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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이순원 작품집

신은영 |2006.05.07 14:30
조회 47 |추천 0

여러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어느 하나 버릴 것없이 아주 이쁘고 행복한 글들이다...

 

특히 은비령, 영혼은 호수로 가 잠든다., 혜산 가는길...

 

 

그래서 별을 보면 욕심이 없어진다고 말하는 건지도 몰라요. 그건 영원을 보는 거니까. 예전에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어요. 여자가 떠난 다음 어느 선배가 그러더군요. 별을 보라고. 나는 모르지만 어느 별엔가 여자가 있을거라고 말이죠. 아마 그때부터 별을 보기 시작했을 겁니다.

 

한번 스쳐간 다음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별에만 가 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몇 억 광년 떨어진 곳에 가 있다 하더라도 제가 찾을 수 있는 별에만 가 있으면 돼요. 우리가 이곳에 머물고 있는 건 아주 짧은 시간이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별에 가 있으면 어떻게 하죠?

그렇지만 사람들은 다시 만납니다. 우리도 다시 만나고요.

돌아오지 않는 별에 가서도 말인가요?

 

"별에겐 별의 시간이 있듯이 인간에겐 또 인간의 시간이란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행성이 자기가 지나간 자리를 다시 돌아오는 공전주기를 가지고 있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 일도 그런 질서와 정해진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2천 5백만년이 될 때마다 다시 원상의 주기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2천 5백만년이 지나면  그때 우리는 다시 지금과 똑같이 이렇게 여기에 모여 우리 곁으로 온 별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길에서 우리가 만났던 사람들을 다 다시 만나게 되고, 겪었던 일을 다 다시 겪게 되고, 또 여기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앞으로 겪어야 할 일들을 다시 겪게 되는 거죠."



"이제 제 손을 잡아주세요. 그리고 2천 5백만 년 후
         다시 절 처음 봤을 때 그것을 기억해주시고요.
         바람꽃 같다고 말할 때……"


         그날 밤, 은비령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 5백만 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밤, 은비령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5백만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소설 중에서
    오랫만에 읽은 우리 소설....  우리 소설을 등한시한 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들을 만나 행복하고 오래 전 한수산님의 글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아름답고 간결하고 마치... 촉촉한 봄비같다고 할까?   그러고 보니 두분 모두 강원도 출신이네... 흠...   아름다운 산수를 보고 사셔서 그럴까?   문체가 아름답다... 너무 너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서정적이다...       참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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