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록: 힘든도 없었어요!

이상면: 제대하고 이틀, 삼일 빼곤 연속으로 마셨네요.
이상혁: 공연 끝나고 술 먹을 생각 하니까 눈물 나던데요.
이상혁: 2002년 초에 갔었어야 되는데 4집 앨범 녹음하느라 늦췄어요. 앨범 안 내고 가면 허전할 것 같아서 하고 간 거죠. 그래서 4집 앨범 내놓고도 활동을 별로 못 했어요. 그런 착잡한 심정이 있어서였는지 4집 앨범 색깔도 좀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박윤식: 자유로운 게 좋은 것 같아요. 설명하면서 다니는 게 귀찮아요. 있는 그대로, 사는 그대로.
한경록: 좋은 밴드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요새 좀 이상한 현상이 불고 있는데, 저희 이후에 나온 밴드들 보면 너무 착한 것 같아요. 되게 재미없고 너무 진지하기만 하고. 술 좀 많이 먹고 낭만 좀 찾았으면 좋겠어요.
김인식: 저희 드럭의 경우도 펑크라고 안 하고 로큰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맨 처음 했기 때문에 1세대 펑크가 되긴 했지만요.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펑크씬은 유지되고 있어요. 안 보여도 그들 나름대로 해외 진로를 모색하고 있고. 펑크가 유행이 지났다는 생각도 있지만 일단 미디어나 방송에서 아직까지도
펑크라고 하는 장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상면: 지금 많은 장르가 더 세분화되고 다양한 밴드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보면 다 잘 해요. 저희 없던 2년 간 연주나 테크닉 면에서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게 보여요. 문제는 부각되는, 카리스마가 있는 밴드가 안 보여요. 대신 정신적인 면, 아까 경록이가 말했듯이 정신으로서의 펑크라는 의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펑크 순수주의에 대한 강박, 주류에 대한 무작정의 혐오 가운데에서 크라잉 너트는 거기에서 자유롭게 가장 전략적으로 대처한 펑크 밴드란 생각이 듭니다. 애초 이런 식의 전략을 현실화하는 데에는, 언더그라운드의 맹주로서 고민도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상면: 아이러니 하지 않나요. 그런 진영에서 저희들 더러 ‘펑크의 에티튜드’를 지켜라, 고 했었는데 결국 그것 때문에 꺾인 거죠. 저희의 경우는 대나무처럼 좀 유연하게 대처한 거고.
(모두 입을 모아) 너무 그렇게 봐 주시는 것 같은데 저흰 별 생각 없어요.
박윤식: 저희도 초창기 때는 술 먹고 맨날 싸우면서 ‘도대체 펑크가 뭐냐’ 고 했는데 뭐...
김인수: 그때 오히려 편했던 게 마음에 안 들면 술 먹고 그냥 받아 버리면 됐거든요.. 니넨 펑크야 아니야, 기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펑크가 아니었고, 그래서 받아 버린 거죠. (웃음) 제대로 잘 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저희랑 친했고요.
이상면: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진짜로 음악 하기는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예전에 친구들이었던 사람들이 달리 선택한 길이라면, 그들 나름대로 음악을 좋아해 그런 방법을 선택한 거니까 결과적으로 잘 됐으면 좋겠어요. 다만, 저희 크라잉 너트는 폼 나게 하자, 는 거죠.
이상혁: 쿨. 너무 짜증나요. 잘난척쟁이들.
이상면: 우린 쿨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쿨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나름대로의 객기라고나 할까, 그런 걸 내 보일래요. ‘우리끼리 신나고 보자’ 하는 거. ‘나는 뭐뭐야!’ 랑은 다른 거죠.
김인식: 지금 나오면 망해요. 우리는 운이 좋았지.
박윤식: MP3 문제도 있고. 군대 가 있던 2년 동안 MP3가 이렇게 발전한 걸 보고 놀랬어요.
이상면: 그것도 뮤지션에게 수익이 돌아간다면 상관없는데, 많이 고민해야겠죠.
박윤식: 우리나라도 구조적으로 아직 정착이 안 된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도 마찬가지고.
이상혁: 뮤지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우는 소리 하는 것 보다 그걸 넘어서서 머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윤식: 우리나란 전용선이 너무 짧아서 한 곡 받는 시간이 너무 짧아. 한 한 시간 걸려야지.
(또 잠시 동안 MP3에 대한 여러 가지 성토가 이루어졌다.)
크라잉 너트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펑크를 다양화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틀에 박히지 않은 펑크 밴드로서의 활력 같은 것을 느꼈고, 결과적으로 크라잉 너트의 지평 확장이 한국 펑크 씬에 생기를 불러 넣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박윤식: 펑크 하면 영미 쪽이잖아요. 똑같이 쓰리코드 하는 게 아니라 저희는 한국의 펑크록을 하는 것이죠. 펑크란 음악의 장점이 에너지 전달이 가장 좋은 장르라는 거, 그걸 기반으로 저희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생각해요.
박윤식: 하드한 메탈 해 보고 싶어요.
이상면: 제가 생각하기에도 저희 스타일이 정신이 좀 없는 것 같은데, 욕심은 많아도 하다 보면 다섯 명이 음악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절제가 돼요. 결국은 ‘크라잉 너트 식’으로 바뀌니까요. 다 걸러지죠. 개인적으로 뉴에이지부터 일렉트로니카까지 다 좋아해요.
김인식: 해체하고 조합하는 게 저희 끼는 아니고, 성격이 나빠서 그래요. 이상도 현실도 없어요, 저흰. (좌중웃음)
이상혁: 조심은 해요. 솔직하게 하자, 따라쟁이가 돼서 이것저것 하려 하지 말고, 이런 거죠.
박윤식: 원칙은 없어요. 노래 만들 때도 정해진 게 아니라, 형식을 세우지 않고 유머를 아는 게 필요하죠.
김인식: 감미로운 발라드가 흐르는데 화면에서 때려죽이고, 총질하고(좌중 웃음). 어디 또 뭘 보니까 멀쩡한 여자를 오픈카 트렁크에 넣더니 그대로 차를 불 태우잖아. (좌중 웃음)
이상혁: 그런 것들한테 한방 먹여주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이상면: 우리가 나중에 뮤직비디오로 만들 건데 지금까지 뮤직 비디오에서 죽었던 사람들 다 살리는 컨셉트로. (좌중 웃음)
이상면: 저흴 좀 무서워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한경록: 우리가 대기실을 더럽게 쓰니까 그렇지. (좌중웃음)
이상면: 이상한 것도 많이 묻고. 이상하게 물어보면 저희도 이상한 대답이 나와요. 정말 옛날엔 ‘이런 질문 할 테니까 이렇게 대답해 주세요’라고 한 적도 있어요.
이상혁: 그 이후로 다큐멘터리가 다 ‘뻥’이구나 싶었어요.
김인식: 우리가 그렇게 살아요.
이상혁: 해변에 가서 낭만도 즐기고.
이상면: 그래도 올해 전에는 나올 거예요.
한경록: 술 많이 드세요.
이상혁: 술 먹으면 취하잖아요. 그 취한 기분을 맘껏 즐겨 주세요.
김인식: 우리나라 주세(酒稅)가 얼마나 되나?
박윤식: 일단 크라잉 너트를 알고 싶다면 라이브 공연을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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