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9월1일 일요일 서울 새벽비, 마닐라 보라 맑음
드뎌 날이 밝았다. 어제 둘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늦게 잠이 들어 일어나기 무쟈게 싫었지만 부시시 일어나 씻고 도심공항터미널로 갔다. 조금 가다가 썬글라스를 놓고 온거 같아 택시를 돌려 오빠를 집으로 보냈다.
근데…내 가방 한켠에 얌전히 잘 있는 썬글라스 발견.오빠한테 한소리 듣고 다시 출발. 도착해 출입국 신고서 쓰고 6시20분발 공항 리무진을 탔다. 거의 한시간만에 도착한 인천 신공항, 넓고 깨끗하고 멋지네. 오빠는 피곤한데다 잠도 잘 못자 흥이 나질 않았다. 나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모 개그 프로에 나오는 ‘옥동자’ 멘트를 시작했다. ‘에이구,에이구 얼굴도 못 생긴 것이 xxx하기는~’ 음…이 멘트는 남들이 들음 유치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여행내내 유용하게 써먹었다.
전화카드, 배탈약, 필름 등을 사고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8시 30분 보딩. 인천의 날씨는 개고 있었고 뱅기도 무사히 떠서 어느덧 필리핀 상공을 날고 있었다. 하늘에서 보이는 필리핀은 드문드문 높은 빌딩들이 보였고 빨갛고 파란 지붕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었다.
입국 심사를 하려 나오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우리와 일정이 비슷한 지은씨였다. 택시비도 아낄 겸 같이 공항을 빠져나와 국내선으로 향했다. 우린 씨에어였고 지은씨는 아시안스피릿이어서 보라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근데 그 좁은 보라에서 딱 한번 만났다.)
국내선 보딩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경찰 같은 애덜한테 쇼핑몰을 물어보니 멀어서 왔다갔다함 늦는다며 인상을 찌푸린다. 음…하는수 없이 국내선 터미날 왼편으로 돌아가니 ‘Carmelino’s café’ 가 보였다. 날도 덥고 시간도 떼울 겸 들어가 망고쉐이크와 아이스크림을 시켜 먹었다. 몇몇 테이블에 가이드와 커플들이 보였다. 보딩 한시간전 터미널로 들어가 쉬다가 국내선 탑승. 씨에어… ‘에게게~ 뱅기 맞어?’ 첨엔 그랬는데 잘 날라 갔고 그리 흔들리지도 않았다.
한시간쯤후 까띠끌란에 도착해 뱅기앞에서 찰칵~ 흠…여기까진 잘 왔는데 이제부터가 문제네. 우왕좌왕 하는데 다른 여행객들의 한국인 현지 가이드가 보였다. 오빠가 가이드에게 접근 k다이브에 친구 만나러 왔다는 마닐라 유학생과 트라이시클 타구 방카 타고 아주 쉽게 첫 숙소인 쉐라프에 도착. 나중에 알고 보니 마닐라 유학생은 타칭 k다이브의 ‘홍보걸’이란다. 우짠지…ㅋㅋㅋ
체크인하고 짐 풀고 기내식이 마지막이었던 우리는 배가 너무 고파 식당을 찾아 밖으로 나왔다. 어디서 뭘 먹을까 고민하고 돌아다니는데 먼저 먹고 있던 독일여행녀가 ‘베리 딜리셔스’ 하다해서 들어간 곳은 ‘달리 사이’. 우리 입맛에는 ‘덜 베리 딜리셔스’하더만~
원래 계획은 저녁 먹고 해변가를 거닐덩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할까 했는데 방에 들어오니 마냥 눕고만 싶어졌다. 푹 자고 낼부터 신나게 놀자고 합의(?)를 본 후 오빠는 세상모르게 잠이 들었다. 나도 여행 수첩에 하루를 정리한 후 스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