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여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