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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또 다른 사랑의 시작에 서서.

이성도 |2006.06.16 13:44
조회 110 |추천 1


내 가슴속에 처음으로 담고 싶던 아이.. 너 였다. 늘 건강 잃지 말고 ." 마지막 문자를 어렵살이 보냈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건조한 크리스마스였더랬습니다. 친구들과 사랑했던 그 아이와 함께 찾아간 양평의 한 펜션은 고목의 꾸벅임 만큼이나 적막했고 그렇게도 맛있던 바베큐의 구수함은 강바람에 금새 사라져 버렸어요. 돌아오는 길에 백미러로 뒷자석에서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 아이의 눈빛이 서툴었던 건.. 아마도 이별을 고하기가 쓰라렸음을.. 눈치없던 저는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쁜놈! 어디야?!" 전 그 아일 늘 이쁜놈이라 불렀습니다. "어..일하지. 오빠는 어디야? 참..오늘 나 데려다 주기로 한거.. 안되겠어..저녁에 약속이 있어." "야! 그럼 미리 얘기해야지! 아까는 일찍 오라고 그래놓고선...어쨌든 알았다.." 핸드폰 폴더를 깨지듯 닫았습니다. 요 근래 많이 냉랭해진 그녀를 발견합니다. 늘 애교많고 상냥하던 아이였는데 요 며칠 사이 우리의 전화통화는 거칠고 묵직하기만 합니다. 수정이의 일터로 향하던 운전대를 돌렸습니다. 가슴에 불이 난 듯 뜨거워 집니다. 내 가슴은 이미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나 봅니다. 친구와 저녁을 먹고 있던 그아이에게 한 참을 지나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야.. 너 요즘 왜 그래? 나 한테 할 말 있어??" "오빠.. 아니야.." "도대체 이유가 뭔데? 내가 너 한테 잘못한거라도 있어? " "오빠....우리..그냥.." 그녀의 말을 가로챘습니다.. "그만할까? 우리 여기서 그만 할까?" "오빠..미안해." "하... 넌 사랑이 장난이야? 전화 한통화로 그렇게 다 지워버릴 수가 있어? 기다려!! 지금 그리로 갈테니까..." 한사코 오지말라고 말리는 그녀에게 가고 있습니다. 꼭 가야만 했습니다. 이미 닫혀진 그녀의 가슴이라도.. 우리는 웃으며 마지막을 함께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나의 기억에, 그녀의 기억에 우리는 멋있고 아름다운 존재로 기억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쁜놈을 태워 한강둔치로 갔습니다. 즐겨마시던 쥬스 한병과, 전 타는 속을 달래려 얼어붙은 콜라 한 캔을 손에 쥐었습니다. 강바람이 크리스마스 때의 그것보다 더 사납습니다. "수정아.. 힘들고 지칠 때일 수록 의지하고 벗이 되면은 그 때는... 그 때는 우리 사랑이 더욱 더 튼튼해 지지 않겠어? 왜 그렇게 지친 모습 보여? 하하하 너 너무 여자인척 약하게 구는 거 아냐? 이거 영~ 실망인데? 진짜 다시 봐야 겠다!~ ^^ " " 오빠..미안해..오빠.. 나 오빠 너무 좋아하는데 사랑할 수는 없나봐..아..모르겠어..미안해.. 우리 이제 그만하자.." "...... " "뭐야~ 웃기고 있네 ! 언젠가 내가 너 나 사랑하게끔 만든다고 그랬지? 난 세상에서 쪽팔린게 제일 싫거든?! 이대로 너 떠나보내면 김수정이 내가 사랑했던 여자 김수정이를 놓쳐버리는 것 같아서 난 정말 싫다.. 너 한테 그동안 해준 것도 없이 이렇게 보내버리면 쪽팔리다고!! 쫌만 기다려! 행복해서 고꾸라지게 만들어 줄테니.. 그 때 까지 기다리라고!!! 너 왜 이렇게 엉뚱하게 굴어? 어제까지 사랑한다 그랬던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 ."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다시 되뇌입니다. "오빠..미안해.." 그리고 어렵살이 말문을 엽니다. "오빠... 오빠 곁에는 좀 더 의젓한 여자가 필요해. 나 더 이상 길어지면 오빠에게 더욱 더 미안해질 꺼 같아..나 잘 할 자신이 없어... 오빠 정말 미안해.." 모든 것이 공허해 지는 순간입니다. 사랑이라는 신뢰와 우정앞에서 늘 행복하던 기억은 이내 아픔으로 산화합니다. 그녀의 칭얼거림은 구속의 반감으로..그녀의 웃음은 시린눈물로 흐릅니다. 어쩌면 이것은 이별의 미학이기도 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기억의 단상에 서서 우리는 끝자락의 짜릿함을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이별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이기적입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요... 차를 돌려 그녀의 집으로 향햐는 길입니다. 저도 모르게 굳건해진 입술과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정이라는 놈으로 붙잡아 보려 애쓰지만 쉽사리 말을 듣지가 않습니다.. 저도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들이 자꾸 튀어나왔습니다. "니 곁에 있었던 나란놈은 이제 세상에 없다!! 넌 나랑 만난적도 없고, 행여나 지나쳐 본적도 없는 사람이야.. 지금 우리는 ..이 순간부터 철저히 남인거라고! 내 기억..한치도 남지기말고 지워라. 그게 우리에게..아니 너와 나에게 좋다...... ." 차창으로 새어 나오는 노래를 흘려보냅니다. 언젠가 그녀에게 꽃 다발을 전해주며 틀어놓았던 애잔한 선율 또한 기억의 발치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차를 잠깐 새워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들렸습니다. 내년 부터 담배값이 오른다고 한 탓에 창고에서 밍기적거리며 꺼내오는 직원이 유난히도 늑장을 부립니다. 아니다 다를까.. 차 안에 그녀가 없습니다.. 제 마지막 얘기에 찢긴 가슴으로 떠났나봅니다. 또 다시 가슴이 요동칩니다. 갑자기 그녀가 너무 보고 싶어졌습니다. 어쩌면 그 전까진..우리가 서로 이별을 고하기 전까진..말로만 사랑을 거듭하고 있었던 저인가봅니다..문득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것이 사랑임을 이제서야 느낍니다. 그녀의 환심을 얻기 위해 달콤한 가식을 주절거렸을 뿐 실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인 것은 아니였나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사랑임을 처음으로 느끼어 봅니다. 내 가슴이 이야기 합니다. ' 가라. 가서 마지막이 되었든 또 다른 시작이 되었든.. 아름답게 얘기해. 지금.. 이별의 찰나가 네 사랑임을 속이지 마.' 그녀가 앞서서 출발했다해도 20초 남짓일겁니다. 내 앞의 택시를 모두 쫓아 뒷자석의 승객이 그녀인 것을 확인해 봅니다. 비상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면서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아봅니다. 시야가 흐려집니다. 애꿎은 유리창만 닦아본들 소용이 없습니다. 이미 제 얼굴은 쏟아지는 눈물로 범벅입니다. 그녀의 집 앞에 제가 먼저 도착해야 했습니다. 짚 앞 길목에서서 멀찌감치 그녀의 대문을 바라봅니다. 늘 데려다 주던 친근한 길목.. 가로수의 조명이 유난히도 은근하던 그 길목 끝에서 하이얀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그녀는 저를 측은히 바라봅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시간이 멈춰진 듯 한참을 서로를 응시했습니다. 지난 시간이 물밀듯 밀려옵니다. 달콤한 와인에 붉어진 볼을 부벼대며 쑥스러워 하던 아이같은 그녀의 웃음이 맴돕니다.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애써 웃어 봅니다. "하하하!!! 김수정! 너 끽해야 도망친다는 곳이 집앞이야?? 푸하하! 야 난 그 사이에 데이트라도 하러 갔겠다! 바보야! " 그녀가 피식 웃었습니다. 그 웃음은 어쩌면 실오라기와도 같은 희망입니다. 가슴이 알코올로 문지른 듯 싸해집니다. 우리 사이에 제법 여유가 생겼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그녀의 두손을 잡고 이야기 했습니다. "앞으로..늦게 집에 들어가지 말고.. 회사일 벅차고 힘들어도 꿋꿋히 잘 견디어 내고 ..늘 수정이 답게 이쁘고 당차게 살아가.. 아프지 말고.. 면이나 빵으로 끼니 때우지 말고 밥 많이 먹고..운동도 많이 하고.. 부모님 한테 효도하고..좋은 인연들만 만들고.. 너 답게...그렇게 잘 살아가... 오빠는 수정이 늘 믿는다.. 사랑했다.." 그녀가 울기 시작합니다..서럽게 울기 시작합니다..엄마의 손을 놓쳐버린 꼬마아이처럼 애절합니다. 그녀의 눈물에 제 것이 뒤엉킵니다. 유난히도 밝은 달에 창밖으로 드러난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운줄도 모릅니다. 사랑했다..사랑한다가 아닌 사랑했다가 제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오빠..나 후회할 것 같아..어쩌지...?" "후회해도 수정이 결정이니까 어쩔 수 없다. 꾹 참고 잘 견뎌. 부탁이야." 대문까지 두꺼운 제 점퍼를 그녀에게 덮어 씌운채로 거닙니다. 손끝으로 서로의 손가락을 매만집니다. 어쩌면 두 번다시 느껴볼 수 없는 온기입니다. 그녀에게..이마에.. 눈가에.. 코에..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었습니다. 끝까지 내 뒷모습을 보겠노라 한 그녀에게 등을 내어주고 맙니다..초라해진 어깨를 감추고 싶었지만 그녀의 그것을 보느니 차라리 속이 편합니다. 멋적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들어가!! 많이 춥다! 김수정! 안녕...." 언젠가 그녀가 제게 물었습니다.. "오빠.. 남자들은 가슴에 여러개의 방이 있다는데..왜 지난 사랑을 못 있는다고 하자나.. 오빠는 그 방이 몇개야 ?" "....... ." "오빠 .수정이랑 함께 할때는 다른 방문 모두 닫아놔야해..그리고 내 방문은 늘 활짝 열어놓구구..알겠지?? ^^" 그녀를 만나고 제 가슴을 그녀의 문으로만 들어찬지 오래였습니다. 언제고 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은 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그녀의 출입이 없는 제 가슴의 방 일지도 모릅니다.. 기약없는 기다림일지언정 활짝 열어놓으렵니다.. 이별 ..그 순간에 또 다른 사랑을 실감합니다. 그것은 또 다른 의미의 사랑임을...보이지 않는 그녀에게 오늘도 속삭입니다. '사랑한다..늘...'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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