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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값진 인생공부'

윤승원 |2006.04.22 12:25
조회 328 |추천 1

 

의경 아들이 전역하면 해주고 싶은 말

- '억울한 고생'이 아니라 '값진 인생공부' - 

 

 

글.사진/ 윤승원(의경 아버지)

 

 

까마득히 먼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던 '만기 제대(滿期 除隊)'.

 

의경 아들이 집에 돌아 옵니다.

잠시 활짝 웃는 얼굴로 왔다가 또 다시 아쉽고 서운한 마음으로 귀대해야 하는 짧은 외박이나 휴가가 아닙니다.

영예의 '전역증'을 받아 들고 아들이 드디어 자유스런 몸이 되어 가정으로 돌아올 날이 마침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자랑스런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아들이 무사히 집에 돌아오면 그 옛날 버선발로 뛰어 나오셨던 내 어머니처럼 이 아비는 눈물로 반가움을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그 대신  아들의 두 손을 힘껏 잡아 주고 싶습니다.

 

축하해 주고 싶은 말들

 

자식의 두 손을 꼬옥 잡고 "고생 많이했다. 건강한 몸으로 무사히 돌아오니 참으로 장하다"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떡 벌어진 우람한 아들의 양 어깨도 아비가 가슴으로 힘껏 끌어 안아주고 싶습니다.

 

그러고는 "고맙다"라는 말을 연발할 것만 같습니다. "잘 참고 견디어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니 정말 고맙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것만 같습니다.

 

"부모에 대한 진정한 효도는 너의 이런 장한 모습이다" 라는 말도 하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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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을 기다리는 빈방 - 입대에서 전역까지 의경 가족이 겪은

삶의 애환을 아버지가 일기 쓰듯 소중히 엮은 스크랩북과 앨범이 

아들의 빈방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모범대원 표창장'도 대견하기만

하다. 이 빈 의자를 아들이 채우게 되면 텅 빈 것 같았던 집안 분위기가 꽉 찬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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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빈 화판 - 미술 학도인 아들이

전역하면 의경 생활을 통해 체험한 잊지 못할 추억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각도의 '미술 세계'가  이 화판 위에서 표현될 것이다.   

 

 

아들이 전역하는 날 저녁에는 아비가 축하 케익도 준비하려고 합니다. 거기 촛불을 켜고 가족들이 둘러 앉으면 이 아비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를 것 같습니다.

 

'억울한 고생'이 아니라 값진 '인생공부'

 

이런 말부터 먼저 튀어 나올 것 같습니다.

"24개월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비싼 수험료를 치르고 '인생 공부'를 한듯 싶구나. 그런 고생이 있었기에 오늘 너의 전역이 더욱 값진 것인지 모르겠구나!"

 

나라에서 밥주고, 재워주고, 값진 '인생 공부'까지 시켜 주었는데 '비싼 수험료'라니,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겪은 그 동안의 세월은 금전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값진 세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들아, 그 '비싼 수험료' 속에는 네 엄마의 남모르는 눈물과, 이 아비의 긴 한숨과,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네 형의 드러내지 않는 염려와 진한 사랑도 포함되어 있으니, 얼마나 값진 수험료란 말이냐."라는 아비의 설명이 이어지겠지요.

 

돈을 주고도 못 사는 대한민국 남아의 소중한 체험, 그 눈물겹고, 때론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어찌 '억울한 세월'이라고만 하겠습니까.

 

아들이 돌아오면 찾아 뵙고 인사 올려야할 분들이 있습니다.

 

큰 절로 '전역 신고'하고 싶은 분들 

 

선산의 어르신들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그 분들께 먼저 '전역 신고'를 하고자 합니다.

 

전역 신고는 고생하고 돌아 온 아들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아비가 하고 싶은 것이지요.

 

"어머니 아버지, 자식이 드디어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이렇게 돌아와  큰 절을 올립니다. 자식이 나라의 부름을 받고 주어진 임무를 당당하게 수행하고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어르신들께서 염려해 주신 덕분입니다. 무사기원해 주신 그 음덕입니다."

 

아들의 전역은 이 아비에게도 많은 의미를 던져 줄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퇴근 후에 절간처럼 조용했던 집안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지겠지요.

자주 써 오던 '50대 가장의 고독'이란 말도 저의 홈페이지에서 사라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가 누리고 싶은 '소박한 행복' 

 

아내가 해주는 밥을 혼자 말 없이 퍼 먹는 일도 없을 겁니다. "아들아 밥 먹자"

 부르면, 아들은 "네, 알았어요. 아버지!"하면서 뛰어 나올 테니까요. 참으로 하찮은 일에 행복을 느끼는 아버지라고 하겠지요? 그렇습니다.

 

저녁 밥을 먹으면서 TV뉴스를 통해 아들이 복무하는 곳에서 곧잘 벌어지던 불법 폭력시위 장면. 그 걱정스런 장면을 보면서 목에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던 세월을 돌이켜 상기해 보면 저의 이런 작은 행복감은 앞으로 마음껏 누려도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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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스러웠던 날들 - 불법 폭력 시위가 있을 때마다

가슴 졸이면서 보아야 했던 TV뉴스

삼복염천에 을지문덕 장군 복장보다 더 두꺼운 옷을 입은 전.의경들이 거리로 내몰리던 장면, 쇠파이프와 각목이 난무하고 심지어 살상도구인 죽창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던 그 살벌한 불법 폭력 시위의 현장을 바라보면서 한숨 짓던 전의경 가족의 '고통의 세월'을 생각하면  저의 이런 작은 행복감은 앞으로 마음껏 누려도 좋지 않겠습니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황사 바람이 불어도 몸을 자유스럽게 피할 수 없는 곳에서 묵묵히 서 있을 의경 아들을 생각하면 365일 어느 하루도 편한 밤잠 제대로 이룬 적이 없는 이 의경 아버지에게 이제 앞으로 이런 작은 행복은 마음껏 누려도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 마음껏 누리기는 어려울 지 모르겠습니다.

 

현역 대원들에 대한 걱정도 떨쳐 버릴 수 있게 되기를...

 

내 자식은 무사히 임무 마치고 자유스런 몸이 되지만 아직도 평화적인 집회 시위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 아들의 후배 대원들이 여전히 똑같은 고생을 답습하고 있다면 어찌 전역자의 아비가 마음이 편하게 TV뉴스를 보겠습니까?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열악한 부대환경과 근무여건에서 아들 후배 대원들이 고생을 계속한다는 생각을 하면 어찌 전역자의 아비가 '작은 행복' 운운 하겠습니까?

 

모쪼록 전.의경의 현역 생활이 고달프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들이 내 자식과 같은 따뜻한 정으로 도와주시고(불법 폭력시위 근절에 사회적인 공감대를 이루어 주시는 일과, 거리에서 전의경들을 만나면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해 주시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 부대관리 지휘관들도 근무여건 개선과 부대 환경 개선에 부단히 신경 써주실 것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돌이켜 보면 걱정스런 날들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보람 있고, 가슴 뿌듯했던 일들도 참으로 많았습니다.

 

대견하고 가슴 뿌듯했던 추억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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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남자가 꼭 거쳐야 하는 '24계단'

  까마득히 높아만 보이던 저 헤일 수 없었던 계단도 이제 너의 노고와 땀방울이 모여 목표 지점에 다가온 느낌이구나. 그게 여지 없는 '세월의 법칙'인지도 모른다. (지난 해 가을 아들이 산업여행 길에 담아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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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억의 사진(의경 아들의 앨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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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에게 효도하는 일 - 건강한 몸으로 성실하게 복무하고 무사히 돌아오는 것보다 부모에게 큰 효도는 없다.



그 중에서 아들이 '모범대원'으로 선정되어 산업시찰을 다녀오고, 

특별휴가를 얻어 가족과 함께 옥상 들마루에서 모처럼 '삼겹살 파티'를 열은 것은 아비로서도 잊지 못할 자랑스런 추억입니다.  

 

또 한가지 빼 놓을 수 없는 의미 있는 추억거리가 있습니다. 열악한 부대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준 소속 경찰서장에 대한 대원들의 고마운 뜻을 아들이 직접 표현한 것이지요. 미술 학도인 아들이 그림 솜씨를 발휘하여 이란 제목의 '멋진 캐리커처'를 그려 선물한 일은 얼마나 대견하고 가슴 뿌듯한 추억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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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이 그린 캐리커처 - 부대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준 분에 대한 대원들의 고마운 뜻을 담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부모 처럼 자상하고 인정 많은 중대장과 부대 관리 경찰관들을 만난 것은 아들의 행운입니다.  아들이 남달리 그 분들의 따뜻한 사랑을 받으면서 복무한 것은 아비로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고마움이지요.

 

또한 의경 아들이 복무하는 동안 남모르게 겪은 눈물겨운 사연들과 애환을 책으로 엮어 이 아비가 전 중대원들에게 일일이 선물한 일도 빼 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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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경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어 보냄 - 소속 부대원 전원에게

아버지가 라는 문구와 함께 사인을 넣어 택배로 책을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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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경 중대장이 보내 준 대원들의 모습 - 아버지가 선물한

'의경 아들 이야기' 를 자유시간에

읽고 있는 장면이라고 했다. 

"아들아, 술 한잔 철철 넘치게 따르거라. 그리고 너도 한 잔 받으렴!"

 

아들과 마주 앉아 이렇게 시원한 맥주 한 컵 마시면서 마음 고생 심했던 지난 세월을 회상해 보는 것도 아버지가 앞으로 누려도 좋을 '작은 행복'이 아닐런지요. 그 날이 조금은 성급하지만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  의경 아버지  윤승원 씀

 

* 필자주 : 결코 짧지 않았던 지난 2년간 이 소중한 공간에 을 이어가는 동안 전국의 전.의경 가족과 경찰관, 그리고 아들을 군에 보낸 장병 가족들이 마치 내 일처럼 걱정하면서 보내주신 따뜻한 위로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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