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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예찬

김성민 |2006.05.31 03:53
조회 49 |추천 2

축구예찬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500g도 채 나가지 않는 둥근 공 하나에 열광한다. 공이 날아가는 궤적에 감탄하고, 공을 두고 벌이는 사람들의 쟁탈전에 흥분하며, 그물에 출렁이는 공을 보며 환호한다. 이것이 축구다. 그리고 또 다시 4년 만에 월드컵의 계절이 돌아왔다.

 

100여 가지가 넘는 많은 스포츠 종목 중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양 팀 11명 씩, 22명의 선수가 2,000평이 조금 넘는 잔디밭에서 공을 두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는 이 단순한 스포츠에 많은 사람들은 희열을 느낀다. 물론 한국의 경우에는 축구만큼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로 야구나 농구가 있지만, 이는 우리 나라를 비롯한 몇몇의 경우에 불과하다. 축구의 대중성은 다른 스포츠가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다.

 

 

사실, 축구는 재미가 없다.

 

야구의 9회말 투아웃 만루상황에서 터지는 끝내기 만루홈런이나 농구의 4쿼터 종료 부저소리와 함께 림을 가르는 역전 3점 버저비터와 같은 짜릿함을 축구에서 기대하기란 어렵다. 단 한 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고 경기를 마치는 투수의 퍼펙트 게임 같은 완벽함도, 림을 부숴버릴 듯이 통쾌한 엘리웁 덩크도 축구에는 없다. 또한 축구에는 농구와 같은 폭발적인 득점력도 없다. 야구 경기 중 선발투수가 완투를 해 1:0이라는 스코어로 경기를 마쳤다면 그 경기는 투수전의 진수요, 야구의 백미일테지만, 축구에서는 아쉬운 스코어일 뿐이다. 축구는 후반 5분을 남겨놓고 한 팀이 3골차 정도의 리드를 보이고 있다면 그 경기 결과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으며, 축구에선 멋진 중거리슛이든, 엉덩이나 안면에 공이 맞아 대충 데굴데굴 들어가든, 똑같이 1득점이다. 축구에 있어 경기 결과를 놓고 짜릿함이나 통쾌함을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떤 사람이 그랬다. 축구라는 게임은 실수의 연속이라고. 맞는 말이다. 축구는 실수의 연속으로 전개되는 게임이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한다하더라도 경기 중에는 필연적으로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의도와는 다르게 게임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득점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축구는 정말 지 멋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축구를 사랑한다.

 

축구는 융통성이 있다. 경기 중에 이런 저런 룰을 적용하며 흐름이 번번히 끊어지는 야구나 농구에 비하면 축구 경기는 한 번 시작하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모든 결과를 선수들에게 맡긴다. 외워야하는 규칙이 책으로도 몇 권이 되는 야구나, 반칙의 개수가 셀 수 없이 많은 농구에 비하면 축구는 신사 스포츠인 셈이다. 그만큼 판정에 대한 시비도 상대적으로 적다. 경기 자체가 경기에 참여하는 이나 보는 이로하여금 신뢰를 갖고 수긍을 하게끔 하는데 더 호의적이라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축구는 경기를 한 번 시작하면 전반과 후반 사이 한 번의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감독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농구처럼 경기 중에 작전타임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야구처럼 감독이 그라운드에 올라갈 수도 없다. 경기 중에 감독이 할 수 있는 역할이란, 몇몇의 선수를 필요한 시점에 교체 투입하는 것과, 그저 정해진 구역내에서 필드 안의 선수들에게 목소리를 높여 다그치고, 격려하는 일 뿐이다. 그렇기에 축구는 경기 전까지 한 팀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고 노력을 했는지, 그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필드 안에서는 11명의 선수가 똘똘 뭉쳐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축구는 11명 중 어느 한 명이 잘한다고 해서 그 팀이 강해지지 않는다. 또 설사 11명의 선수가 모두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플레이가 서로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면 동네축구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뛰어난 투수 한 명만 있으면 그 팀은 이미 그 게임의 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체격조건이 월등히 좋고 개인기와 득점력까지 갖춘 센터가 한명 있다면 그 팀 역시 반 이상 먹고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축구는 11명의 선수들이 골고루 기량을 발휘해야만 그 팀의 진가, 나아가 한 선수, 한 선수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오히려 어느 한 선수가 그 팀에서 심하게 튄다면, 그 팀의 플레이가 실종되고, 결국 그 팀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축구에서 선수들은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팀플레이를 행할 수밖에 없다. 많은 구기운동이 team spirit을 강조하지만, 축구만큼 진정한 협동심을 발휘하는 스포츠는 없다.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축구는 실수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정이 더욱 중요하고, 또한 신뢰가 중요하다. 축구는 누가 얼마나 실수를 줄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10번의 슈팅을 쏟아붓고, 90분의 경기를 지배하더라도, 상대팀의 역습 한 방에 무너지는 것이 축구다. 그래서 축구에는 반전이 있다. 약팀도 얼마든지 강팀을 이길 수 있는, 평등한 게임이 축구다. 야구에서 한국 프로야구팀이 뉴욕 양키즈를 이기기란 어렵다. 한국 프로농구팀이 LA 레이커스를 이기기란 더더욱 어렵다. 이처럼 야구나 농구는 상대 전력에 따라 경기 결과가 거의 정해진다. 그러나 축구는 다르다. 레알 마드리드와 K-리그 팀이 맞붙는다면, 물론 레알 마드리드가 전력적으로도 우위에 있고 승리할 확률도 높겠지만, 결과는 모를 일이다.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야구와 농구의 경우보다는 한국 프로팀의 승리 확룔이 높다고 할 수 있다. 2002년의 한국 축구대표팀이 그 적실한 예를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축구에는 야구와 농구와는 다른 짜릿함이 있다. 반전의 짜릿함!

 

마지막으로 축구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다. 90분의 시간동안 필드 안의 선수들은 연습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잦은 패스미스와 독수리슛, 전술적인 미완성도를 보여줄 것이다. 놀랄 것 없다. 당연한 결과이다. 축구란 실수의 연속으로 전개되는 경기니까. 또한 골을 넣기 위해서 열심히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껏 많이 넣어야 5골, 3골. 그나마도 단 한 개의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경기가 끝나는 경우도 많다. 40분 동안 몇 백점의 득점이 나는 농구와 비교해 보았을 때 빈곤하기 짝이 없는 득점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기다리며 지켜본다. 득점이 적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우리를 열광하게 할 단 한 번의 찬스, 단 한 번의 골을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리고 골이 터진 순간! 우리는 미친듯이 환호한다. 이게 축구다. 축구의 진정한 묘미는 이런 인내심에서 온다.

 

 

그렇다. 축구는 인내심이 필요한 경기다.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짧은 순간순간의 판단에 일희일비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필드에서 폭죽처럼 폭발할 그 짧은 득점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인내심이 없으면 볼 수도, 할 수도 없는 것이 축구다. 참고 또 참으며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축구다.

 

 

이제 다시 월드컵이다. 이번 월드컵은 다시 유럽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시차라는 또다른 인내심이 주어졌다. 필드에서 벌어지는 순간의 판단에 대한 비판도 중요하다. 그러나 진정한 축구팬에게 더욱 요구되는 것은 만들어지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경기 결과를 은근한 끈기로 인내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과 그 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지구 반대편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들과 내가 하나됨을 느끼는 나만의 연대감. 이것이 내가 축구를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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