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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벌레

신경환 |2006.05.03 11:38
조회 31 |추천 0

한 송이 이름 없는 꽃이 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쉽게 이름을 짓지 못한 그런 꽃이...
그리고 저는 그 꽃을 사랑하는 작은 벌레입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청순한 그 꽃에 비해
온갖 추함을 다 섞은 듯한 제 얼굴은, 제 초라한 모습은
그 꽃 앞에 감히 다가서길 거부합니다.
혹시라도 제 모습이 그 꽃에게, 제가 사랑하는 그 꽃에게
놀람을 줄까봐, 두려움을 안길까봐,
저 때문에 그 꽃의 미소가 영원히 시들어 버릴까봐서...
전 그 꽃 앞에 다가설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다가서면 안 되는 작은 벌레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꽃을 지켜보고픈 작은 소망 때문에,
제 키보다 큰 작은 풀잎에 숨어 말없이 그 꽃을 바라봅니다.
단순히 그 꽃을 바라보고픈 소망 때문에 말이죠...
살랑거리는 바람이 밀려와 그 꽃과 춤을 출 때에도
따스한 햇살이 그 꽃과 사랑을 얘기할 때에도
촘촘히 내리는 빗물이 그 꽃에게 청혼을 할 때에도
저는 작은 풀잎에 숨어 그 꽃을 지켜만 볼뿐입니다.
저는 작은 벌레이니까요.

저는 슬프지 않아요. 저는 괜찮습니다.
보세요.. 제 얼굴은 웃고 있는 걸요.
제가 슬프지 않은 건, 제가 눈물짓진 않은 것은,
그 꽃이 행복하기 때문이에요.
그 꽃이 미소짓기 때문이에요.
제가 그 꽃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제가 작은 벌레일 뿐이니까요.
그래서 억지로 웃고 있지만 흘러내리는 눈물이
제가 작은 벌레이기 때문에 빗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 건가봐요.
제가 작은 벌레이기 때문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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