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제한 왜 폐지되어야하는가?
시범 케이스로 한 명을 불러내 두들겨 팸으로서 교실을 통제하고, 선생님이 가위나 바리깡으로 직접 머리를 밀어버리며,
런닝, 속치마를 입었는지 검사한다며 속살을 들춰보는 중ㆍ고등학교의 인권침해 상황은
'인권 선진국'을 주창하는, '인권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이 선출된 자유민주 대한민국의 정체성 자체에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한다.
유비쿼터스를 이야기하는 21세기까지도, 앞머리 3cm, 귀밑 3cm 규정이 남아있는 이 기가막힌 상황!
시대를 따라오지 못하는 전근대적 학교, 교육기능을 상실한 교실붕괴 현장에 '두발제한'이 우뚝 서있다.
두발제한 왜 인권침해인가!
학교의 억압적 현실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반발을 사고, 또 법리적 문제가 가장 많은 문제가 바로 '두발제한'이다.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는 생명권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인권에 해당한다.
물론 신체권은 군대나 교도소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제한할 수 있지만, 이 또한 법률적으로 전제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1. 불가피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2. 그것도 필요최소한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 7월 교도소에서마저도 두발제한이 폐지된 것 역시
이러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문제제기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학교에서의 두발제한은 '불가피성'과 '필요최소한'이라는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두발이 불량하면 행동이 삐뚤어진다'는 증명되지 않는 궤변으로 그 '불가피성'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으며,
'학생들의 머리손질시간을 줄여주겠다'는 친절한 배려 역시 그 '불가피성'을 정당화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앞머리 3cm, 귀밑 1cm' 식으로 모든 학생의 머리를 똑같이 만들어버리는 규제방식이 필요최소한인지 역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자를 들이대고 머리 길이를 재거나 손을 집어넣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왔는지 확인하는 쇼도 코메디이지만,
머리를 강제로 자르거나 심지어 라이터로 태우기까지 하는 것은 교육적 지도라기보다는 범죄/폭력행위에 가깝다.
두발제한,권위적 학생지배의 의도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고집스럽게 두발제한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여기서 우리는 군대와 교도소에서 두발을 규제하는 이유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바로 군인과 재소자로 하여금 규율과 복종을 내면화시키기 위해 두발 모양과 길이를 제한하는 것이 그것이다.
두발규제는 군인과 수형자로 하여금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사람'임을 각인시키고,
이를 통해 군대/교도소의 규율에 순응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즉, 두발규제는 군대와 교도소 내에서의 억압과 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교도소 제소자 두발제한 제도는 법무부가 2000년 7월 폐지하었다)
우리의 학교가 학생을 통제와 규율의 대상으로 상정하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이다 할 수 있다.
앞으로 나란히, 경례, 교훈, 급훈, 학적부, 시간표, 표준교과서, 운동장애국조회, 국민체조, 교련시간 등...
지금은 이미 익숙해져 버린 학교의 전체주의적 군사주의적 문화는 식민지형 인간, 전쟁차출 자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실시되던 것들이며,
해방후 일본군관출신 박정희의 군사독재시절 자행된 국가 병영화 과정에서 재생산된 것들이다.
즉 '두발제한' 역시 학교의 병영화 과정에서 도출된 산물이며,
학생 개개인을 군사조직인 학도호국단의 충실한 군인으로 키우기 위한 과정에서 정착된
반 교육적, 반 인권적인 군사주의 잔재인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푸코가 말하길, 근대사회의 규율권력은 '매우 은밀하고 교묘하게' 주체를 억압적 틀에 가두어버린다고 한다.
교실, 복도, 운동장에서 학생들을 정렬시키고, 내신, 수능시험으로 일률적인 서열을 매김으로써 질서를 확보하는 것,
불법 보충수업, 야자 등으로 정규시간표에 개입해 학생들의 행위를 통제하는 것 등은 언뜻 학생들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학생들을 학교의 억압적 주체, 권위적 피지배 객체로 만들어 내려는 적극적인 의도/의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두발을 규제하는 이유 역시 이와 비슷한 의도이다. 학교는 군대와 교도소처럼 학생들을 규율과 통제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학교는 온갖 통제와 규율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놓고는 학생들에게 그것을 강제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은 함께 논의하고 토론하는 주체가 아니라, 훈육과 통제를 당해야 하는 관리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관리주체인 학교는 관리대상인 학생에게 일정한 두발모양을 강요함으로써, 학교와 학생이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암암리에 주입시킨다.
획일화된 두발을 강요당한 학생들은 일종의 굴욕감을 느끼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규율과 복종을 내면화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두발자유화가 되면 학생관리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일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긴 하다.
하지만 학생은 관리대상이 아니다.
학생은 헌법상 교육청구권을 제기하는 학습권의 주체이며, 국가주의교육관은 일제 태평양전쟁과 군사독재때에나 먹혔을 뿐,
민주화된 이 시대에서는 이미 붕괴된지 오래이다.
학생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학교의 재학관계에 대한 행정법학계의 통설로서의 학생의 재학관계는 영조물 이용관계로서 공법상의 특별권력관계로 보는 것이다.
그 주된 논지는,
1) 학교측의 공권력 행사에 근거한 권력관계(지배복종관계)가 있고,
2)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학생에게 강제명령이나 권리제한을 가할 수 있으며,
3) 그 행위를 행정처분으로 보아 학생이 소송이 걸 수 없고, 교사의 폭력등에 사법책임이 면제된다 - 는 것인데,
이러한 견해는 과거 나치독일의 국가주의교육관에서 도출된 것으로, 일본 군국주의 집단이 이를 받아들여 일본 본토와 식민지에 적용하고,
해방 후 박정희 군사독재때 다시 활용되어 대한민국의 지배적 견해를 형성한 것으로,
이미 1960년대 이후부터 전통적인 특별권력관계론에 대한 비판과 함께 쇠퇴하기 시작한 이론이다..
특히 교육법 관계에서 학생의 재학관계는 단순히 특별권력관계 자체의 타당성 여부를 넘어서,
교육법이라는 특수법 관계에서 학생의 학습권이라는 교육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법관계로 파악될 것이 요청되기 때문에.
국가를 교육의 주체로 보아 교육을 공권력 행사로 간주하고, 학생은 그 대상자이기 때문에 복종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견해는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종종 학생의 주체권을 부인하는 근거가 되는 헌법 제31조 '교육을 받을 권리' 역시
본래의 독일 헌법 'Recht auf Bildung' (교육에 관한 권리), 불어 'le droit a' l'instruction', 영어 'the right to education' 을
일본이 일본어에 마땅한 표현이 없어 '敎育を受ける權利' (the right to receive education) 라 쓴 것을 한국이 그대로 오역한 것으로서,
국가가 완성한 교육을 학생이 일방적으로 받는, 학생을 교육을 강제하기 위한 관리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아니라,
헌법 제27조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재판청구권으로 해석되듯, 학생 역시 학습할 청구권을 행사하는 교육의 주체로 보는 관점이 옳다.
따라서 '두발자유화가 되면 학생관리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일부의 주장은 그 자체가 위헌이며, 폭력성을 내포한 반 교육적 주장이다.
'아직 학생(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인권을 제한해도 되고, 기성세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법리적으로 본래 미성년자 특수취급 자체가 여성과 함께 신체적 사회적 특성 및 처지에 따른 노동착취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히 보호를 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신분과는 무관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 기본권 제한의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조항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발상이다.
비록 학생이 미성숙하고 무능력하고 무사려하고 고집스럽다 하더라도, 교육적 관점에서 기본적 인권의 주체로서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하며,
교육의 목적이 학생으로 하여금 어른이 원하는 인간이 되도록 만드려는 게 아니라, 학생의 인간적 성장 발달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있다는 점에서, 교육 과정 전반에 걸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즉 학생인권이 더욱 보장되어야 한다
인권선진국? 국가는 국법과 협약을 철저히 준수하라!
세계인권선언 제 26조 2항은
"교육은 인격의 전면적 발달과 함께 인권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 하고 있으며,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 13조에서도
"교육은 인격과 인격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의 충분한 발달을 지향하여야 하며, 교육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더욱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정부가 1991년에 비준한 유엔아동청소년권리협약 제28조 2항은 "당사국은 학교 규율이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과 합치하고 이 협약에 부합하도록 운영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라며 학칙에 의한 인권침해를 명확히 금지하고 있고,
제 29조 2항에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 및 국제연합헌장에 내포된 원칙에 대한 존중의 계발"을 교육의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교육기본법 전문에서도 "개인의 존엄을 중시하고..." 라고 하고, 제 1조 (교육의 목적)에서도 "교육은 인격의 완성을 지향하고...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며..." 라고 규정하여 인간 존중, 인권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 역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고 함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헌법과 인권의 최고 원리이며, 이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는 것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 31조의 교육을 받을 권리의 목적 또한 개개인의 인간존엄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며, 인간 존엄의 핵심적 내용이 바로 인격 주체성이라는 점에서 교육의 목적은 자주적 인간으로서의 인격 형성과 인권 보장에 두지
않으면 안된다.
대한민국 교육기본법 제 12조 역시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 고 함으로서 교육과정 속에 학생인권이 보장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고로 '두발제한'과 '강제이발'은 국제기준과 인권조약,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의거 즉각 폐지되어야 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범죄행위이다.
군사독재자도 툭하면 호헌조치를 터트리고, 민선 대통령도 2000년 인권선진국을 주창한 나라에
불법적인 '두발제한'과 '강제이발'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국제적 수치나 다름없다.
규율과 복종을 거부하는 학생들의 저항: 두발제한반대운동, 홍성수, 당대비평 2000 겨울호
교육기본권에 관한 연구, 신현직, 서울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1990
학생의 인권과 학교 규정 제정 참여권, 신현직, 2000.5
참교육의 불꽃으로 『우리나라 현행 법체제상 고등학생의 권리』, 신현직, 도서출판 참, 1992
학생 학부모의 학습권과 교원의 정치활동, 신현직, 1999
교육기본권의 개념과 법적 성격, 신현직, 고시계, 1995.9
학교관계에 관한 법적 고찰, 임헌소, 고려대학교 법학박사학위논문, 1992
공법상의 특별권력관계론, 김철용, 法政 1976.4
학교 교육에서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일반 인권 보장 실태와 개선방안, 허종렬, 憲法學硏究 1999.5, 한국헌법학회
학교법규상 기본적 인권 보장제도와 과제, 고 전, 敎育法學硏究 1999.12
근대주체와 식민지 규율권력 『일제하 보통학교와 규율』, 김진균 정근식 강이수, 문화과학사, 1998
감시와 처벌, M. Foucault, 나남출판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