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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는 이야기

김진 |2006.05.01 08:49
조회 92 |추천 0


**************** 한 해를 보내는 이야기 IMF 이후 기업들마다 홍보비의 절감을 이유로 달력제작을 줄이는 탓에 품귀까지 빚어지던 달력인심이, 그래도 올해는 좀 나았다고 하니 다행 아닌 다행이다. 40대 이전의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얘기지만 달력 얘기가 나오니 언뜻 떠오르는 게 대통령의 얼굴과 국회의 사진이다. 30~40년은 족히 된 기억이니 옛 얘기이긴 하나, 달력이 귀했던 시절에 이발소나 마을 어귀의 가게에는 12달 모두가 한 장에 담긴 1년 치 달력이 붙어 있었다. 나도 어렸을 때의 일인지라 행정기관에서 배포했는지 까지는 알 수 없으나 대통령의 얼굴이 가운데 자리 잡고 있던 한 장짜리 달력도 기억에 새롭고, 75년 국회의사당 신축 직후에는 지금의 국회의사당 건물도 달력의 화보로 이곳저곳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다. 달력을 새로 넘긴 새해에는 덕담이 오가는데 그 유래가 기록에 나온다. 순조 19년에 김매순이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책인 열양(한양)세시기에 보면, “설날부터 3일 동안은 길거리에 많은 남녀들이 떠들썩하게 왕래하는데, 울긋불긋한 옷차림이 빛나며,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새해에 안녕하시오' 하고, '올해는 꼭 과거에 급제하시오’, '부디 승진하시오’, '생남하시오’, '돈을 많이 버시오' 등 좋은 일을 들추어 하례한다.”고 적혀있다. 그렇게 남을 위해 축원할 수 있는 좋은 절기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소한과 대한이 다가오니 본격적으로 추워지겠지만 겨울이 그저 괜히 춥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을보리를 봄에 심어 열매 맺게 하려면 '춘화처리'라는 것을 해 주어야 한다. 지금은 보리농사에 관심들이 적어서 낯설게 들리지만 '춘화처리'란 가을보리씨를 이듬 해 봄에 그냥 심으면 열매가 맺히지 않기 때문에 보리씨를 추운 곳에 일정기간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특이하게도 춘화처리를 하지 않은 가을보리씨를 이듬 해 봄에 심으면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고 한다. 가을보리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겨울을 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데 느닷없는 따뜻한 봄에 파종하니 자신의 성질을 잃어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풀 한포기에 맺히는 열매 한 알도 추운 겨울 속에 묻혀, 일정기간을 참고 삭이는 인내와 시련을 겪은 후라야 보리가 맺히게 되는 것인데, 사람의 인생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지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통계청의 2003년 자료로는 인구10만명당 24명으로 OECD국가 중에서 4위라고 하지만, 93년에 10.6명, 2002년에 18.7명 임을 살펴볼 때, 그 증가율로 보아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키에르케고르의 정의에 의하면 은 절망이다. 그들 모두가 살아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의 고통으로 절망했기에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IMF도, 달러약세도, 유가급등도, 북핵문제도, 경제 불안과 청년실업도, 우리에게 절망을 안겨줄 요인들만은 아니다. 겨울이 괜히 추운 게 아니라 했듯이, 그러한 어려움이야말로 우리 삶에 열매를 맺어줄 춘화처리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은 용기로 한 해를 갈무리하고 희망으로 새 해를 시작하는 때이다. 너나없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보자는 정성이 번져가고 있다고 한다. 회식과 여흥으로 일관하던 송년회를 로 대신하는 직장들이 그것이다. 직장에서 부서별로 이웃봉사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송년회 비용으로 이를 실천하는 것으로 송년모임을 대신한다고 하니 이처럼 따뜻하고 희망 가득한 소식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직장마다 앞 다투어 동참하니, 이 역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 되어가는 게 분명하다. 시련은 이겨내는 것이다. 아픔은 참는 것이다. 그리고 기쁠 땐 웃는 것이다. 우리들의 올 한해살이도 고달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아픔을 참고 시련을 이겨낸 도민들의 새해는 반드시 웃을 날이 더 많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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