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동체인가-한겨레신문 기획위원 홍세화씨 인터뷰

발문- “자율성을 지닌 개인이 아니라 물질에 지배를 받고 만들어진 개인은 성찰도 없고 자율성도 없고 지나친 이기주의에 빠질 염려 있어.”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로 우리에게 알려진 홍세화씨는 현재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이자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논객으로 일컬어진다. 서울대 재학시절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20년 간의 망명생활 후 2002년 고국 땅을 밟은 그에게 대학 내 공동체 형성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현재의 대학생 공동체 형성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거에 비해 대학생들의 공동체 형성 의식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대학에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탐구가 사라지고, 인간의 가치나 사회 안에서 가치실현이라는 의식보다 그저 물질적 가치를 지향하는 현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공동체 이전의 공동체 의식도 마찬가지로 사회에 대한 모색과 탐구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상실한 대학생들은 동아리나 학회 형성에 대한 동기부여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개인주의화를 학생자체의 의식 문제로 보는가, 사회 전반적인 제도의 문제로 보는가.
학생들 자신의 잘못으로만 볼 수는 없다. 지난 1970∼80년대 광주항쟁을 기점으로 학생들은 공동체 형성이나 인문사회에 대한 탐구 열의가 있었다. 그러나 사회에 점점 물질주의가 관철되면서 그러한 열의가 식고 사라지면서 대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사회를 좀더 올바르게 하기 위한 고민이라든지 참여가 가능한데 애당초 몸을 움직이게 하는 의식 속에 사회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라져 있다. 지나칠 정도로 돈 많고, 좋은 직장, 이런 것에만 지나치게 매몰돼 있는데 사회가 그렇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대에 대학생들이 서로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 공동체의 이름으로 더욱 강조돼야 하는 상황이다.
경험에 비추어볼 때 과거 1970∼80년대의 대학생들과 요즘 대학생들의 공동체(학회, 사회참여 동아리, NGO단체 형성)를 비교해 볼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우선 오늘날 대학생들은 물질적으로 분명 여유가 있다. 우리 때는 물질적으로도 항상 헛헛했기에 그만큼 사회에 대한 지적 탐구가 자리잡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비유적으로 개똥철학도 많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의 대학생들이 개똥철학이라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키에르케고르나 니체, 혹은 노장사상... 어설픈 것이라도 그것들을 나누는 토대가 있었으면 하는데 그런 것 자체가 없지 않은가.
실천적 공동체의 경우에도 과거 독재 사회는 억압된 환경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운동의 가능성이 없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다양하게 열려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 동기부여가 없어진 상황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학외의 NGO 단체들로 인해 학내 공동체 형성이 힘든 것이 아닌가.
다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학내 공동체 형성이 힘들다고는 보지 않는다. 대학이라는 장이 있는데 여기를 피하고 온라인 상에서 무언가를 한다. 그것은 일종의 모순이 아닐까.
유럽 등 해외대학들의 학내 공동체, 대학생들의 공동체 의식 등은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가.
유럽사회는 오래 전부터 토론문화가 발달하고 진보와 보수의 색깔도 비교적 분명한 사회이기 때문에 대학에도 그대로 표현된다. 물론 1960∼80년대 학생혁명 때에 비해 지금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사회는 기본적으로 공공성의 문제나 연대의식이 제도 속에 녹아있다. 우리는 아직 이러한 제도조차 확보하지도 않은 채 너무 움직임이 없다.
유럽 사람들의 개인주의와 지금 대학생들의 개인화현상은 어떤 차이점을 지니고 있나.
지금 대학생들은 자율적 개인이 아니라 자율성이 배제된 개인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자아로서의 자발성이나 능동성, 자율성을 지닌 개인이 아니라 물질에 지배를 받고 만들어진 개인이다. 그 개인은 성찰도 없고 자율성도 없고 자칫 지나친 이기주의에 빠질 염려가 있다.
대학생들의 학내 공동체가 발전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뒷받침돼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다. 공동체의 생명은 거기에 있다. 참으로 불행하게도 현재의 대학생에게는 문제의식 자체가 옅거나 없다. 대학생활을 모두 내던지면서까지 학생들이 고시촌으로 몰려가는데 그것이 대학생활을 희생시킬 만큼 가치 있는가 라는 점에서 지금 대학생들에게는 문화적 충격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화적 충격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한총련과 같은 정치운동이 아니라 물질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총체적 저항의 씨앗으로써 대학이 앞장서 문화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학내 공동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생 자신을 위해서다. 결국 대학생의 길이 지성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탐구와 참여의 모색기간이라고 할 때 자신과 사회와의 관계설정을 뚜렷이 하고 그 바탕에서 비판적 가치관을 통하여 자기 삶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지성인의 삶의 궤적이 아니겠는가. 그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동아리나 공동체를 통해 문제의식을 나누고 같이 공부하고 참여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대학생활을 소홀히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물질가치에 대해 그 조건을 받아드리고 긴장해야 하는 것은 현실이지만 거기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고 자율적인 인간이 되길 바란다. 현재 대학사회는 자기 성숙의 모색이 죽은 사회이다. 장기간에 걸쳐 취직 임용을 위해 경쟁할 뿐 장기간에 걸쳐 자기와의 싸움이 사라진 사회이다. 지금까지 남과 많이 경쟁했으니까 지금부터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싸워가야 한다. 대학생활이 황금기일수 있는 것은 그럴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경희 대학주보 곽한나 기자(yeah@news.khu.ac.kr)] 2005.07.29 18:46 http://imnews.imbc.com/mspecial/campusrpt/1263213_20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