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깊이와 진한 파워를 체험한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영원히 바이닐(LP)을 플레이하는 디제이로 남을 것이라고 선언했던 사샤가 지난 해 초 에이블튼 라이브(Ableton Live)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랩탑 라이브를 선보였을 때 댄스 뮤직 씬은 그의 변화에 대한 충격으로 한동안 술렁였다.
이미 재작년 미국으로 이주한 사샤는 2005년 ‘Fundacion’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뉴욕의 클럽 Crobar와 LA의 Avalon(Giant에서 아발론으로 바뀐 수퍼 클럽)에서 정기 파티를 진행해 왔다.
같은 영국의 프로그레시브/트라이벌 하우스 디제이 스티브 롤러(Steve Lawler)와 이비자의 Space에서도 ‘Fundacion’ 나잇을 진행했던 사샤는 에이블튼 라이브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자신의 라이브 사운드를 그대로 집약해 [Fundacion NYC] 앨범에 담았다.
Fundacion은 기초, 주춧돌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 사샤의 영원한 파트너 존 딕위드(John Digweed)의 레이블이자 클럽 나잇 명이기도 한 ‘Bedrock’과 일맥상통하는 단어이다.

에이블튼을 이용한 자신의 아티스트적 측면을 강조한 [Involver]는 감상용의 분위기가 짙었으나 [Fundacion]은 사샤의 디제잉을 보면서 클러빙을 즐기는 듯한 클럽 안의 열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댄스 플로어용 믹스 앨범이다. 초반의 차분한 느낌에서 한 곡씩 넘어갈 때마다 슬금슬금 분위기를 띄워가며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터뜨린 그 열기를 끝까지 이어주는 74분의 셋에서 사샤의 노련미를 엿볼 수 있다.
각기 다른 LP의 속도를 맞추고 곡에서 곡으로 넘어가는 터닝 포인트에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바이닐 디제잉에 비해 에이블튼 라이브 디제잉은 프로그램 자체가 BPM을 맞춰주기 때문에 절약된 시간을 샘플의 활용, 루핑(Looping)하거나 각 사운드의 레이어별 재 편집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 앨범에 수록된 버전과 오리지널 버전을 비교해 들어보면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금방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예가 네 번째 수록곡 ‘Beanfields – Tides (Carl Craig Remix)’. 원곡은 어쿠스틱으로 연주한 다운템포이나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거장 칼 크레익에 의해 미니멀한 테크노로 리믹스 된 곡. 이 곡은 에너지가 부족한 버전이지만 에이블튼 라이브를 활용한 사샤의 손길을 거쳐 훌륭한 깊이와 파워를 가진, 댄스 플로어에서 필이 확 꽂힐 정도의 버전으로 재 탄생되었다.
이에 이어지는 Kosmas Epsilon의 주옥 같은 프로그레시브 넘버 ‘Innocent Thoughts’에서 Holden & Thompson의 ‘Come To Me’의 두 가지 버전의 연속은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쉽게 끝난다면 재미 없을 것이다. 최근 메인스트림에 동참한 독일의 듀오 M.A.N.D.Y.의 미니멀한 ‘Jah’에서 다음 수록 곡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차고 올라가는 뒷맛이란!! 말 그대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진한 파워를 몸으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
[Fundacion NYC]의 디지털 앨범 버전에서는 아쉽게도 권리확보의 문제 때문에 ‘Freaky Chakra – Blacklight Fantasy’가 빠졌지만, 최근 사샤의 라이브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 그 추세를 알고 싶다면 이 앨범이 그에 대한 해답이 되어 줄 것이다.![]()
Shirley Hong | shirleyhong@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