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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윤주형 |2006.05.28 02:51
조회 54 |추천 0

  욕지에 간 적이 있다. 통영에서 배를 타고 또 한참 가면 거기, 버려지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듯 둥근 지구의 품에 안겨있었다.

낡은 그물과, 낚시꾼들의 가방, 2층의 카페테리아, 오종종 걷던 아이들, 폐선과 돌담.....

 

  오후 5시 반이면 수원 소방서 앞을 지나며 역사와 건물사이로 해가 진다. 일몰의 둥근 빵을 바라보며 문득 중앙선을 넘고 싶었다. 다 타지 않은 해가 흔적을 남기며 땅으로 떨어질 때, 나는 바다가 되고 싶었다. 욕지를 품에 안고 심해 깊이 깊이, 해구까지 가라앉고 싶었다.

  종종 진실에 대한 서로의 의견으로 설전을 치른다. 선거에 나온 후보들은 모두 진실을 말한다. 어느것이 진실인지 확인할 수 없을 때 대중은 외면하고 만다. 실재의 사실과, 내면의 진실, 시와 현실이 꿈처럼 구분되지 않을 때가 있다.

 

  꿈속에서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꿈속의 나는 실재였다. 꿈에서 깨었다. 내가 꿈을 꾸었던 것인가. 꿈속의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나는 지금도 확신할 수는 없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처럼 세상은 한낮 무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시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녀의 살결은 배추잎이 되고, 작은 손은 물푸레나무 잎이 되고, 지치고 곤한 내 마음은 투명한 창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희망하고 꿈꾸는 내일이 내게는 진실이다. 시의 행간이 넓으면 넓을 수록 자신의 비워내는 여백이 크면 클수록 읽는 이에게 줄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누는 것이 내게 실재이다.

 

  며칠간의 불면은 실재의 사실과, 내면의 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욕지의 사랑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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