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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박찬호

이진수 |2006.05.07 08:50
조회 65 |추천 0
스포츠 > mlb 2005년 5월 26일(목) 오후 1:10 [마이데일리] 이만수 코치 아내 '박찬호와 만남' 글 화제 [마이데일리 = 김형준 기자] 시카고 화이트삭스 이만수 코치의 부인 이신화씨가 이만수 코치 공식 홈페이지(www.leemansoo.co.kr)에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와의 만남에 대한 글을 남겨 화제가 되고 있다. 이만수 코치는 지난 17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가 끝난 후 박찬호를 집으로 초대, 저녁식사를 같이 한 바 있다. 이신화씨의 글을 그대로 전한다. 며칠전 아침식사 준비로 분주한 나에게 남편이 오더니 저녁에 손님을 데려올테니 맛있는 음식을 좀 준비하란다. "경기 마치고 집에 오면 밤 11시가 다 되는데 왠 손님?"하며 궁금해 하니 박찬호 후배와 저녁식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남편 덕분에 유명한 사람, 높은(?)사람 많이 만나보았지만, 온 국민이 성원하는 박찬호 선수를 집으로 데려온다니 마음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원정팀 선수들 숙소와 우리집이 멀기도 할 뿐만 아니라 살림살이를 아직도 고스란히 한국에 두고 미국에서는 유학생 같은 생활을 하고 있던터라 손님 초대하기에는 좀 그랬지만, 텍사스에만 가면 늘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해 주었다는 남편의 말을 여러차례 듣고 고마운 마음이 많았었는데 마침 시카고 경기이니 잘되었다 싶었다. 선발투수로 게임을 뛰는 날이니 에너지 소모도 많았을 것이고, 피곤해서 입맛도 없을 것이고, 늦은 밤이기도 하고, 그래서 무슨 메뉴를 할까 오전 내내 고심했다. 오후가 되어 한국에서 부쳐온 고사리와 도라지를 물에 불려놓고 너비아니구이와 새우냉채, 된장찌게, 북어국으로 메인메뉴를 정하고 부지런히 식료품점을 왔다갔다 했다. 아이들이 옆에서 지켜보더니 "엄마, 찬호형 온다고 너무 신경쓰는것 아니야?"하며 놀린다. 문득 남편의 현역선수 시절이 떠올랐다. 중요한 시합이 있을 때마다 무슨 메뉴로 어떻게 맛있게 해줄까? 동분서주했던 그 시절. 그 때가 그립기 보다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그날따라 비록 만루홈런은 맞았지만 호투했고, 이기고 있을 때 마운드에서 내려온 박찬호 선수는 그후 삭스팀이 동점을 내는 통에 1승을 고스란히 날려보낸 터라 마음이 안좋겠다 싶어 집에서 기다리는 나와 아이들은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중략) 11시가 다 된 늦은 시간에 남편과 함께 들어선 박찬호 선수는 tv 화면보다 훨씬 잘생기고 키가 큰 청년이였다. 식사를 시작할때 시합하고 와서 목이 많이 마를 것 같아 얼음 냉수를 갖다주니 차가운 물이 몸에 맞지 않는다며 자신이 가져온 미지근한 상온의 생수를 마시는 박찬호 선수를 보며 자신의 몸관리를 철저히 하는 프로다운 점이 인상적이었다. 현역선수 시절, 커피숍에 가서도 하얀 우유를 시켜먹던 남편 모습이 다시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식사를 마친후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대화의 대부분은 야구 이야기였다. 요즘 던지는 구질에 대해, 게임 운영에 대해, 다른 투수들의 장점에 대해. 나는 야구의 기술적인 면을 잘 몰라서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남편과 박찬호 선수의 야구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또 늦은 나이(고2)에 미국에 와서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큰 아이를 격려해 주기도 하고, 이제 곧 다시 낯선 환경인 군대 입대를 앞둔 아이에게 맏형처럼 자신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자상하게 이야기 해주기도 하고,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막내하고는 키재기도 해보며 짧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만나본 박찬호 선수에게서 떠오르는 것은 '운동선수'라는 직업과는 잘 안어울리는 듯한 '감성적'이라는 단어이다. 생각도 많아 보이고 감수성도 풍부해 보이는 박찬호 선수인지라 무딘 사람은 겪지 않아도 될 마음고생을 남보다 더 했을거란 생각을 해보았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봉, 넓은 미국 땅덩어리에 알려진 그의 이름, 그가 던지는 일구 일구에 기뻐하기도 하고, 욕하기도 하는 한국의 많은 팬들, 그가 하는 사소한 말 한마디도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왜곡되고 부풀려지는 많은 기사들, 만나는 사람마다 인간 박찬호가 아닌 야구선수 박찬호에 대한 칭찬과 질타.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치루어야 했을 많은 어려움을 생각하니 남편의 말대로 등을 툭툭 두드려주고 싶었다. 박찬호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꽤 유명한 남편과 오래 살면서 나는 가끔 유명함의 득과 실에 대해 생각해본다. 현역선수 시절 남편과 내가 틈만 나면 다짐한 것 중에 하나가 '유명함이 주는 편리함에 중독되지 말자' 는 것이었다. 은행에 가도, 동사무소에 가도, 식당에서도, 심지어 병원에서 조차 순서를 무시하고 특별대우를 받게 되는 유명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라는 생각에 젖을 수 있다.(중략) 아주 늦은 밤, 남편과 함께 박찬호 선수를 숙소로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 와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화려한 생활과 엄청난 연봉들을 보면서 가끔씩은 "엄마, 우리아빠도 10년만 젊든지, 메이저 진출을 좀 빨리했으면 미시간 호숫가에 그림 같은 집에 살고 있겠지?"하고 너스레를 떤다. 그럴때 마다 난 늘 이렇게 대답한다. "아빠는 아빠시대에 해야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했고, 결과도 좋았기 때문에 참 복많은 사람이다"라고. 프로야구 초창기의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직업야구선수로서 최선을 다해준 남편이나,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력으로 넘어서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 박찬호 선수나 '유명했다' '인기있었다'하는 평가보다는 '최선을 다하고 성실하고 실력있는 야구인'으로 오래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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