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를 몰랐던 한 남자와 결혼했고, 행복했다
- 크리스토퍼 리브와 데이나 리브-
원재훈 시인
평생을 같이 살고 나서 그와 함께한 세월이 행복했다고 말할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면 이제 다른 생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오히려 가슴 설레는 일일 수도 있다.
영화 <슈퍼맨>으로 할리우드 스타의 최고 영광을 누리고 있던 시절, 갑작스러운 낙마 사고로 10여 년간을 휠체어에 의지하면서 투병했던 미국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 그가 사람들에게 진정한 슈퍼맨으로 기억된 것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그때부터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자유자제로 악당들을 때려눕히며 미국 남성의 이상형이 되었던 머리 좋은 근육질의 사내로서가 아니라, 일어서서 걸어 다닐 수도 없는 몸으로 그는 불굴의 정신,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강력한 의지와 힘을 보여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를 진정한 슈퍼맨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는 좌절과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언제나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아 지친 영혼을 일으켜주던 부인이 있었다.
그의 아내 데이나 리브도 영화배우이자 가수였다. 그녀는 보기 드문 인내심으로 남편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사랑은 참으로 위대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가장 최악의 상태에서 가장 아름답게 꽃피었다. 그녀는 변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사랑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더욱더 진실한 사랑의 생을 살았다.
오랜 투병 생활 끝에 2004년 10월 슈퍼맨이 죽었다. 데이나는 남편과 같은 병으로 고통 받는 척추마비 장애자들을 위한 ‘리브재단’ 을 만들어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자신의 직업인 영화와 노래를 버리고 오로지 노약자와 병자를 돌보는 사람으로서 생을 보냈다.
리브 재단의 회장인 캐시 르위스는 지난 2006년 3월 7일 마흔네 살의 나이로 데이나 리브가 운명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병원에 있던 데이나 리브를 방문했습니다. 데이나는 웃으면서 유머를 잃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을 따라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운명하기 전에 그녀는 ‘결코 포기라는 단어를 몰랐던 한 남자와 결혼했으며 행복했다’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습니다.”
데이나 리브는 남편 사후 1년 5개월 만에 폐암으로 사망한 것이었다. 담배라고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그녀였다. 전문가들은 그녀의 병이 남편이 쓰러진 다음부터 시작된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기인한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견해을 밝혔다.
그녀의 웃음 뒤에 웅크리고 있는 고통의 응어리가 암 덩어리를 키운 것은 아닐까? 고통은 속으로 숨기고,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고의 나날들을 보냈을까? 그녀의 아름다운 30대는 이렇게 꽃피었다. 두 남녀가 만나 생을 이렇게 보낼 수 있다면 죽음도 결코 그들을 갈라놓지는 못할 것이다.
영혼의 날개는 어떠한 장애에도 꺽이지 않는다. 두 사람의 사랑이 진정으로 밫났던 고통의 세월은 습관적으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고, 좀 더 멋진 얼굴과 몸매의 이성에게 이끌리고, 만남의 관계를 풍요롭게 지속하지 못하는 욕망을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부부의 사후에 열세 살 난 아들이 남았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선생 역을 맡아 열연했던 로빈 윌리엄스가 이들의 아들을 거두어 키운다고 한다. 아름다운 이야기는 멀리서 들려와도 바로 곁에서 느껴지는 숨소리 같다.
진정한 우정이나 사랑은 가난하거나 처지가 비루해졌을 때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의 그 누구도 당신을 거들떠보지 않을 때 당신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지금 당신 곁에 있는가? 아니 당신 곁에 당신의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고통받는 연인이 있는가? 진정으로 한 사람을 사랑할 때 세상은 모든 사랑과 행복을 준다.
출처 :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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