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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그리고 미국 대학... 첫 느낌이 이랬다.. !!

김범식 |2006.05.11 03:10
조회 25,184 |추천 115

미국 대학과 한국 대학.. 비슷 할 것으로 생각 했다.. 그러나... 실상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학들.. 미국 대학의 체제만 흉내 낸 것이 아닌지... 그러면서도 등록금은 미국 대학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는 대학 당국의 주장에 동의 할 수가 없다.. 물론.. 내가 본 것이 미국 대학 교육 전체 실상의 극히 일부라고 할 지라도...

 

** 덧붙여서: 아래 경험은 제가 겪은 미국 한 주립대학의 박사과정 수업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미국의 전체 대학 시스템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힘들겁니다.. 하지만, 평균수준을 따졌을 때, 이렇게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절대 미국 대학의 우수성이나 유학생에 대한 자화자찬을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대학들도 교육 부분에서 이러한 형태로 간다면 대학 교육 내실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에서 써 본 글이니 오해들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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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의 첫 느낌: 느리고 상업주의가 만연한 곳.. 그러나, 안정적인 사회 운영이 이루어 지는 곳..

   미국에 처음 도착 했을 때, 이곳에서 10여년 이상을 사신 어떤 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국은 무엇인가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사회적으로 역동적인 것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미국은 모든 것이 엉성하고 무척이나 느려 보이지만, 매우 안정적인 시스템의 국가임을 항상 느낀다.'


   처음에 미국에 와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그런 것이었습니다. 무엇이건 한국에서처럼 신속하게 이루어 지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하다못해 은행을 가더라도, 한국에서는 통장 계좌를 만드는데 단 5분이면 모든 것이 끝나죠. 이곳에서 계좌 하나 개설하는데 무려 30분이 넘게 걸리더군요. 거기다 서류 하나를 떼려면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에서보다 3배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방송은 또 어떻구요. 하다 못해 TV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한 편 보려고 해도 짜증나서 볼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항상 결정적인 장면에서, 그리고 평균 15분에 1번은 5분 가량의 광고가 삽입됩니다. 적어도 한 번 시작하면 끝날 때 까지는 주~욱 내용을 연결하며 볼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달랐죠.

 

   결국 미국에서의 처음 느낌은 우리나라에 비해 모든 것이 느리고 상업주의가 만연한 곳, 딱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느림의 이유가 단순한 사람들의 게으름 탓도 있지만, 모든 것에 확고한 검증의 절차를 거치는 미국 사회 운영 전반의 시스템 탓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금융, 세금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는 저의 그러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check card를 받으려고 신청을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안된다고 하더군요. 조그만 지역 은행이었는데, 신용 정보가 없기 때문에 카드 개설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Bank of America 처럼 자기네 은행 구좌에 250불 이상 계좌 잔고를 만들어서 신청하면 바로 만들어 주는 은행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체크 카드일 뿐, 신용카드는 절대 안만들어 주더군요.. ) 시간이 지나서 평균 잔고가 유지되고 미국 정부에서 소득세 과세를 위해 부여하는 '사회보장번호'가 부여되고 난 이후에야 개설이 되더군요. 길거리에서도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던 우리나라에서와는 무척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지요. 1년여가 지나고 학교 기숙사에서 아파트로 옮기면서 전화를 개설하려고 했더니, 그 동안의 신용 기록이 없어서 전화 가설이 불가능하니 운전면허증이나 신분증, 그리고 사회보장카드의 사본을 보내라고 하더군요. 하다 못해 전화 하나 가설하는데도 그러한 검증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짜증스럽고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러한 검증 체제의 덕분에 사회가 그나마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가 신용불량자 문제와 가계 부채로 사회 불안이 야기되고 있는데, 그것과 미국의 이러한 시스템이 대비되어 보였다고나 할까요.. 물론.. 미국도 신용불량자 문제가 많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제가 외국인이라서 신용카드 개설이 불가능했고,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작정 기업의 실적을 늘리기 위한 확장위주의 공격적 경영.. 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러나, 한 편으로 이를 뒤집에 보면, 그 만큼 미국 사회는 인간적인 매력보다는 원칙대로 흘러 가는 무미 건조한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옆사람에게 신경쓰고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인기가 그 사람의 말 한마디, 행적 하나에 춤을 추는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면보다 그저 자신의 앞 일에만 충실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정적인 사회로써의 부정적인 면도 크게 보인다고 할까요.. 물론, 그렇게 원칙대로 흘러 가는 것 같으면서도 또 내면에서는 대규모 세금 탈세가 횡횡하고 (마사 스튜어트 사건.. 들어 보셨죠??), 소위 inner circle이라고 하는 권력 내부의 사람들 끼리의 유대관계로 미국 전체가 좌우되는 그런 측면도 간과 할 수 없는 부분이겠지요.


   결국 '안정'이란 의미가 그렇게 좋은 것 만은 아니지만, '한국사회의 역동성'이 '안정적인 사회 운영'과 맞물려 가장 효율적인 국가 운영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는 방안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곳에서 처음으로 해 보았습니다.


- 미국 대학에서의 첫 느낌: 세시간 연강? 에누리 없이 세 시간 다 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4년, 그리고 대학원 2년 총 6년여의 고등 교육을 받는 동안 수 없이 겪었던 2시간 연강, 3시간 연강.. 그 중에서 그 시간들을 다 채운 강의는 몇 번 없었던 것 같습니다. 2시간이면 1시간 반 정도에서, 3시간이면 2시간 정도에서 끝 내는 것이 훌륭한 교수님의 덕목이었고, 학생들의 당연한 시간 계산법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요즘은 많이 바뀌었으리라 봅니다.. 이미 그 때가 90년대 초 중반이었으니까요..)

 

   미국에 와서 두 번째 학기인 2004년 봄학기에 수요일 오후, 그것도 가장 졸리는 오후 2시 ~ 5시까지의 시간에 세 시간 연강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한국에서의 시간 계산법 대로, 대충 3시반 ~ 4시 정도이면 강의가 끝날 것이려니, 했지요.. 그런데, 제 생각을 정확히 벗어나 무려 3시간 하고도 쉬는 시간에 빼먹은 추가 10분까지 챙겨서 강의가 진행 되더군요.. 그리고 매 주 그 세시간에서 단 오분도 강의 시간이 단축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강의시간에 에누리가 없다. 그것은 저에게 있어서 결국 미국 대학 시스템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느끼게 해 주는 함축적인 의미였습니다. 교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충실한 강의에 있다는 것.. 그것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충분히 후학들에게 전해 주고 후학들의 지적 능력을 자극하여 이를 발전시켜 갈 수 있는 것 - 그것이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가장 큰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에 와서 첫 학기에 영어도 어리버리 한데다 안그래도 머리도 좋지도 않은데 학기 과제 중간 보고서를 제출 해야 할 때가 되었지요. 우리나라에 있을 때 하던 대로 인터넷에서 몇 문장을 베껴다 직접 작성한 본론 부분에 서론으로 붙여서 제출 했지요. 결과는?? 놀랍게도 교수님께서 직접 이렇게 적었더군요. " 이 문장은 네가 적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식을 도둑질 하는 것은 부도덕한 짓이다. 단, 이번은 처음이니 수정해서 제출하는 것으로 하고, 다음부터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겠다." 즉, 우리 나라 대학에서는 그저 내는 것으로 끝났던 과제물 (적어도 대학원 과정에서는..)을 이곳에서는 조교도 아닌 교수님이 직접 하나 하나 꼼꼼히 챙겨서 검사하고 채점한다는 것.. 그것이 교육의 성과에 있어서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오는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너무 당연한 것이겠지요. 얼마 전 미국 국무 장관이 된 콘돌리사 라이스 박사가 프린스턴의 교수를 하고 있을 때, 학사행정 처장을 하면서도 학생들의 과제물은 조교를 통하지 않고 직접 검사 했다고 우리나라 신문에 났더군요. 그렇지만, 이곳 미국 대학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원칙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학들, 엄밀히 말해 교수님들이 얼마나 안일하게 강의에 임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방증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현실적으로 교수가 강의에만 충실하지 못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에도 절대적으로 동의 합니다. 한국의 대학에서 교수들의 평균 강의 과목이 매 학기당 세 과목에 이른다는 이야기를 하면 이곳 교수들은 혀를 내 두릅니다. 그렇게 강의가 가능 한 것이냐고 하지요. 미국 대학에서는 평균 1과목에 그칩니다. 어쩌다 연구 과제가 적은 교수님들이 두 과목 정도를 담당 하지요. 그러다 보니 교수 숫자도 많이 필요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의 수업이나 시험에 임하는 태도 또한 문제인 듯 합니다. 지난 학기. 한 학기에 보통 3회 정도 시험을 치르는데, 지하수 모델링을 강의하는 과목인 'Hydrological Modeling'이라는 과목의 두 번째 시험이 소위 Take Home exam 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지의 답안 작성 guideline에 "이 시험의 답안 작성을 위해 교과서, 논문, 인터넷 등을 모두 참고 할 수 있다. 단, 시험이니 만큼 다른 교수님이나 학생들에게는 질문 하지 말고, 특히 같은 급우들 간에 토론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라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같았더라면 그런 내용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그냥 너는 1번, 나는 2번, 후배는 3번.. 해서 대충 합해서 똑 같이 제출 했을 것입니다. 교수님들도 어차피 신경 별로 쓰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미국 학생들은 같은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컴퓨터실에서 (모델링 소프트웨어가 학교 컴퓨터실에만 깔려 있었기 때문에..) 바로 옆에 붙어 앉아 밤을 새고 답안을 작성 하면서도 단 한 마디도 물어 보거나 서로 답안을 비교하거나 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 자신의 지식을 위한 스스로의 명예. 그것이 우리나라에서와 다른 부분이었지요.

 

   결국 '에누리 없이 세 시간 다 한다.'라는 미국 대학 강의의 원칙 속에서 우리 대학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내용에 있어서 미국 대학이나 우리나라 대학이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배운 내용이 훨씬 어렵고 복잡한 것도 많이 있고, 미국 대학의 강의는 대부분 기본 개념 위주이기 때문에 오히려 내용상에 있어서는 한국의 강의 내용이 훨씬 앞서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원리 원칙에 충실하지 못하고 편법과 자기 편의 위주로 진행되는 대학의 학사 운영. 그것이 결과적으로 대학의 질적 차이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상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은 그 나라의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라고들 합니다. 또, 그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대학의 교육 수준을 보라고들 말합니다. 저는 그저 평등주의에 사로잡혀 '서울대의 폐지'를 부르 짖는 것은 대학 개혁의 방향이 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어느 국가든 그 국가를 이끌어 가기 위한 우수한 대학은 필요 합니다. 우수한 대학의 수월성은 보장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대학이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하고, 제대로 된 인재를 길러 낼 수 있는 교육과 연구의 시스템을 갖추어 가는 것. 그것이 한국 대학 교육 개혁의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교수가 언론에서 이름을 팔고, 정치권에 기웃거리고, 소위 벤쳐 사업을 한답시고 휴강을 밥먹듯이 하고, 연구과제라고 받아 와서는 대학원생을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현재의 시스템이 '세 시간 연강이 에누리 없이 진행되는'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으로 정착될 수 있는 날, 그리고, 연구 과제가 교수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이를 통한 실용적 교육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될 수 있는 날, 유학이 불필요 하다고 느끼는 선진 한국의 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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