규 시간을 한시간이나 오버하고 말았지만...

 

 처음에는 볼품없어 보이고 어색하게 보이기만 하던 이곳저곳들이 완성을 눈앞에 두니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아니, 부분 부분 보면 대칭도 안맞고, 펜치 자국에 철사의 구석구석 펜치 자국이 나버린 것이 아마추어티를 많이 내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자식 흠잡기 힘들다고, "호~ 제법 이쁘잖아" 하며 자화자찬까지 해버린다. 거기다가 테스트를 한다고 불까지 켜면 "핫.. 이거 내가 만든 거 맞아" 하면서 팔불출 기질까지 가세해 자아과찬의 경지에 다른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녀석도 이런 걸 다하나면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사실은 자기도 이런 수업 한번 받아보고 싶다면서 난리다. 집에 갖고 들어가니 어머니께서는 백열전구가 전기료가 얼만데 하면서 켜는 것도 못하게 하신다. 그래도 어쩌랴. 내손에 나온 녀석. 벌써 정이 붙어버렸는지 밤에 잘때 잠깐 켜보곤 하게 된다. 그러면 사치하는 듯한 느낌도 드는 것이 썩 나쁘지 않다. 그러고 보니 오전의 두통도 싸악 사라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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