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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 |2006.05.07 19:40
조회 33 |추천 1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 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들고 산책 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안이 솜사탕 문 듯 할거야.
이 때 나직이 모짜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즐렛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 갈까?

감미로운 드라마 같은 영화...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젊었을 땐 하지 못했던 사진 한 번 찍을까?

예쁜액자에 넣어 창가에 놓아 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그렇게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어!!

나 늙으면 그렇게 그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 . . . .    


 '나 늙으면 당신과 살고 싶어....'  - 황정순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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