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사랑받고 있음에... 사랑 줄 수 있음에

성공을 도... |2006.06.04 22:00
조회 97 |추천 0

 

 

OO동의 여자 친구 집까지는 시내에서 걸어서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시내에서 데이트를 할 때면, 헤어짐이 아쉬워 나는 종종 걸어서 여자 친구 집까지 바래다 주곤 했다. 그 날도 함께 OO동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지하 차도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길가에 한 아저씨가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것이었다. 무척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겨울이기에 저렇게 쓰러져 잠들어버리면 꽤나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여자 친구를 꼬옥 안아주었다. 이 포옹의 의미를 여자 친구는 알고 있다. 내 품에 안겨 있는 여자 친구의 양쪽 어깨를 살며시 잡고 나는 이별을 고했다. 여자 친구는 이내 뾰로통한 표정으로 할 수 없다는 듯이 포기하고 혼자서 남은 길을 걸어간다. 내 마음은 여자 친구를 따라가고 있지만, 내게는 지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괜히 여자 친구가 함께 있으면 이 일을 완수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나는 쓰러져 있는 아저씨에게로 다가갔다. 그를 흔들어 깨우기도 하고, 보채기도 한다.

 

“아저씨 일어나세요. 여기서 이렇게 주무시면 날씨가 점점 차가워지니 위험해요. 아저씨, 댁이 어디세요?”

“…”

“일어나시기 힘드시면 제가 도와 드릴께요. 댁이 어디신지 말씀해 보세요. 제가 택시 태워드릴께요.”

 

부드럽게 말씀드렸지만, 아저씨의 반응은 차갑다. 무뚝뚝한 반말로 신경 쓸 것 없다고 말씀하신다. 차림새를 보니 노동근로자 같아 보인다. 내게 그의 차림이 어떤지는 관심 밖이다. 다만 그 분이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따뜻한 가정이 없는 분이라도 나의 각별한 주의와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중요하다고 어느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그 교수님은 나에게 어떤 경우라도 모든 이들에게 미소를 보내야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다.

 

결국 아저씨를 일으켜서 택시를 태워 댁까지 모셔드렸다. 이 분은 헤어질 무렵에 “학생 고맙네”라고 말할 만큼 제정신이 드셨다. 그 분이 댁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발걸음을 돌린다. 골목길을 막 빠져나올 즈음에 “하나님이 시켜서 한 일이에요.”라고 외친다.

 

한번은 그녀가 이런 말을 했었다.

 

“오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갈 때에 나는 술 취한 사람을 만나지 않기를 바랬어. 그런데, 오빠… 지나고 보니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술 취한 사람을 배경으로 하여 오빠 품에 안겨 있을 때였던 것 같아.”

 

나 역시도 무척 행복했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있음에. 동시에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해 줄 수 있음에.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