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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장 쟁탈전이라는 희극

최정윤 |2006.04.20 20:30
조회 481 |추천 0

 

4월 초순엔 웃기는 사건들이 많았다. 한나라당의 저격수이자 특무상사 역할을 자임하며 폭로 정치의 정수를 보여주던 홍모 의원이 서울 시장 당내 경선 후보로 출마한 기괴한 사건은 이미 올초에 발생한 것이지만, 이후 각당의 시장 후보가 가려지는 과정에서 평균 수준 이상의 코미디가 공연되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강금실, 맹형규, 홍준표, 박주선, 그리고 마지막 타순에 들어선 슬러거 오세훈까지.

 

홍의원이 서울 시장 후보로서 내건 공약은 또 하나의 폭로처럼 보인다. 그는 예의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께 기자회견장에서 서민들에게 반값으로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라고 기염을 토했는데, 순간 회견장은 어이없는 침묵으로 가득차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고 전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불량 의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박근혜 이하 한나라당 지도부가 최연희 의원의 back-clinch 파문을 이해찬 총리 골프 사건으로 겨우 무마시켜 놓고 숨을 돌리기 무섭게 특무상사 홍모 의원의 자폭 발언을 지켜보는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홍의원은 또 폭로 중... "오세훈은

                                  탄핵 역풍 때 뭐했나?"

 

 

무색무취의 정치인 맹형규가 슬그머니 후보로 나서고 인기 영합주의의 화신 박진이 뒤를 잇자 다급해진 한나라당은 급기야 슬러거 오세훈 전 의원을 9회말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교체선수로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방을 기대하고 투입한 오세훈이 희생하는 자세로 백의종군하겠다며 엉뚱한 잠꼬대를 늘어놓고 있기에 그들은 더욱 미칠 노릇이다. 오세훈 자신만을 놓고 볼 때 그의 발언에 대한 이른바 '진정성'-이 단어가 우리 정치에서 쓰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뿐인데-논란은 무의미하다. 변호사로서 이미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경험한 그가 굳이 더러운 진흙탕에 발을 담그고 앉아 머드팩인 척 해야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세훈의 등장과 함께 홍모, 박모 의원은 2군으로 직행할테고 여전히 아무 말이 없는 맹모 의원이 한나라당의 시장 후보가 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예상조차 하기 귀찮아질 만큼 한나라당의 작태는 봐주기 힘들다.  

 

열린우리당은 일찍부터 강금실 여사를 섭외 0순위로 놓고 들러리 후보들로 군불만 지피고 있었다. 유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만을 내세우는 인사들만 많은 열린우리당의 고민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한 편 법무 장관을 역임하며 정치의 맛에 눈 뜬 강금실은 열린우리당 후보이면서도 개인의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해 기를 쓰고 변죽만 울려댔고, 결국 열린우리당 측의 애닯은 읍소에 감명받았다는 인상을 풍기며 3월 말 자신을 대표로 한 법무법인 개소식에서 4월 경 출마 선언하겠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그 자리에서 출마 선언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을까? 도대체 그녀는 왜 2주도 못 가 내팽겨쳐 버릴 법무법인 대표직에 연연하는 척하며 출마를 미뤘던 걸까?  서울 시장이라는 직함과 권력을 갖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한 편으로는 열린우리당의 얼치기들과 어울리고 논다는 수근거림이 달갑지 않았던 그녀의 작전이었을 것이다. 여당 후보로서의 이득은 챙기고 동시에 가망없는 동네 애들과는 어울리지 않겠다는 심보.

 

이렇게 여당과 1야당이 코믹 창작극을 국민에게 선보이는 와중 엉뚱한 인물이 정극에 도전하겠다며 손을 들었으니, 그의 이름 박주선이다. '박주선 게이트'의 여운이 상당히 가셨다는 정세 판단을 한 이 인물은 정책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말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문득 박중훈이 떠오른다. '할렐루야'를 시작으로 다수의 코미디 영화에서 한국적 코믹 연기를 완성한 그가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기 위해 선택한 '세이 예스'에서 관객들로부터 '세이 노'를 당하던 시절의 추억과 현재 박주선의 일갈로 장차 펼쳐질 그의 서울 시장 후보로서의 말로가 겹쳐진다. 정색을 하고 무대에 오른 박주선의 열연은 과연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낼 것인가. 제발, 열연하는데 의의를 두고 조용히 퇴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건설의 역군 이명박 오세훈과 악수. 잘 나간다 싶은 인사

                           들과는 전부 악수를 해본 이명박 역군.

 

 

어쨌든 여러 인사들이 제갈공명의 출사표처럼 확고한 의지로 선거판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서울 시장인지 건설업체 CEO인지 분간할 수 없는 행적으로나마 시민의 인기를 한몸에 모은 이명박이 그 동안 방아 찧어온 가래떡이 그렇게도 커보였던 모양이다. 싸이에 미니홈피를 개설하고 열심히 어린 시절 사진을 업로드하는 강금실이나, 누가 뭐라고 떠들던 자신은 평정을 지키려는 아집이 엿보이는 맹형규나, 벽력자가 되어버린 홍모 의원이나, 승부에 초연한 슬러거 오세훈이나. 모두들 대단히 정색을 하며 서울 시장이라는 결승 테이프를 바라보며 레이스를 시작했으나, 전부 거기서 거기인 코미디 활극으로 보이는 것은 나만 그런 걸까? 차라리 이명박이 한 번 더 하면서 서울시에 건설 붐을 확실히 조성해주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청계천을 2년만에 건설하는 기세로 무엇인들 못 지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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