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여행은 매우 다양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어떤 이들은 수다스러운 여행객들에게 채 달아날 곳도 업이 보내야 하는 끔찍한 시간으로 여기는 반면, 어떤 이들은 유유히 파도를 가르는 배 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멋진 쇼를 즐기는 화려하고 로맨틱한 여행으로 크루즈를 상상한다. 한때는 극소수의 상류층만이 향유할 수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는 크루즈 여행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호텔처럼 꾸며 놓은 커다란 선박을 타고 떠나는 크루즈 여행은 19세기말 처음 선보인 이래 오랜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중년층이나 꿈꿔 볼 수 있는 사치스러운 여행이었다.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감미로운 칵테일을 즐기는 낭만적인 여행의 극치, 혹은 바다 위에 갇혀 폐쇠공포증에 시달리는 것만 같은 감옥, 어는 쪽이 되었든 간에 일반인들에게 크루즈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대상이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크루즈 산업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치솟는 유가와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항공 요금 사이에서 선박 회사들은 어려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부유층이나 화려했던 과거를 그리는 나이 많은 서구 여행객들만이 기꺼이 휴가를 바다 위에서 보내기 위해 배를 예약했다. 그러나 휴가란 모름지기 '땅 위에서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크루즈 여행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번잡한 땅 위의 일들로부터 벗어나서 쾌적하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배에 오르고 싶어 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오랜 무관심의 그늘에서 벗어나 크루즈 여행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선박 회사들이 완벽한 리조트 시설을 갖춘 유람선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택이다. 2002년 세계 크루즈 여행 시장의 규모는 15조원에 달했으며 휴가를 크루즈 유람선에서 보낸 여행객들의 숫자는 1100만 명을 넘었다. 그 중 760만 명이 미국인으로 전체 시장에서 큰 비둥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크루즈 이용객들이 미국 외에서도 빠르게 늘어나 2009년까지는 16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루즈 여행만의 매력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크루즈 여행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는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크루즈 여행의 비용은 이 여행을 쉽게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지 않다. 호화 크루즈인 오로라호를 타고 6개월이 걸리는 세계여행을 하려면 최소 7000만원 이상이 든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비용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묵직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여행이 그렇듯, 크루즈 여행 또한 여행하게 될 지역이나 기타 조건들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므로 계획을 잘 세우면 같은 비용을 들이고도 일급 호텔에서 묵는 것보다 더 편안하면서도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
우선 선상에 오르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승객들은 숙소, 식사, 일정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크루즈 비용에 식사와 시설 사용비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녁마다 벌어지는 각종 이벤트와 공연 등도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다. 게다가 같은 기간 동안 다양한 곳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은 크루즈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다. 비행기로 쉽게 갈 수 없는 알래스카 내륙 지방,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이스터 섬, 심지어는 남극까지 갈 수 있다. 준비되어 있는 여러가지 상품 중 도시 순회 코스를 선택한다면 이곳 저곳 호텔을 예약하고 몇 번이나 짐을 새로 꾸릴 필요 없이 간편하게 유럽의 주요 도시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은 크루즈 여행만이 가지는 장점이다.
한때 크루즈 승객들은 틀에 박힌 일정을 따라야 하고, 선장이 주최하는 형식적인 저녁 식사에도 꼭 참석해야 했다. 하지만 노르웨이크루즈라인과 같은 새로운 선박 회사들은 일명 '프리스타일'이라 불리는 여행 상품들을 내놓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상품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할지 승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짜 놓았다. 동성애자나 싱글 전용 코스 같은 틈새 시장을 노리는 상품도 있다. 그 밖에도 정박 중에 스쿠버다이빙이나 수상 스포츠 서비스가 제공되고, 급류타기, 승마, 산악바이킹까지 즐길 수 있다.
거절할 수 없는 유혹
한편으로는 1990년대에 90척이 넘는 크루즈선들이 새롭게 운항을 시작하면서 탈 수 있는 배의 선택폭도 넓어졌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거대한 리조트형 유람선을 택하는 사람도 있고, 백만장자의 개인용 요트를 모델로 한 작고 화려한 배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선박 회사들은 가족이나 젊은 여행객들을 바다 위로 끌어내기 위해 더 나은 시설을 끊임없이 갖춰 가고 있다. 선상 헬스클럽뿐만 아니라 실내 암벽등반 시설과 축구장, 아이스링크까지 갖춘 배들은 젊은 승객들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대형 크루즈 선박 회사인 셀레브리티사에서 운영하는 MV갤럭시는 영국에서 출발하여 푸에르토리코, 바베이도스, 마가리타섬, 아루바 등 카리브 해의 아름다운 섬들을 둘러보는 크루즈다. 이 배의 승객들은 선상에서 배구, 야구, 탁구, 축구 등의 스포츠를 각각 마련된 전용 운동장에서 즐길 수 있다.아동용을 포함해서 네 개나 되는 수영장에서는 여느 열대 휴양지와 다름없는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햇살을 즐길 수 있으며 최고급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으며 피로를 풀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오락거리를 원한다면 카지노에 가서 그날의 운을 시험해 보거나 영화관과 극장에서 최신 영화와 공연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크루즈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렇게 선상 시설과 서비스는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1500석규모의 영화관을 갖춘 유람선이 있는가 하면 대형 서커스나 음악회가 매일 밤 열리고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쇼도 있다. 지적인 활동을 원하는 승객을 위해서는 사진 촬영 강좌나 여행할 나라들의 예술과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강좌를 제공하기도 한다.
유람선이 아니면 가 볼 수 없었을 수많은 섬들을 돌아보는 한편, 격식을 차린 레스토랑부터 24시간 주문할 수 있는 피자 등 무엇이나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식사까지, 크루즈 여행의 새로운 매력에 빠진 여행객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은 물론이고 나이 든 부모님까지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이제 그들에게 크루즈 여행은 뭍에서는 즐길 수 없었던 아주 특별한 가족만의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한국을 기항지로 하는 상품은 드물지만 근래에는 아시아에서도 많은 크루즈선들이 바다를 누비고 있다. 싱가포르나 인도 등지에서 시작해 동남아시아의 바닷가를 중심으로 여행하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도 선뜻 결심이 서지 않는 초행자르 위해서 선박 회사들은 '맛보기' 크루즈 코스를 마련해 두었다. 한 두개의 도시만 방문하는 짧은 일정이지만 크루즈선의 각종 시설으 이용해 볼 수 있어 바다 위 여행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다. 단, 크루즈 여행의 매력에 빠지면 다시는 육지로 돌아오기 싫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할지도 모른다.