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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하다..

최경미 |2006.06.14 22:11
조회 26,534 |추천 180


 

"너는 이 시간에 깨 있을 줄 알았지. 친구야! 호떡 먹어라~"

자정도 넘은 시간 요란하게 초인종을 누른 그녀가

비닐봉지를 달랑거리면서 내 눈앞에 서있습니다.

외출복으로 입기엔 너무 못생긴 티셔츠와

정말 이상하게 생긴 그 인도풍 바지를 입고서

호떡봉투가 담긴 반투명 비닐봉지를 달랑거리면서

좀 놀란 나는 그녀에게 묻습니다

"너 그렇게 하고 여기까지 왔어?"

그녀는 대답대신 원룸 계단에 턱하니 자리를 잡고 앉더니

그새 기름이 배어버린 호떡봉투를 축- 찢습니다.

그리곤 나 주려고 사왔다던 호떡을 지 입에 냉큼 넣더니

그 꿀, 아니 설탕물이 묻은 입술을 혀로 날름거리면서 오물오물 하는 말

"맛있어 너도 먹어봐? 식음 맛없어."

너무 태연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나는 서로 들러붙은 호떡들처럼 입술이 떡 붙어 버립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 그사람과 무슨 일 있었느냐?

니 눈이 그렇게 부은건 울어서 그런거냐? 니가 자꾸 훌쩍 거리는 건 감기냐 눈물이냐?

아무것도 물을 생각도 못하고... 그녀를 지켜보기만 할 뿐...

 

그녀는 그 차가운 계단에 앉아 호떡 두 개나 꿀떡 해치우더니

다시 화난 사람처럼 발딱 일어나서 남은 호떡을 내 가슴팍에 안깁니다.

"이젠 진짜 끝! 나 이제 자유의 몸이야.

 나 지금부터 남자를 100명 만날까?

 아님 남자없이 사는 법에 대해서 논문 써볼까 ?

 일단 100명 만나보고 그런 다음에 논문 쓰는게 좋겠지?"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는 그녀

붙잡을 사이도 없이 집으로 타박타박 돌아갑니다.

질끈 동여맨 까만 고무줄 사이로 마구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겨울 바람에 몇 가닥 날려가며 그녀가 저 만큼 걸어갑니다

눈 두덩이가 팅팅 부은 그녀

호떡 기름으로 입술이 번들거리는 그녀

이상한 인도풍 바지를 입고 있는 그녀

고등학교때 신던 흑백슬리퍼를 털털 끌고가는 그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막 버림받은 그녀

내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그녀

 

 그래 니 말만큼만 아니, 니가 말한 것 반 만큼만 편해져라

 그리고 그렇게 되고나면 그땐 나랑 사랑하자

 이번엔 다른 사람 말고 꼭 나랑 사랑하자

난 호떡 봉지를 가슴에 품고 그녀의 뒷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봅니다

 

이제는 말해도 괜찮을까요

내사랑을 언제나 깨어있었다고

나는 언제나 그대의 뒷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사랑을 말하다

 

 

추천수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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