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스테판 지만스키·앤드루 짐벌리스트/에디터
축구와 야구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스포츠다. 대중적 인기로 보나 상업적 성공으로 보나 두 종목은 여타의 스포츠를 압도한다. 그러나 세계 스포츠의 절대강자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둘은 매우 이질적인 종목이다. 단적으로 축구는 전 지구적인 스포츠지만 야구는 미국과 중남미,일본,한국 등 10여개 국가에서만 즐기는 지역적 스포츠다. 또 미국인들은 야구에 열광하지만 축구엔 냉랭하고,유럽인들은 축구광들이지만 야구는 거의 하지 않는다.
영국과 미국 출신의 두 경제학자가 쓴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는 야구와 축구를 비교한 흥미로운 책이다. 축구와 야구는 19세기 후반이라는 비슷한 시대에 태어났고 함께 거대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둘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달랐고 추구하는 이념과 문화적 전통도 다르다. 축구가 유럽적 문화를 상징한다면 야구는 미국적 문화를 상징한다. 유럽적인 축구를 지배하는 것이 정치의 논리라면,미국적인 야구를 지배하는 것은 경제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축구는 전통적으로 확산정책을 펴온 반면 야구는 확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축구가 전세계적으로 퍼진 것은 기본적으로 대영제국의 방대한 식민지 운영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초기 축구 지도자들이 ‘선교사적인 의무감’을 가지고 축구를 전파한 덕분이기도 하다. 반면 야구 지도자들은 세계화에 무관심했고 고립화의 길을 갔다.
축구야말로 진정 세계적인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던 영국과 독일 병사들은 축구 경기를 하며 ‘크리스마스 휴전’을 했고,2002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 있던 영국 병사들도 아프간 팀과 관계 개선을 위해 축구를 했다. 축구는 2001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축구와 야구의 차이는 리그 운영에서도 두드러진다. 축구가 개방형 체제라면 야구는 폐쇄적 체제다. 축구의 개방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치는 상하위 리그 간 이동 시스템. 축구 리그는 상위리그의 하위팀은 하위리그로 내려가고,하위리그의 상위팀은 상위리그로 올라올 수 있는 승격·강등 제도를 갖추고 있다. 누구나 팀을 만들 수 있고 상위리그 진입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야구 리그는 이같은 퇴출구조가 없다. 덕분에 야구 구단은 새로운 팀의 등장으로 인한 경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축구는 개방을 통해 경기 경쟁력을 추구했고,야구는 독점을 통해 수익 안정성을 노렸다.
둘 사이에 또 하나 눈에 띄는 차이점은 축구는 종종 민족주의와 결합하지만 야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축구는 월드컵과 같은 국제경기를 통해 국가적 이벤트가 되지만 야구는 철저히 자국 리그 중심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리그의 질 저하를 우려해 올림픽에 아마추어 선수들을 출전시킨다. 반면 축구는 점차 그 나라의 국력과 그 민족의 힘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고 있다. 축구는 종종 정치적으로 이용된다. 남미와 유럽의 독재자들은 축구에 집중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불만을 제거하려 했고,전세계의 수많은 축구 지도자들이 축구의 인기를 정치에 이용했다.
현재 유럽의 축구 구단들은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반면 미국의 야구 구단들은 팬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흑자를 기록 중이다. 대중적 인기에서는 축구가 야구를 앞서지만,상업적 성공에서는 야구가 축구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축구가 승리와 명예를 중시하는 전통을 구축해온 반면 야구는 이윤과 비즈니스 중심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근래 국내 출판계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스포츠를 통해 이야기 하기’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다. 요즘 소설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박현욱의 장편 ‘아내가 결혼했다’는 축구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하고,‘김인식 리더십’은 야구를 통해 리더십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축구와 야구를 통해 유럽과 미국의 문화를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를 매혹적인 이야기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본격 개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