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기러기 아빠의 죽음을 애도하며

팝콘스쿨 |2006.05.01 07:21
조회 5,402 |추천 22

제가 아는 한 교수는 미국 유학 당시 현지에서 애를 낳아

자녀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애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어 미국에 보내려 했더군요.

 

시카고의 에반스톤이라는, 생활수준과 학구열이 높은 지역에

미국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한 공립학교가 있는데 마침 친지가

그곳에 사는지라 올해 4월에 입학허가서를 제출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학교에서 "우리는 한국 학생은 받지 않는다."는 답변을

해왔답니다. 이번에는 직접 전화를 해서 "우리 애는 미국 국적을 가

지고 있다. 미국 시민을 안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한국 부모들이 하도 극성을 떨어, 학교 분위기를 망친다.

우리는 한국계의 학생은 안 받기로 결정했다. 억울하면 소송이라도 해라.

우리는 거부할 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랍니다.

싸워가면서까지 입학시킬 건 없다 싶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미국 중고등학교 교육의 최대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수학도, 과학도, 예능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독립심을 키워준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어 배우러 간다고요? 글쎄요, 그건 다음에 따로 얘기하기로 하죠.

 

저는 미국에서 교수생활도 해보고,

거기에 살 동안 애들도 학교에 보내봤습니다.

그들의 교육 방침 중에 우리보다 두드러지게 나은 것이 있다면,

독립심을 키워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숙제를 하는데 전과나 참고서가 따로 없습니다.

방과 후에 보충수업을 하는 학원도 없습니다.

자기들끼리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있을 뿐입니다.

학생들 스스로 시립도서관이고 박물관이고 찾아다니며 숙제를 해야 할 때가

많고, 소풍이나 운동회, 그 밖에 학생활동도 모두 자기들이 계획을 짜고 준비

하는 등, 무엇을 하든 독립심을 강조합디다.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는 거야 자유겠지만

왜 엄마까지 따라가서 야단입니까?

 

미국 동부의 한 사립대학에 들어간 한국학생이

자서전식으로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사립학교 들어가 인생의 목표라도 완성한 듯,

20대 초반에 자서전을 쓴다는 것도 우습지만

그 내용을 보고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가까이 살면서, 기숙사 학교엘 보낸 모양인데,

아무리 힘들어도 주말에 "엄마 만날 생각을 하면서

꾹 참고 공부했다는 내용입니다. 눈물겨운 얘기지요.

열 살배기가 아니라 사춘기 청년이 엄마 보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다는 겁니다. 물론 뒤늦게 철이 들어 향수병을

이기고, 미국학생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성공했다는 얘기지만요.

 

외국에서 박사공부까지 하고 돌아와 한국 대학의 교수자리에 응모하는데

어머니가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교수 좀 시켜달라고 치맛바람을 일으키는게

현실입니다. 좋은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으면 마마보이라도 교수로

뽑아야 합니까?

 

자녀의 공부를 핑계삼아 외국에까지 가서 극성을 떠는 엄마는

여러 가지로 잘못을 범하는 겁니다. 우선, 과도한 선물을 포함한

코리안 엄마의 극성을 세계만방에 광고하고 있지요. 또한 자녀를

정신적 불구로 키우면서, 아빠는 외로운 기러기 신세로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아내도, 자녀도 없는 썰렁한 집에 혼자 들어가는 일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달 몇 년씩 해야 하는 고충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라고요?

그러면, 그 자녀는 자라서 또 기러기가 되어야 하는 겁니까?

자녀의 장래를 위해 사랑하는 자식을 꼭 외국에 조기유학 시키고

싶으면, 혼자 보내세요. 책으로 지식을 쌓는 것은 나중이고,

독립심부터 키우는 게 공부입니다.

 

조기유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아빠에게 독립심을 강요하지 말고, 자녀의 독립심부터 신경쓰세요.

 

사랑하는 두 딸과 아내를 그리다 죽어간 기러기 아빠를 애도합니다.

그런데, 도처에 죽어가는 기러기 아빠들이 꽤 있더군요.

자녀의 장래를 위해......

 

                                               홍성철 씀

추천수2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