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이 시간에 깨 있을 줄 알았지. 친구야! 호떡 먹어라~"
자정도 넘은 시간 요란하게 초인종을 누른 그녀가
비닐봉지를 달랑거리면서 내 눈앞에 서있습니다.
외출복으로 입기엔 너무 못생긴 티셔츠와
정말 이상하게 생긴 그 인도풍 바지를 입고서
호떡봉투가 담긴 반투명 비닐봉지를 달랑거리면서
좀 놀란 나는 그녀에게 묻습니다
"너 그렇게 하고 여기까지 왔어?"
그녀는 대답대신 원룸 계단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 앉더니
그새 기름이 배어버린 호떡봉투를 축- 찢습니다.
그리곤 나 주려고 사왔다던 호떡을 지 입에 냉큼 넣더니
그 꿀, 아니 설탕물이 묻은 입술을 혀로 날름거리면서 오물오물 하는 말
"맛있어 너도 먹어봐? 식음 맛없어."
너무 태연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나는 서로 들러붙은 호떡들처럼 입술이 떡 붙어 버립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 그사람과 무슨 일 있었느냐?
니 눈이 그렇게 부은건 울어서 그런거냐? 니가 자꾸 훌쩍 거리는 건 감기냐 눈물이냐?
아무것도 물을 생각도 못하고... 그녀를 지켜보기만 할 뿐...
그녀는 그 차가운 계단에 앉아 호떡 두 개나 꿀떡 해치우더니
다시 화난 사람처럼 발딱 일어나서 남은 호떡을 내 가슴팍에 안깁니다.
"이젠 진짜 끝! 나 이제 자유의 몸이야.
나 지금부터 남자를 100명 만날까?
아님 남자없이 사는 법에 대해서 논문 써볼까 ?
일단 100명 만나보고 그런 다음에 논문 쓰는게 좋겠지?"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는 그녀
붙잡을 사이도 없이 집으로 타박타박 돌아갑니다.
질끈 동여맨 까만 고무줄 사이로 마구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겨울 바람에 몇 가닥 날려가며 그녀가 저 만큼 걸어갑니다
눈 두덩이가 팅팅 부은 그녀
호떡 기름으로 입술이 번들거리는 그녀
이상한 인도풍 바지를 입고 있는 그녀
고등학교때 신던 흑백슬리퍼를 털털 끌고가는 그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막 버림받은 그녀
내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그녀
그래 니 말만큼만 아니, 니가 말한 것 반 만큼만 편해져라
그리고 그렇게 되고나면 그땐 나랑 사랑하자
이번엔 다른 사람 말고 꼭 나랑 사랑하자
난 호떡 봉지를 가슴에 품고 그녀의 뒷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봅니다
이제는 말해도 괜찮을까요
내사랑을 언제나 깨어있었다고
나는 언제나 그대의 뒷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