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 막는 문자 메시지
[쿠키 사회] 청소년 상담 문자메시지가 한 여고생을 자살의 늪에서 구했다. ‘너무 우울하고,죽고 싶어요’. 2006년 4월 19일 오후 8시. 청소년 문자상담 커뮤니티 ‘동서남북’의 박은희(27) 상담원에게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여고생(추정) A양은 공부 스트레스로 자살을 고민하다 문자상담 서비스에 접속했다. 박씨는 “날씨가 화창하네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밖에 나가 하늘을 한번 보세요”라는 답장 메시지를 보냈다. A양은 자꾸만 죽고싶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A양은 이날 8차례 문자 대화에서 “소중한 부모님과 친구들을 생각해보라”는 박씨의 답장 메시지에 마음을 추스렸다.
이틀 뒤인 4월 21일.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는 A양의 문자가 박씨에게 도착했다. A양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다”며 “든든한 친구처럼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고 전했다. 다시 3일 뒤인 25일. A양은 “요즘은 나쁜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누군가 나한테 관심을 가져준다는 게 큰 힘이 됐다”고 박씨에게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B군(중3)은 지난해 9월 10일 문자상담센터 문을 두드렸다. 상담원은 “힘들 때는 언제라도 문자 보내요”라고 답했다. B은 6차례 문자상담으로 상담원의 권유에 따라 학교폭력상담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B군은 “친구들에게 맞을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문자로 대화하며 마음이 편해졌다”고 ‘보이지 않는’ 상담원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난 1년간 ‘동서남북’에 접수된 청소년들의 문자메시지 상담건수는 4232건. 자살충동부터 학교폭력,동성애 등 이성 문제,가정 문제 등에 대한 말 못할 고민들이 잇따랐다. 상담사례중 학업·진로 문제가 37.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학교 폭력과 가출 문제도 각각 15.9%,10.1%를 차지했다. 특히 ‘죽고 싶다’는 자살 관련 상담이 6%에 이르렀다.
상담원 박씨는 “의외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곳을 찾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며 “문자 상담은 다른 상담 매체보다 익명성이 보장돼 자살과 같은 은밀한 고민들을 종종 털어놓고,상담원의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지난해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자살한 청소년의 수는 1997년 908명에서 2004년 2560명으로 182%가 증가했다. 각종 범죄나 가출,학업중단 등 위기상황에 노출돼 있는 청소년도 170만명에 이르렀다.
남경희 서울교대 교수는 “우리나라 특유의 학력사회와 그로 인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주변의 꾸준한 관심과 이해만이 극단적인 방법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또 “자살을 고민중인 청소년들도 자신의 고민을 대화로 풀려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서남북 접속은 휴대폰의 ‘#1388’ 버튼을 누르면 바로 개인 비밀번호가 부여되고,상담원과의 문자 상담이 가능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