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숨을 쉬는 동안
내 몸은 끝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일정량의 산소. 나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데 필요조건.
산소를위해 나는 오늘도 호흡이라는 일말의 충분조건을 제시한다.
석탄 한삽을 치켜들었다.
오래된 친구의 입을 열고 오늘도 검은 안주와 함께 술한잔을 권
한다.
쌕쌕거리는 나의 호흡소리..
나의 낡은 심장은 산소가 모자라다고 나의 허파를 보채고..
나의 허파는 충분한 산소공급을 위해 기침한방을 쏘아올린다.
쿨럭........
오래된 증기기관차가 세월의 한숨을 한줌의 검은연기와 쏟아내듯
나의 목도 한덩어리의 CO2와 함께 세월을 쏟아낸다.
"제길.. 늙으니 이젠 몸도 낡아가는구먼.."
문득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온다...
증기기관차가 빼액~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다.
"녀석. 너랑 지내다 보니 나도 욕쟁이가 다되었구나..허허.."
오래된 열차의 눌어붙은 먼지와 녹슬어 패인 강철처럼
나의 얼굴도 세월이란 때가 눌어 묻고
주름이란 계곡에 녹슬어 가고 침식되어 간다.
(칙칙폭폭..)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느덧 이녀석과 같은 멜로디로 휘파람을 경쾌히 불기 시작한다.
30년..
30년째다.. 이녀석을 처음 만난지도..
그땐 이녀석도. 나도 젊었다.. 우린 젊은 친구였기에 거칠 것 없었고
서로의 심장을 불태우며 어느곳도 갈 수 있었다.
곳곳에 놓인 사다리모양의 길들은.
우리에게 더욱 높은 긍지를 향해 올라갈 수 있도록 했고.
옆을 스쳐지나가는 산과 나무와 바다를 보며
같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우린 함께 였고 영원히 같이 하길 맹세했었다.
그런 우리였지만.. 내가 지금 이녀석을 데려 가는 곳은
낡은 열차를 녹이는 제철소..
이 멍청하고 머저리같은 친구는..
내가 자기를 저 먼 곳으로 인도할 것을 모르는지..
낡은 기침을 쿨럭이며 신나게 달린다..
너와 함께 가는 길은 어느곳이든 즐거워..라고 말하는듯이..
우리의 높은 긍지를 향해 치솟아 보였던 낡은 선로는..
저 아래.. 도마뱀같은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불꽃으로 인도하는듯
보인다..
정든 나의 친구의 불꽃이 아닌.. 뜨겁지만 부드럽고 정열적인 불꽃이 아닌..
모든것을 다 자기것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욕심많은 불꽃으로
말이다..
저 멀리.. 높은 굴뚝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다..
제철소다.. 나의 정든 친구의 검은연기와 다른..
死者같은 연기를 내뿜는 장소..
"이제 얼마후면.. 너의 정겨운 불꽃도 안녕이구나.."
기관차의 불꽃을 바라본다..
"너는 이렇게 마지막까지 불꽃을 내뿜는구나..
30년을 일관되게 불꽃으로 나에게 말을거는 친구여..
말이 없기에 더 듬직했던..
내가 힘들때 기댈곳이 되어주었고..
내가 추울때 따듯함이 되어주었고..
내가 흐느낄때 말없이 어깨를 기대준 나의 친구여.."
이 바보같은 친구는 듣고 있을까?
30년 평생 한마디 안한 친구인데..
내가 안녕이란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서러워진다.....
비록 남들이 볼땐 차가운 금속덩이리에 불과하지만..
나에겐 젊음을 함께한.. 꿈을 함께한 친구이기에..
이별을 앞두고 말 한마디 없는 친구가 야속하다..
(꽝!!!!!)
처음으로 친구를 때렸다.. 말한마디 못해주는 친구에게
분노가 치솟는다.....
늙은 몸이지만.. 내 팔뚝엔 힘줄이 서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 쿨럭! "
곧 나의 심장은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하고.. 기침이 터져나온다..
"늙었구나.. 너도.. 나도......"
분노는 허탈함으로 바뀌어가고..
허탈함은 눈으로 집결되어..
영글어진다..
문득 친구와의 하루하루가..
낡은 영사기에 돌려지는 흑백영화처럼..
기교없지만 순수한 모습으로..
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곳에서 나의 친구와 나는 달리고 있다...
그곳의 나는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으로 친구의 불꽃을 바라본다..
아....... 왜 몰랐을까..
내 눈에도 친구의 그것이 있구나..
30년을 변함없이 밝혀온 친구의 불꽃..
나에게도 그것이 있었구나...
낡은 증기기관차의 불꽃이 나의 눈에 비친것인지..
내 마음의 불꽃이 낡은 나의 친구에게 비친것인지..
그건 중요하지 않다....
우린 긴 세월동안 같이 꿈을 만들었고 불태웠고
행복했다..
친구여.. 남들에겐 그저 강철덩어리로 잊혀지겠지만..
나에게있어 너는 너에게 있어 나는 불꽃이였다..
꿈을 함꼐한 긍지를 가진 행복한 불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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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오늘 오후 5시
광천에서 낡은 증기기관차를 몰고 산둥제철소로 가던
김00 승무원(65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김00 승무원은 30년째 기관차와 함께 근무를 해왔으며
기관차는 수명이 다하여 제철소에서 녹여져 재활용
되려 하였다 합니다, 김 승무원은 이를 위해 기관차를 운전
하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망 원인은 과로와 노화로
규명되었습니다.
-지방신문 김 근수 기자-
Written By Dos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